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이머징 리밸런싱 올해 일정이 일단락된 이후, 필자는 이런저런 생각에 빠졌습니다. 시장부담이 한동안 사라졌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덱스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패시브 투자가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리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현대투자론과 효율적 시장 가설을 기반으로한 인덱스/패시브 투자는 전 세계적으로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수족관에 귀여운 새끼 고래를 들여놓았는데 이제 너무 커져서 그 수족관을 꽉채운 느낌이랄까요?
ㅇ 패시브 투자자금의 급증 : 기하급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ETF자산 추이 , 자료참조 : ETFGI]
이번 MSCI이머징 지수 리밸런싱이 한국증시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진 가장 큰 이유는 MSCI이머징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규모가 1900조원(거의 2000조원)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이중 0.1%p만 비중이 감소하여도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빠져나가게 되다보니 만만치 않았던 것이지요.
이러한 지수추종 전략, 즉 패시브투자자금은 MSCI 이머징 지수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수를 기준으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 전략들은 인덱스펀드로 운용되기도 하지만 ETF로 직접 투자되는 경우가 많은 가운데 해가 거듭될 수록 패시브 투자자금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위의 표에서 보시는바처럼 글로벌ETF자산(ex japan)의 규모는 2013년 2조660억$에서 2018년에는 4조1720억달러까지 5년만에 2배이상 커졌고(대략 연 15% 성장률), 올해 9월에는 4조8860조$까지 성장하였습니다. (참고 : 전세계 상위 20개 증권거래소의 시가총액 78.8조$)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ㅇ 액티브 투자자는 시장 수익률을 초과할 수 없다 : 패시브의 기본 개념
아무리 투자자가 노~~~력을 하더라도 이미 주가는 모든 정보를 품고 있기에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여 성과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패시브투자의 기본 개념입니다. 그러하기에 괜히 고생하고, 비용들어가는 액티브 투자를 하지 말고 지수를 추종하는 비용도 저렴한 패시브 투자를 통해 장기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개념을 패시브 투자철학은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 많은 연구자료들에서 액티브 투자가 패시브투자에 뒤쳐진다는 결과들이 속속이어졌고 자산배분전략을 실행하고 리밸런싱하는데 있어 용이성이 크기에 점점 패시브 펀드는 규모 뿐만 아니라 비중도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미국TDF(타깃데이트펀드)에서 2011년 패시브 비중은 30%였지만 최근에는 액티브vs패시브 비중이 비등해 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에서 패시브 전략 확대가 2016~17년을 기점으로 있었습니다. 국민연금이 그 시점부터 패시브 비중을 확대하였고, 이 과정에서 패시브 포트폴리오에서 누락된 종목들이 소외되고, 지수에 포함되는 시총상위 종목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매우 강하게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패시브" 지상주의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저의 머리에 맴돌고 있는 요즘입니다.
ㅇ 지수 리밸런싱 과정에서 흔들리는 주식시장 : 패시브가 가격 지배자가 되다.
완벽한 투자 전략의 조건에는 나의 매매가 시장(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 해야만 합니다. 투자자 본인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시장에 형성된 가격에 따라 투자 판단을 내릴 때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투자 여건이 만들어집니다.
[시장 충격의 메커니즘 개념도]
만약 여러분의 매매가 특정 종목 또는 특정 시장 가격을 크게 움직인다면 이 때부터는 시장충격비용(Market Impact Cost)이 발생됩니다. 본인이 스스로 가격을 만들기 때문에 합리적인/효율적인 가격에서 주가가 이탈하고 그 차이는 일종의 비용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MSCI이머징 리밸런싱 과정을 보더라도, 국내적으로는 정기적인 코스피200, 코스닥150 종목변경 시기를 보더라도 패시브 자금 자체가 시장 가격을 수용하는 것이 아닌 가격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굳이 계산하지 않더라도 노골적으로 관찰되어지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시장에서의 ETF 자산규모가 3조8천억$수준인데 뉴욕/나스닥 증권거래소 시총합계가 35조원에 이르는 것을 보면 ETF 자산규모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시장에서는 패시브 투자 대상 즉, 주요 지수를 구성하는 이 중에서도 시가총액이 상위에 있는 종목들이 계속 유입되는 자금에 주가가 상승하고, 주가가 상승하니 시가총액이 계속 상승하고 그로 인해 계속 주요 지수에 시총상위 자리를 지키며 회사 내용을 무시하고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랭크되어 패시브 자금 유입에 수혜를 받는 기현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이에 따른 패시브 버블 경계론이 제기되곤 합니다. 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군드라흐 CEO는 "패시브 투자가 광적인 수준에 도달했으며 이는 시장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ㅇ 패시브에 따른 영향 중 하나 : 소외된 증시와 주식을 더 소외시켰지만...
패시브 자금이 증가되면서, 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종목들이 소외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시가총액이 작으면 소외당하는 현상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그러한 종목들을 위한 지수가 개발되어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자산배분전략들은 국가들의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나 인덱스펀드들만 늘릴 뿐입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패시브자금이 유입될 수록 고착화된다]
그러다보니 소외된 종목이 더욱 소외되는 비합리적인 주가 상황이 만들어지는 원인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패시브자금 증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겠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증시는 버블 논란 속에서도 계속 승승장구하고, 한국증시는 극저평가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계속 뒤쳐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투자의 세계란 것이 한쪽으로 계속 쏠릴수만은 없습니다.
어느 순간 제자리를 찾아가게 됩니다. 너무 비싼쪽은 패시브 자금이 들어오더라도 가격 부담 때문에 조금씩 균열이 갈 것이고, 너무 싼 쪽은 비록 지금은 패시브 자금 유입이 애매하지만 부담없는 가격에 저가매수세가 조금씩 들어올터이니 말입니다.
그러다 양극단에서 방향이 조금이라도 바뀌게 되면 패시브 자금도 방향을 틀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을 외친 패시브투자자금이 스스로 가격을 왜곡시키면서 비효율적인 시장을 만들며 조금 긴 호흡일 수 있지만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입니다.
2019년 11월 28일 목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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