수급동향에서 연기금과 국가가 통합되고 일주일!
지난주 월요일(12월10일)부터 수급동향(거래동향)에서 연기금과 국가/지방자치 단체가 연기금으로 일률적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연기금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한 4대 연기금의 수급을 그리고 국가의 경우 우정사업본부의 수급을 대표하였는데, 굵직한 연기금과 국가의 수급 통계가 합쳐지면서 연기금과 국가 거래 동향 분석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특히, 단일 주체로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수급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하지만 거래동향이 통합되어도 그 안에서 작은 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작은 틈이어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지요)
ㅇ 거래동향의 노출 : 전략/전술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은 이해.
과거 전쟁사를 보다보면 전략/전술이 노출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다양한 노력들이 있었고 반대로 상대방의 전략/전술을 알기 위한 수많은 계략들이 있어왔습니다. 손자병법에서도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하였을 정도로 상대방의 전략/전술을 알아내는 것을 중요하게 보아왔지요.
주식시장에서도 자신의 전략/전술이 노출되는 것은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자금 규모가 큰 투자자들은 그 규모가 있기에 개별종목에서는 자신의 매매가 주가를 움직이게 되고 다른 투자자들에게 자신의 전략이 노출되기에 최대한 분할하여 매매하려 합니다. 하지만 거래동향(또는 수급통계)에서 이 자료는 거의 실시간으로 HTS에서 코스콤 체크 단말기 등을 통해서 조회할 수 있다보니 기관과 외국인의 매매는 쉽게 노출 됩니다.
다만, 일반적인 기관이나 외국인은 단일 주체라기 보다는 수십, 수백개의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만드는 수급이다보니 누가 큰 매매를 했는지 정확하게 알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연기금이나 국가의 수급은 가장 규모가 큰 단일 주체인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매매를 대부분 구성하다보니 연기금의 수급은 국민연금을 대표하고, 국가의 수급은 우정사업본부로 대표되게 됩니다.
그러하기에 생각 해 보면, 650조원이 넘는 자금 그리고 이 중 18%~19%수준을 국내 주식투자에 운용하는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연기금 수급 노출로 인해 자신의 포지션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것은 매우 불편하였을 것입니다.
필자 또한 연기금 수급 분석을 통해 연기금이 얼마나 더 사양하는지를 일단위로 계산할 수 있었을 정도이니 개별 종목단위에서는 연기금의 매매가 더 직접적으로 여타 투자자들에게 노출 되었을 것입니다.
ㅇ 한국 거래소, 연기금과 국가 거래동향 통계의 통합
지난달부터 연기금과 국가 거래동향 통계가 통합된다는 소식이 있어왔는데 결국 지난 주 월요일(12월10일)에 연기금과 국가 거래동향 통계가 연기금으로 일괄 통합되었습니다. 과거 자료는 연기금/국가가 분리되어 조회할 수 있지만 12월 10일 부터는 국가의 거래동향 통계는 0으로 표시되고 연기금 통계에 통합되었습니다.
[거래동향 통계에서 연기금과 국가가 12월 10일부터 합쳐졌는데]
이로 인하여, 연기금 매매 분석을 하는데 일종의 스텔스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전투기에서 레이다를 교란하는 스텔스 기능은 레이다와 똑같은 파장을 역으로 쏘아 전파를 중화시켜버리거나 다른 노이즈와 섞어 그냥 일상적인 자연 노이즈처럼 보이게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연기금 자체의 수급으로 보면 국민연금의 매매 동향을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이 연기금 거래통계에 국가라는 노이즈 신호가 추가되면서 해석하기 어려운 수급 분석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그나마 국가 수급은 우정사업본부(우체국)의 차익거래가 대부분이다보니 일정 시기에는 그냥 무시할 수 있지만 작년처럼 큰 매도세가 나올 경우 아래 표에서 2017년 이후 회색선(연기금+국가 통합 거래동향 누적) 보시는 바와 같이 해석하기 곤란한 큰 노이즈가 만들어집니다.
[2009년 3월 이후 연기금과 국가의 거래동향 누적치, 단위 : 억원]
그렇다면 연기금의 수급 분석 이제는 불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해선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지속적인 추정이 가능하다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ㅇ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 : 2개월 시차가 있지만 최근 국내주식 비중을 알 수 있다.
연기금의 거래동향, 실시간으로 혹은 일단위로 수급분석은 어려워졌지만 생각 해 보면 수백조원이 자산배분전략에 의해 움직이는 자금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것은 어찌보면 바다를 보지 않고 잔물결만 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더 큰 그림에서 자료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홈페이지에 투자정보 → 부문별 현황 통계입니다.
여기에 올라오는 자료는 2개월 시차가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비록 2개월 차이가 있지만 이를 활용하여 우리는 현재 국민연금의 주식 비중을 대략적으로나마 계산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서 운용 포트폴리오를 조회할 수 있다]
[자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위의 자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올해 9월 말 기준 포트폴리오 현황입니다. 우리가 중요하게 보아야할 국내주식은 123조9천여억원으로 총 운용기금 653조6천여억원에서 19%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 그런데... 그 기준일인 2018년 9월 말 이후 주가지수는 오늘까지 약 11.6%하락하였습니다. 국내 주식평가액이 대략 11.6%감소 했을 것이란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정밀하게 코스닥까지 감안하면 조금 더 감소하였겠습니다만, 코스닥 비중이 절대적인 비중은 아니기에 아직까지는 무시하여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위의 국내주식 평가금액은 주가지수 하락폭만큼 감소하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109조5천여억원으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전체 운용자산 653조6천여억원으로 볼 때 비중은 16.7%로 낮아져 있습니다.
아무리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비중을 내년 18%로 낮춘다하지만 16.7%는 이보다 크게 낮아져 있다는 것을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비율을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는 매수를 해야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9월 말 이후 신규로 유입된 국민연금 납부액을 감안한다면 수조원 단위의 매수를 계속 미루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ㅇ 연기금의 수급 노이즈에 가려졌지만 크게 보면 형태는 보인다.
우리가 해안가에 나가 바다와 파도를 보다보면 지구의 모습을 파도 모습에 겹쳐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더 먼 시각에서 높은 곳으로 올라가보면 점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지요.
이 처럼, 연기금과 국가의 거래동향이 통합되어 파도처럼 하루하루 단위로는 큰 흐름을 알 수 없다하더라도, 기금운용 본부 홈페이지에 있는 정기 공시 자료를 통해 큰 자금 흐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그 그림에서 본다면, 수조원의 주식 평가 금액 부족분을 맞추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강한 매수세가 연기금에서 들어와야할 것입니다. 지금도 대규모로 매수해야하는데 만약 주가지수가 더 하락한다면 국내 주식을 더 많이 사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하방경직이라는 강한 지수를 만들게 할 것입니다.
이 처럼 거래동향 통계에 노이즈가 끼어도, 우리는 다른 방법으로 연기금 수급을 추정하는 대안을 찾아 볼 수 있겠습니다.
2018년 12월 17일 월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