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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Mar 30. 2024

75.내성적이고 내향적인 사람은 사회 실패자라고?

<사실, 세상은 내성&내향인들이 구축해가고 있습니다.아마?>


세상은 외향 & 외성적인 사람들이 성공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게 오랫동안 이어진 정설이었다.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내성적 & 내향적인 나를 키우며 걱정이 많았다. 내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시켰지만 타고난 기질을 바꾸기 힘들었다.


여기서!

내성적/외성적, 내향적/외향적 성향의 구분이 필요하다.


<타고난 사회성 기질>

내성 :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려움.->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하고 스트레스를 받아 혼자 있음.

외성 : 사람들과 어울리기 쉬움. -> 타인과 어울리는 것이 편해 집단에 속하기 쉬움.


<지향하는 사회적 관심사>

내향 :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관심 없음.(관심사=자신) -> 혼자 있는 것을 즐기고 홀로 있음을 선택함.

외향 :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고 원함.(관심사=타인) ->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원하고 무리 속에 있음을 선택함.


결국 사람은 아래 네 가지로 정리된다.

내성 + 내향 / 내성 + 외향

외성 + 내향 / 외성 + 외향

낯가리는데 활발하거나, 활기찬데 고독한 이상한 조합은 위의 네 가지 성향의 조합을 보면 이해하게 된다.

내성적인데 외향적이거나, 외성적인데 내향적인 사람들이 그렇다.

이들은 친밀도나 관심사에 따른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사회생활에 크게 무리가 없는 조합들이다. 위의 네 가지 구성을 보면 단순히 MBTI E형이나 I형으로는 이 모순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 내성과 내향의 조합. 언뜻 보면 실패자의 냄새가 난다.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타입이다.

내성적이고 내향인들은 평생 실패하고 아웃사이더로 사는 걸까?


걱정할 것 없다. 내성 & 내향을 동시에 가지고도 성공한 세계적인 인물들도 많다. 오히려 내향이라는 것이 이들을 더욱 성공에 가깝게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수많은 관심사를 깊이 파고 들여다보며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간다. 이것이 세상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한다.

내향적이고 비활동적인 사람들 중에 지식의 깊이가 남다르거나 좋아하는 취미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대학 시절 만났던 천재에 가까워 보이던 선배들은 모두 세상과의 교류보다는 조용히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한마디로 오타쿠 친구들이었다.

내향, 즉 자신을 향한 집중은 사람을 탁월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다.


내향이야 그렇다 치고 그럼 내성적인 사람은 어떨까? 

내성은 가장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기질이다.

내성적이라고 인생 말아먹었다고 내성적인 것은 너무 나쁜 기질이라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어릴 때는 사회적으로 내성적인 것을 엄청나게 부정적으로 여기는 시절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장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성과 내향을 동시에 가진 극악의 기질을 갖고(일부 극복하고) 멀쩡하게 비교적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다. 

엄청나게 내성적인 사람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활동과 훈련결과 사회성이 많고 적극적인 것처럼 보이게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가끔 나를 보고 E인지 묻기까지 할 정도로 사회적 연기가 가능하다. 

물론 사람을 대하는 것을 잘하게 됐다고 해서 속으로도 편한 건 아니다. 실은 상당히 피곤하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을 가거나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때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사회화'가 길러질 수밖에 없다. 내가 그러지 못했다면 아티스트나 작가로 살고 있었겠지만, 사회성을 잘 만들어온 결과 18년째 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직장생활 중이다.


살아갈수록 내성적이라는 것은 나에게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기 때문에 얻게 된 능력이 하나 있다. 

지독한 낯가림으로 남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질문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문제에 봉착하면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스스로 탐구해서 결국은 내 손으로 만들어낸 작은 성취들이 많다.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 해내야 했으니 오래 걸리거나 포기하고 싶은 괴로운 순간도 많았다. 남의 도움으로 쉽게 넘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부탁을 하거나 남에게 말 거는 것이 어려웠다.

혼자만의 집념으로 많은 것을 파고들게 됐고 결국은 해결하게 되는 과정에서 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다. 

내성적인 아이들이 기가 약하고 소극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이런 성취경험을 누적해 가며 자신감과 자존감이 굉장히 높아졌다. 

낯을 가려 혼자 있거나 조용하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을 가지게 됐다.

내성적인데 도전 과제 앞에 상당히 적극적이며, 대중 앞에서 말하고 PT 하기를 크게 어려워하지 않는다. 


