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오지 않을 기회
기적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이미 5월 말 출발 항공편과 기차표 등 이동 수단 예약은 모두 마친 상황이었다. 타이항공의 방콕 경유 항공편이 마음에 걸려 매일 아침 항공사 웹사이트를 확인하던 중, 루프트한자 일등석 잔여 티켓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크푸르트 직항 비즈니스석을 찾고 있었기에, 일등석이라는 뜻밖의 행운은 마치 꿈만 같았다. 하지만 곧 현실적인 문제가 떠올랐다. 보유한 마일리지가 조금 부족했던 것이다. 눈앞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마지막 희망을 붙잡는 심정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카드 포인트를 전환하고 제휴 서비스를 샅샅이 확인했다. 마치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듯, 부족한 마일리지를 채워나가는 과정은 숨 막히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인터넷의 최신 정보까지 확인하며 애썼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결국, 기적처럼 필요한 마일리지를 모두 확보하고 일등석 티켓을 손에 넣었다! 월요일 출발 항공편을 그 전 주 금요일 오전에 예약했으니, 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 아내와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원래 여행 시작일은 화요일이었다. 화요일 저녁 출발하여 수요일 오전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시차 때문에 다음 날 아침 도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시간이 넘는 긴 여정이었다. 경유 시간까지 고려하면 더욱 길었다. 하지만 일등석 예약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월요일 오전 출발로 변경해야 했다. 월요일 오전에 출발하여 같은 날 저녁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바뀐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3박을 예정하고 있었지만, 여행을 불과 며칠 앞두고 2박을 추가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친구 부부가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들은 흔쾌히 일정을 조정해 주었다. 친구 부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갑작스럽게 늘어난 숙박비 때문에 일등석을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특히, 우리가 도착하는 주에 일주일 휴가를 내어 우리를 맞아줄 것이라는 이야기에 더욱 감동했다. 그들의 따뜻한 배려와 응원 덕분에, 우리는 남은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일등석 탑승이 확정되자, 짐은 점점 늘어났다. 챙겨야 할 물건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가지고 있던 낡은 기내용 캐리어와 오래된 대형 캐리어로는 부족했다. 넉넉한 크기의 튼튼한 캐리어가 필요했다. 장모님께 연락드려 거의 새것과 다름없는 큰 캐리어 하나를 빌릴 수 있었다. 우리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친구 부부에게 줄 한국 선물도 신중하게 골랐다. 그들이 부탁한 한국 음식과 해외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 조미료 등을 챙겼다. 한 달 반의 긴 여행 동안 먹을 한국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었다. 낯선 곳에서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고생할까 염려되어 햇반, 김치, 라면, 밑반찬 등을 꼼꼼히 챙겼다. 큰 캐리어 두 개를 채우고도 모자라 일본 돈키호테에서 받은 비닐 가방까지 사용해야 할 정도였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상비약도 챙겼다. 평소 허리가 좋지 않았기에 허리 통증 완화제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대비한 감기약을 넉넉히 준비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난 것처럼 보였다.
출발 항공편 예약이 최종 확정되고 짐까지 모두 챙겼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정말 떠나는 걸까? 이 모든 것이 곧 현실이 될까? 설렘과 기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렘과 함께, 아주 작은 두려움도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여행을 앞둔 마지막 주말, 창밖을 바라보며 앞으로 펼쳐질 여정을 상상했다. 9개월 동안 여행 일정을 짜면서, 사진과 영상,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주요 관광지들을 미리 만나보았다. 이제 그 풍경들을 아내와 함께 직접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미루다 보면 잊는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잊히기 전에 용기를 냈다. 더 늦기 전에,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마음으로. 우리 앞에는 어떤 놀라운 풍경과 소중한 기억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드디어, 여정의 시작이다. 꿈을 향한 벅찬 발걸음을 내디딜 시간이다. 모든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