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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로피칼 오렌지 Oct 22. 2020

'한국인' 면접관의 특징

뿌리 깊은 꼰대 DNA

해외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아왔고, 한국팀에서 일하더라도 매니저는 거의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한국인과 인터뷰를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은 글로벌 기업이고 비즈니스 영어 구사가 필수였기에 다수의 한국인 매니저(Hiring Manager)가 교포 혹은 해외대/해외회사 출신이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모든 학업을 마치고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한 찐 한국인 면접관들의 특징이 있어 그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물론 모든 한국인 면접관들이 꼰대인 것은 아니다. 일부 꼰대 면접관의 특징을 갈무리해본다.


이미지 출처: DB 블로그


1. 딱딱한 분위기

한국인 면접관들은 유독 살얼음판 분위기를 만든다. 한국에서 면접을 준비할 때 '압박 면접'에 대해서 다들 알고 있을 거다. 반면 영어권 국가들에서는 면접을 시작할 때 스몰톡이 기본이다. 면접관도 지원자도 스몰톡으로 분위기를 풀고, 서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면서 면접을 시작한다.


한국인 면접관들은 유독 쌀쌀맞다. 외국인 면접관들은 지원자를 알아가고 회사에대해서 알려주겠다는 느낌이라면 한국인 면접관들은 지원자를 '평가'하겠다는 의지로 눈에 살기를 띈다. 같은 질문이더라도 분위기가 살벌하니 지원자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어디든 회사 생활이 살얼음판일테니 긴장하고 면접에 임하라는 것일까. 그렇지않아도 면접때마다 긴장하고 장트러블까지 나는 터라 이런 상황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2. 말 잘라먹기

제일 안좋은 태도는 말 잘라먹기라고 생각한다. 지원자에게 질문을 했으면, 대답을 들을때까지는 들어주는게 예의이다. 어떤 문화권에서도 말 잘라먹기가 예의인 곳은 없다. 일부 질문의 의도를 잘못 파악해 의도를 알려주는 차원에서의 말 끊기는 괜찮지만, 모든 질문에 '아 됐고' 식으로 넘어가는 투도 문제다. 유독 한국인 면접관들이 말을 잘라먹는 경우가 많았다. 예의부터 밥을 말아 드셨다.



3. 까라면 까

이제까지 했던 가장 기분 나쁜 경험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모 IT 대기업과의 인터뷰였는데, 세상에 태어나 가장 모멸감이 든 날을 손에 꼽으라면 단연 이 날을 우선으로 꼽으리라. 말 끊기는 기본, 중간 중간 섞여나오는 반말에 부하직원 취급하기. 아직 내가 당신 밑으로 들어간 부하 직원이 아닌데도 시키면 하라는 투의 말투가 굉장히 기분나빴다.


더욱이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30분짜리 전화 인터뷰를 제 멋대로 1시간 20분까지 늘려서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에 더불어, 주말에 채용팀을 거치지 않고 개인 이메일을 보내 월요일 아침 8시에 30분짜리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할 것을 지시했다. 맞다. 지시. 요청도 권유도 아닌 지시. 채용프로세스는 완전히 무시하고 '내가 시키면 해야지'라는 식으로 지원자의 스케줄은 신경을 전혀 쓰지 않은 채. 벌써 몇 년은 지난 기억이지만 아직도 그 때 받았던 충격이 생생하다. 아무리 Dream Job이고 Dream Company 였건, 나는 그 인터뷰 이후로 채용에 더이상 뜻이 없으니 채용팀에 모든 프로세스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상적인 인터뷰 과정이었다면, 추가 질문이 있거나 추가 인터뷰가 필요한 경우 채용팀에 먼저 요청하여 추가 인터뷰가 필요함을 알리고, 채용팀에서 지원자와 조율하여 스케줄을 맞추어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이다. 스케줄 조율과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주는것도 지원자를 배려하는 태도이다.


내가 Hiring Manager고, 부하 직원을 뽑는 건데 까라면 까야지 식의 인터뷰는 백이면 백, 한국인 면접관들에게서만 있었다. 채용 프로세스를 싸그리 무시하는 것도 역시. 이 회사에 들어가면 앞 날이 훤하지 않은가.


4. 평가는 내가 할테니, 회사 설명은 누가할래?

인터뷰 과정은 지원자를 평가하는 자리. 이게 끝이 아니다. 회사도 지원자에게 우리 회사가 이렇고, 당신이 할 직무는 이런 것이고, 우리 팀은 이렇다. 라고 설명하고 실력있고 마음에 드는 지원자에게 '우리 회사를 골라 주세요'라고 어필하는 자리이다. 지원자도 면접관 마음에 드는 게 중요하지만, 회사도 지원자의 마음에 들어야 선택받을 수 있다. 만약 해당 지원자가 탈락하더라도, 회사에 대한 인상을 나쁘게 주어서 좋을 것이 없다.


Hiring Manager면 해당 지원자를 바로 매니징하는 사수이자 상관이다. 그 직무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사람도 역시 Hiring Manager이다. 직속 상관이 자리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는다면 지원자는 어디서 어떤 정보를 들어야할까. 인터뷰는 이런 정보를 서로 공유하라고 만든 자리이다. 괜히 면접관과 지원자의 소중한 시간을 할애해서 인터뷰를 보는 게 아니다. 


유독 평가에는 냉정하면서, 직무소개나 회사소개, 팀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는 면접관들이 있다. 어디서 '좋은 면접관 되기' 수업이라도 들어야겠다.


아저씨, 그냥 모르고싶어요


인터뷰장을 나가는 순간 (혹은 화상 면접을 끄는 순간), 아무리 대단하신 분이라도 당신은 지나가는 아저씨, 아줌마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원자에게 안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사람에 대한 평가가 아닌 회사에 대한 평가를 나쁘게 만든다.


아직은 내가 누군가를 평가할만한 면접관의 자리에 있지 못해서인지 꼰대 DNA를 장착한 이런 면접관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만약 그 날이 온다면 반면 교사들에게서 배운 교훈으로 더 나은 면접 자리를 만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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