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귀신인지, 딸인지...눈을 비비고 다시보니 머리가 산발하여 자고 있는 딸이다
불을 켜면 눈이 부시다고 짜증내는 딸 때문에 불도 켜지 못하고, 침대로 다가가 볼을 비비며 딸의 아침잠을 쫒아 본다.
사랑한다고 다정한 엄마 코스프레로 딸의 아침을 깨우고, 딸이 씻는 동안 나는 이제 고1이 된 딸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재빠르게 속옷, 양말, 교복, 드라이기 까지 세팅을 하고 딸의 방을 나온다
그리고, 욕실로가서 노크하고 문밖에서 딸이 아침으로 무엇이 먹고 싶은지 몇가지 메뉴를 제안하고 그녀의 선택을 기다린다...(무슨 공주가 따로 없네...속으로 욕을 삼키며..
어쩌것어...시험기간이라 예민한 나의 공주(?)의 비위를 좀 맞춰주지뭐....이런 생각으로 )
오늘 아침은 누룽지로 당첨!!
나는 부엌으로 가서 재빠르게 누룽지가 담긴 냄비에 물을붓고 인덕션 불을 최고로 높이고, 누룽지가 끓을동안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서 접시에 딸이 누룽지와 함께 먹을 반찬을 예쁘게 담는다(예쁜그릇에 예쁘게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 이랄까...ㅋ)
그 사이, 씻고 나온 딸이 내가 세팅해 놓은 헤어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면, 나는 끓고 있는 누룽지 냄비의 불을 끄고, 폴란드 그릇에 누룽지를 담아 (그녀가 뜨겁지도 그렇다고 다 식지도 않은 딱 먹기 알맞은 상태의 온도가 되도록 ) 휘휘저어가며 호호 불어서 누룽지를 먹기 알맞은 온도로 식힌다
이제 세팅된 반찬과 누룽지를 나무 쟁반에 담아 거실 식탁으로 옮겨 놓으면, 내 사랑스런(?!, 음...정말 사랑스럽다...ㅎㅎ) 딸이 나와서 식탁에 앉아 맛나게 먹는다
그 세팅된 반찬중에는 우리딸의 최애 반찬!!외할머니 묵은지가 있다. 먹으면서도 '이 김치가 정말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면, 먹고 있는 딸 옆에 앉아서 오늘은 무슨 수업이 있는지, 어제 엄마가 먼저 잤는데 넌 몇시에 잤는지, 피곤하지는 않는지, 친구들 이야기, 엄마는 아침에 피곤하지는 않은지, 엄마는 오늘 무엇을 할것인지에 대해 서로가 주고받으며 그 잠깐의 시간을 함께한다
이것이 우리 모녀의 일상적인 아침이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아침에도 항상 예외가 따르는 법이니...오늘같은 아침이랄까...휴...
등교길은 내가 항상 학교까지 태워준다. 학교가 다른 학교보다 1시간 정도 일찍 등교해야해서, 조금 빠듯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평상시 처럼 분주하지만 나름 평화로운 루틴의 아침을 보내고 딸아이를 학교 후문에 무사히 내려줬다.
그리고, 차가 출발할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 조수석 창문을 세게 두들겨서 쳐다보니...옴마...내 딸이다
창문을 열고 '왜?'라고 묻기도 전에,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말..'엄마, 나 안경 안 가져왔어?'...헐..
오늘은 마침 그녀가 입학하고 치르는 첫 중간고사.. 첫날이다...잔소리 할 틈도 없이, 황당함을 말도 못하고, '가져다 줄께' 라는 말만 남기고(이미 눈으로 욕 다한것 같다), 차를 다시 돌려 집으로 미친듯이 운전하여 주차장에 대충 세우고, 올라갔다
그녀의 방 책상위에 고히 접힌채로 얌전히 놓여있는 안경을 누군가 손에서 물건을 훔치듯, 낚아채듯, 가지고 다시 주차장으로 달렸다. 이때, 시간이 7시 55분!
오늘 시험 첫날이라 1교시 자습이라서 일단 아침 조회 시작전 까지 가져다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차를 돌려 학교로 향했다...그 사이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디냐고...단전에서 부터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뒷문으로 나오라고 하고 비상 깜빡이를 켜고 차를 뒷문앞에 주차하였지만...그녀는 보이지 않았다(욕할힘도 없었다)
나의 마음은 그녀가 보이지 않는 순간부터 이미 옥수수가 팬위에서 튀겨져 팝콘이 되듯이 불안과 초조함으로 튀겨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자동차의 시동과 비상깜빡이를 켜놓은채, 안경을 들고 미친듯이 그녀의 교실을 향해 달렸다.
얼마쯤 갔을까?..아뿔사..등교 복장 단속을 위해 학생부 선생님이 나와 계셨다. 나는 선생님을 향해 뛰어가면서(정확히는 건물 후문을 향해 뛰어가면서) 선생님께 소리쳤다. '학생 안경을 두고가서, 전달하려고요'
선생님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이미 건물 모퉁이를 돌고 있었고, 단숨에 등교하는 아이들 속을 헤집고 3층까지 올라갔다
교실 맨 뒤에 앉아있는 딸을 보니, 뒤통수라도 한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냥 안경만 책상위 올려 두고 나왔다
순간 딸은 놀라서 뒤를 쳐다보았지만, 그녀와 눈도 마주치지.못한채 재빨리 계단으로 내려왔다. 그녀의.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미안해 했을거라고 나만의 착각을 하면서 다시 달렸다
3층을 내려와 다시 건물 모퉁이를 돌아 뛰어가니, 이번엔 학생부 선생님께서 오히려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시고 계셨다. 나도 목례만 하고 뒷문을 향해 등교하는 학생들 사이로 역으로 달려 겨우 시동이 켜진채 주차된 차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뒤에 서있는 차에 미안하다고 인사하고 다시 차를 달려 집에 도착하니 8시 10분....
단 15분 사이 내 몸에서 땀이 흥건하도록 전력 질주를 했고, 오늘 하루의 운동은 모두 끝이 난것 같았다
집에 올라오는 계단에서 남편에게 톡으로 아침의 상황을 전달하고 그녀에 대한 나의 욱하는 마음을 전달하였다
톡너머로 웃고 있는 신랑에게서 위로를 받으며, 오늘 하루도 이렇게 달려..땀으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