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주를 본 건 스물일곱이었다. 그 나이쯤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사주를 본다더니, 나도 결국 그렇게 끌려가듯 따라갔다. 친구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돌아올지를 물었고, 나는 궁금한 게 딱히 없었지만, 어쩐지 이름과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을 조용히 적어냈다. 선생님이 내 사주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네… 남자가 없어.”
사주 선생님은 내게 남자가 없다고 했다. ‘아, 그러니까 너의 연애운이 좀 없다’는 식의 말이 아니라, 정말 남자가 없다는 거였다. 나는 잠시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피식 웃었다. 아뇨, 선생님. 저는 남자를 만나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예정입니다.
“근데,”
선생님이 다시 말했다.
“결혼운은 있어.”
종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을 이어갔다.
“분명히 결혼할 팔잔데… 남자랑 하면 안 돼. 해도 오래 못 가. 이혼해.”
나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럼 여자랑 하면 잘되나요?”
선생님은 잠시 눈을 내리깔더니, 고개를 들고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응. 여자랑은 괜찮아.”
그 순간, 웃음이 나왔다. 너무 황당해서가 아니라, 너무 정확해서.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마음을, 누군가 대신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예전 여자친구와 장을 보러 갔던 날이 떠올랐다. 우리는 두부를 고르고, 만두를 집어 들고, 계산대에 나란히 섰다.
“저녁엔 김치찌개 해 먹자.”
그 말에 끄덕이며 지갑을 열다 말고, 나는 말했다.
“우리 이렇게 계속 살면, 결혼이랑 비슷하지 않아?”
그 애는 고개를 젖히며 웃었다.
“지금 결혼생활 3년 차 느낌인데?”
그 애는 웃을 때 윗니가 먼저 드러났고, 말끝은 항상 한 톤 올라갔다. 나는 그걸 볼 때마다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둘 다 웃고 말았지만, 그 말엔 어쩐지 진심이 조금 섞여 있었다. 결혼은 못 하더라도, 결혼 같은 건 하고 있다는 기분.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아도 충분한 어떤 관계.
그날 밤, 나는 낮에 들은 사주 이야기를 해줬다.
“선생님이 그러는데, 남자랑 결혼하면 안 된대. 하면 이혼한대.”
그 애는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고, 진지하게 물었다.
“그럼 여자랑은?”
“괜찮대.”
내가 대답하자, 그 애는 눈을 감고 말했다.
“그럼 됐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불속에서 손을 잡았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보다, 그날 밤의 대답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지금까지의 내 삶이 어떤 예언보다 더 정확했다고 믿는다. 누군가를 좋아했고, 사랑했고, 함께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모든 마음이 진짜였다는 걸, 나는 내 몸과 기억으로 알고 있다.
남자는 없고, 결혼운은 있다.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간단했고,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그 말은 내가 애써 설명하지 않아도 누군가와 오래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았다. 누굴 좋아하고, 같이 살아보고 싶고, 식탁을 나누고, 겨울에 전기장판을 같이 켜고 싶은 마음.
남자는 없고, 결혼운은 있다. 그 말이 요즘 꽤 위로가 된다. 남자는 없어도 되니까, 여자가 좀 많았으면 좋겠고, 가능하면 그중 한 명이 오늘이라도 나타났으면 좋겠다. 준비는 다 되어 있다. 마음도, 전기장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