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어려운 선택

돈은 어떻게 해야 할까.

by 밍글맹글부부

여행을 결심했을 때, 설렘과 기대만큼이나 묵직하게 다가온 것은 현실, 특히 금전적인 문제였다. 마흔을 넘긴 남자가 안정된 직장을 내려놓는 것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취업의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평범한 영업직이었던 내게 그 무게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아이가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남은 아파트 대출은 어깨를 짓눌렀다. 퇴사는 여행 한 달 전으로 정해졌고, 퇴사 후 최소 8개월은 수입 없이 지내야 한다는 사실은 상당한 부담이었다. 이는 2025년 1월부터 다시 월급이 들어온다는 다소 낙관적인 전제하의 계산이었다. 여행 경비를 제외하고도 말이다.


여행 준비에 돈이 쓰이는 만큼, 돌아온 후의 공백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편안한 여행을 위해서는 2024년 5월 이후에는 수입이 없을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재취업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밤마다 ‘돌아와서 무엇을 해야 할까, 다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맴돌았다. 아내와 마주 앉아 미래를 이야기하는 시간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것처럼. 우리는 현실이라는 지도를 펼쳐놓고 항로를 그려나갔다. 여행 기간의 예산뿐 아니라, 여행 이후의 삶까지 고려해야 했다.


가장 먼저 예산 확보가 급선무였다. 여행 시작 후 8개월간의 무수입을 감안하여 필요한 모든 비용을 계산했다. 항공권, 숙박, 식비, 교통, 여행자 보험 등 예상되는 지출 항목을 꼼꼼히 정리했다. 비상금, 여행 예산, 퇴직금을 합산해 보니, 여행 후 추석부터 연말까지의 생활비로 약 1500만 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부부가 아무런 수입 없이 지낸다면, 그 돈은 결코 넉넉한 액수가 아니었다. 여행 후에는 구직 활동을 하거나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다.

2023년 7월부터 여행 전까지 10개월 동안,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잠시 유보하기로 한 것이다. 외식을 줄이고 불필요한 소비를 최대한 억제했다. 겨울옷 한 벌 사지 않았고, 연말에는 출퇴근 외에는 거의 외출하지 않았다. 마치 이미 실업자가 된 것처럼, 작은 돈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예상보다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고, 조금 더 마음 편히 여행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3월,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주변의 반응은 다양했다. 나를 잘 아는 동료들은 걱정 어린 시선과 함께 “괜찮겠어?”라는 질문을 건넸다. 오랜 친구들은 우리의 선택을 응원해 주었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반응은 아니었다. “마흔에 그게 되겠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잘 다니던 회사를 왜 그만둬?”, 심지어 “유산이라도 받았어?”라는 말까지 들었다. 우리는 주변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기로 했다. 우리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우리 몫이었기 때문이다.

마흔 초반, 나는 12년, 아내는 10년간 몸담았던 익숙한 업계를 떠나기로 했다.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이 결정에 아내에게 깊이 감사한다. 여행을 포기했다면 우리는 훨씬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퇴사와 여행으로 인한 기회비용은 상당했다. 대략 고급 수입차 한 대 값은 될 것 같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생계에 대한 걱정, 주변의 시선에 대한 부담 등 어려움은 산적해 있었다. 당장 장인, 장모님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오랜 고민 끝에,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용기를 냈다. 그리고 10개월 동안 예산 마련을 위해 절약하며 노력했다. 누군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을 계획한다면, 그로 인해 감수해야 할 현실적인 어려움들을 먼저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한 것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충분히 고민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묵묵히 나아가는 용기이다.

퇴사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다. 인수인계는 예상보다 오래 걸렸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했다. 팀장이었던 나는 모든 업무를 꼼꼼히 점검하고 마무리해야 했다. 아내는 나보다 한 달 먼저, 따스한 봄기운이 느껴지는 3월에 회사를 떠났다. 업계 특성상 3월 퇴사가 회사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벚꽃이 만개한 4월, 나 또한 오랜 시간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남은 연차를 소진하여 4월 초에 퇴사했지만, 4월 말까지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다.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묘한 해방감과 함께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이 밀려왔다. 새로운 항해를 앞둔 배처럼, 우리는 희망을 품고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따스한 5월의 햇살 아래, 우리는 꿈꿔왔던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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