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열차게! 혁명적으로! 삶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신의 악단>를 본 나의 리뷰

by 조보라

2026 My Wish 리스트를 다시 열어본다. '영화 보고 리뷰 남기기'가 있네!

(뭘 썼는지 벌써 다 잊어버렸다.)


올해 첫 영화는 바로 <신의 악단>이었다.


20대엔, vip가 될 정도로 영화를 자주 보러 다녔지만, 요즘엔 아이들과 애니메이션을 보는 정도가 내 영화 생활의 전부다. 영화 정보에도 어두워서 '이건 꼭 봐야지'하는 마음도 없다. O 작가님의 추천과 선물로 보게 된 영화.

와.. 안 봤으면 큰일 날 뻔했다.

또 보고 싶고, 다시 보고 싶을 정도다.


예수쟁이들 때려잡는 일을 하는 보위부에서 혁명적 과업으로 부흥회를 제대로 연극하라는 명을 받게 된다.

보위부 박교순(박시후 배우)과 김태성(정진운 배우)과 승리 악단이 가짜 찬양단을 조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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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뽑은 명장면을 소개한다.



1. 김태성이 부르는 "광야를 지나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장면이 눈으로 덮인 허허벌판으로 옮겨진다. 눈 덮인 벌판을 혼자 걷는 김태성의 고독한 모습. 홀로 두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반동분자를 잡아 죽이려고 혈안 된 그 사람의 눈빛과 목소리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가.


기적이었다.

https://youtu.be/pAFCWbReGNI?si=s2g57GzHW54MWHaT


2. 대동강 교회로 가는 길. "주 예수 나의 산 소망"


차가 망가져서 차를 고치는 동안 악단 사람들과 두 보위부 남자들이 길에 서 있게 된다. 기다리는 동안 연습이나 하자고 제안하면서 찬양이 시작된다. 찬양이 북한 땅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다. 반동분자들을 잡아 죽이는 보위부 두 남자들이 그 찬양을 함께 부르다니 이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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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박교순이 부르는 "고통에 멍에 벗으려고"


박교순의 어린 시절 서사와 얽혀서 숨소리도 내지 않게 빠져들면서 듣게 된다. 엄마가 자기 때문에 죽게 되었다는 죄책감을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던 남자. 어떻게 보위부 간부가 되었는지 나오지 않지만, 살아남기 위해 택한 길이 아니었을까. 내가 죽지 않으려면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삶을 살았던 슬픈 남자. 찬양을 하면서 울컥하는 그 장면에서 나도 두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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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계속 슬프기만 한 건 아니다.

아주 배꼽 빠지게 웃은 장면도 있다.

"가열차게, 혁명적으로 찬양하라우!"

'은혜'의 편곡 버전을 듣고 나를 포함한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이건 꼭 들어야 봐야 한다.


5.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다 같이 찬양하는 모습. "나의 하나님"

'주 여기 함께 하시네, 나 경배해. 나 경배해.

이곳에 새 일 행하네. 주 경배해 주 경배해.

모든 맘 위로하시네. 나 경배해.

상한 맘 치유하시네. 주 경배해."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들이 근사하게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고, 마치 천국의 모습과 같이 찬양 소리 울려 퍼지는데

와. 이게 영화인가. 예배인가.

찬양을 듣고 있는 이 순간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무엇이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한국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영화관에서 찬양을 하고 하나님을 높이는 모습을 보는 게 왜 이렇게 낯설까.

예배당에서 부를 때와는 다른 생경함이 주는 신비로움이 있다.

영화관에서 가득 퍼지는 찬양 소리를 통해 하나님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 있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된다. 영화를 본 이후에도 몇몇 시간 동안 그 마음에 먹먹함이 가시지 않는다.


조선인민공화국 보위부 간부들이 단 2주 만에 마음에 변화가 시작되는 게

은혜가 아니고,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누구나 다양한 형태의 억압 속에 살고 있다.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제약을 받는다.

부흥회를 마치고 사형을 집행하라는 명을 받은 박교순이 김태성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 보자고 하면서 나눈 말이 생각난다.

이들과 함께 연습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냐는 말에

김태성은 '자유'라고 답한다.


<신의 악단>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기도와 사랑을 담은 한편의 예배였다.

억압 속에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은 결국 광야에서 하나님을 만날 때 비로소 드러난다.

영화관에 울려 퍼진 찬양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다.

남과 북을 넘어,

우리를 옭아매고 있던 사슬을 끊고

진정한 자유와 은혜, 사랑을 누리게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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