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참으로 민감하면서도 뜨거운 주제가 서울 아파트입니다. 2014년부터 고개를 든 서울 아파트 가격은 4년전 tvN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 "택이 아버지요 아파트!!!" 그 명대사 이후 본격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그야말로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수그러들 것만 같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급기야 30대 젊은층 인내심의 한계를 끊어버렸고 결국 올해 가을 30대의 대규모 서울 아파트 매수세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집마다 별의별 사연들이 넘쳐나고, 특히나 주식시장은 부동산과 비교당하는 대표적인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ㅇ 필수재에서 투자재를 넘어 사치재 단계로 들어선 서울 아파트
중간 제목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실 것입니다. 필수재/투자재/사치재 는 제가 생각하는 다양한 자산에 대한 성격을 세단어로 요약해 본 것입니다.
필수재는 그야말로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자산입니다. 의식주가 대표적인 필수재 자산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옛날 옛적에는 쌀도 중요한 가계자산이었습니다.
그리고 필수재의 경우는 가격이 쌀수록 수요가 몰리고 비싸면 수요가 감소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투자재는 투자수익을 추구하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앞서 언급드린 쌀은 투자재로서는 의미가 거의 없을 것이고, 투자재로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주식, 채권, 상품, 예금처럼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이 자산들의 가격은 다양한 이유에 의해 움직이게 되는데 투자재 단계부터는 추세를 따라가는 매매가 있다보니 추세가 있으며 가격을 따라 수요가 움직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치재부터는 비쌀 수록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수요가 몰려듭니다. 비싼 명품의 가격이 오르면 더 많은 수요가 몰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투자재가 사치재로 레벨업 되기도 합니다. "나 이 귀한물건 가지고 있어? 너는 있니?"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요.
대표적으로 2년 전 가상화폐(비트코인) 광풍 때가 그러하였고, 1999년 IT버블 당시 기술주가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서울 아파트는 5~6년 전만하더라도 필수재의 성격이 강하였습니다만,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재 성격을 가지게 되고, 이제는 사치재 성격까지 올라섰습니다.
ㅇ 못난이 한국 주식시장, 결국 서울 부동산에 젊은층의 관심을 잃다.
[최근 5년 철저하게 부동산 시장에 비해 소외된 주식시장, 자료참조 : KB부동산/KRX]
본격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상승한 최근 5년 전과 현재 서울APT지수와 서울 강남APT지수 그리고 종합주가지수를 비교하여보았습니다.
(※ 지수와 개별 주식종목의 수익률 차이가 큰 것처럼, 아파트 지수와 개별 아파트 단지의 가격 상승률은 차이가 큽니다.)
최근 5년 서울APT지수와 강남APT지수는 30%대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만, 종합주가지수는 5%수준의 상승률만 보였습니다. 아... 증시토크를 이어가는 필자로서는 증시의 상대적 부진이 너무도 가슴아플진데, 실제 가계에서 주식투자를 하시는 분들은 더 큰 심리적 압박을 받고 계시리란게 느껴집니다.
실제 이러한 심리적 압박을 받던 수많은 주식투자자분들이 증시를 떠나 서울아파트로 투자를 돌렸습니다. 그나마 집한채라도 있는 경우가 많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견딜 수 있지만, 주택을 가지고 있지 않은 20대~30대의 박탈감은 결국 이번 가을 대규모 서울아파트 매매 러쉬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가을 서울아파트 매수에 쏟아진 30대 매수규모, 30대 적색막대 : 자료참조 : 한국감정원 통계]
ㅇ 못난이 주식시장, 정말 못난이 일까?
5년의 시간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생각 해 보면, 5년 전만하더라도 마용성 신규분양 아파트에 미분양이 산적해도 아무도 주워담지 않았었지요. 그게 5년 전 일입니다. 주택담보대출 1억이 무서워 집을 못산다 하던이들이 가득했던 때가 5년 전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분양하는 곳마다 인산인해요, 주택담보대출 3억, 5억을 각오해서라도 아파트를 사야겠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5년간 못난짓(?)만 한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거나 과감히 버려지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주식시장이 못난이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긴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되시겠습니다만, 분명 주식시장도 과거엔 투자자와 사치재의 성격을 모두 가졌을 정도였고 부동산시장보다 우위에 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분위기에서는 무시받는 말이긴합니다.)
[종합주가지수와 서울아파트 가격지수 2010년이후 현재까지, 자료 : KB부동산/KRX]
10여년 전인 2010년 초를 100으로하여 종합주가지수와 서울아파트 가격지수를 같이 도표로 그려보았습니다. 2009년초부터하지 않은 이유는 주가지수가 워낙 강하게 치고갔기에 부동산 우위심리가 지배하는 현시점에 "편파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보니 2010년초를 기준으로 잡았습니다.
2010년대 초만하더라도 서울부동산은 침체시기에 있었고, 이런 분위기 속에 주식시장은 그래도 사람들에게 무시받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2011년 8월 유럽쇼크 이후 조금 무겁다 하는 정도였지요. 하지만 2014년 이후 서울 부동산이 고개를 들고 2017,18년 광풍이 몰아치면서 주식시장은 서울부동산과 비교하여 천덕꾸러기로 취급당하기 시작합니다.
2010년 연초이후 현재까지 결국 비슷한 주가지수/서울부동산지수 상승세이지만 최근 2년 증시 약세와 부동산 시장 강세는 그 이전 2010년 초중반에 있었던 주식시장이 그런데로 투자대상으로서 인정받던 그 때의 기억을 사람들 마음 속에서 망각시키고 말았습니다.
ㅇ 오버슈팅 그리고 물극필반
사치재 단계로 들어선 서울아파트는 가격 상승이 수요를 계속 끌어들이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주식시장은 가격이 하락하였기 때문에 계속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2017년~18년 가상화폐 광풍 당시 우리는 오버슈팅을 노골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가상화폐는 투자재에서 사치재로 변신하였지요.
수년에 걸친 가격 상승은 확신을 만들면서 가격 오버슈팅을 만들게 됩니다. 지금의 서울 부동산은 투자재를 넘어 사치재 단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리고 오버슈팅이 계속 반복되며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10여년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가격 변화에서 보신 것처럼 한쪽만이 무한히 사랑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주식시장이 무한히 무시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주식시장이 무한히 무시받을 듯하지만 어느날이 되면 투자재를 넘어 사치재로 들어가는 날도 오겠지요. 물론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말입니다. 마치 2013년 겨울 어느날 부동산 시장을 아무도 희망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버슈팅의 끝은 어디라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오버슈팅이 심하면 심할 수록 결국 후유증을 크게 남기게 됩니다. 그에 관하여 서울아파트 가격 오버슈팅에 대해 하고싶은 말 참으로 많습니다만...
"문득 2006년~07년 부동산 폭등기 때 30대 젊은층이 무섭게 아파트를 매수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2019년 12월 3일 화요일
lovefund이성수 (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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