단순히 나눈 MBTI에서 보면 I형 인간인데, 이들이 남들 앞에서 발표를 못하는 것은 편견이다.

오히려 청산유수 말발과 발표력을 갖춘 I형 사람들도 많다. 발표력에서 중요한 것은 내적인 지식과 자신감이다. 평소의 활발함과 사회성은 발표력과 전혀 상관이 없다.

스스로 내적 성찰을 많이 했던 내향인이 발표를 잘할 수 있는 기본을 갖췄다는 것은 당연지사.


남들과 어울리는 것을 잘 못하니 이것저것 혼자 진득이 공부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런 잡식의 흡수는 대체로 많은 것들을 평균적으로 다 잘하는&잘아는 인간이 될 수 있게 했다. 

특출나게 딱 하나만 잘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평균적으로 대체로 상위권을 찍는 포지션은, 전체적으로 보면 꽤 똑똑하고 유능해 보인다. 단점은 딱 하나만 뜯어놓고 보면 엄청나게 최고의 정점을 찍는 분야는 없다는 것이 함정이다. 


이런 성향이 직장생활을 하며 더 빛을 발하게 되었다.(내성적인 사람은 사회생활 망했다를 반증할 수 있는 사례들은 수두룩하다.)

팀 내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때 일반적인 사람들은 타인에게 묻거나 방치하지만, 나는 늘 직접 찾고 해결책을 만들어내 사람들에게 공유해 준다. 

내 손에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하는 일들은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해낼 수 있다는 신념이 있다. 늘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과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집요하게 탐구해서 문제를 푸는 것에 특화된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이다.

항상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내성 & 내향인은 시선이 타인이나 외부에 향해있지 않기 때문에, 늘 집중해서 본질을 채우고 혼자서 자립하는 생활을 유지하게 된다. 

인간으로서 남에게 손 안 벌리고 완벽에 가까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술자리를 즐기고 사교적인 사람보다 직장에서 실력으로 유능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 내향 & 내성적이라고 직장생활을 실패할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남들과 어울릴 힘과 에너지를 아껴 자신에게 더 투자하고 집중하는 삶을 살면 된다. 그리고 주변에서 그런 사람의 성향을 인정하고 이해해 주는 아량이 있으면 된다. 내가 내성 & 내향이라 걱정했던 부모님도 지금 멀쩡하게 회사생활 하는 것을 보고 이제 더 이상 내 성향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내가 외향적인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기질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잠시 노력으로 다른 모습으로 행동할 수 있지만, 뼛속깊이 타고난 대로 살 수밖에 없다.


내성 & 내향적이면 있는 그대로, 외성 & 외향적이면 있는 그대로 좋은 점을 스스로 찾아가서 만들어 가면 된다. (외성&외향인들이 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이득은 수없이 많으니 굳이 내가 언급할 필요는 없다.)


오랜 시간 내성적이고 내향적인 사람은 일을 못하고 적극적이지도 못할 거 같다는 오해를 풀고 싶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이상해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이니까 사회에서 내치지 말라고 ^^ 

그래도 외향인들의 따스한 배려와 다양성에 대한 인정으로 그나마 조직에 잘 붙어있다.


오히려 외성 & 외향인들이 못한다고 버린 일들을 주워서, 굳이 굳이 해결해 내는 사람들이 내성 &내향이니까. 사회성 없고, 사람들이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상하게 보지 말고, 서로가 잘하는 것을 합시다!

늘~회식에 불참해서 죄송합니다.



나는 내성적이라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지 못한다. 게다가 나는 사람 얼굴과 이름을 잊는 것에 큰 재능이 있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 대한 정보는 스트레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기억하지 않으며 얼굴을 쳐다보거나 말을 섞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그런데 친해지고 가까워진 사람들에게는 아주아주 태도가 다르다. 나와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동료가 해줬던 말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억하고 있다. 

내 평소 무표정이 상당히 차가운 편이라 말을 걸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다가 용기 내서 말을 한번 걸었는데, 얼음장처럼 있다가 말을 건 순간 햇살처럼 웃어주며 대답하는 게 맘에 들어 수시로 와서 말을 걸었다고 했다.

얼음에서 햇살로 변해가는 그 순간의 표정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사회성이 없고 내성적인 나를 좋아해 주는 동료들도 있어서 참 고맙다. 사회에 잘 적응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껴주는 소중한 분들 덕에 잘 헤쳐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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