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쉰다는 게 두려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체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주말에도 메일함을 열고,
휴일에도 마음은 일의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머리는 쉬고 싶다고 말하지만,
몸은 여전히 긴장한 채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쳐버린 마음이 나에게 속삭였다.
“이제는 좀 쉬자.”
그날 나는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도 서둘러 움직이지 않았다.
창문을 열고 햇살을 맞으며,
그냥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커피를 내리고,
그 향이 방 안 가득 퍼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책상 위엔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었지만,
그날만큼은 일부러 모른 척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나를 다시 살아나게 하는 시간이라는 걸.
사람들은 쉼을 게으름이라 말하지만,
진짜 게으름은 ‘쉬지 못하는 상태’였다.
몸은 돌아다니지만 마음은 멈춰 있고,
일을 해도 아무 의미가 남지 않는다.
나는 이제 안다.
쉬는 건 멈추는 게 아니라, 회복하는 일이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다시 내 자리를 찾는다.
언젠가, 한 노교수가 내게 말했다.
“진짜 성장은 멈춘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그 말이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았다.
지금의 나는 그 뜻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멈춰 서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마음을 놓아야 하는지,
무엇을 다시 품어야 하는지.
그건 달리는 동안에는 절대 보이지 않는 풍경이었다.
이제 나는 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쉬는 날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다.
누워 있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하루를 온전히 나에게 선물한다.
그렇게 쉬고 나면,
다시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해야 할 일보다,
지켜야 할 마음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쉼은 멈춤이 아니라 회복이다.
게으름이 아니라,
나를 다시 사랑하기 위한 시간이다.
나는 오늘도, 잠시 나를 미뤄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