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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기포도 Nov 11. 2024

엄마는 할머니가 됐는데

토끼 인형

오랜만에 엄마를 만났다. 그렇게 오랜만에 본 것도 아니건만 그 사이 내가 기억하는 우리 엄마 얼굴이 아니다. 신분이 할머니는 맞는데(손주 있는 공식 할머니)...



밥 잘 챙겨 먹어라 잔소리하면서 각종 즙이랑 뭘 잔뜩 바리바리 챙겨 주고서는 이거 너 주려고 직접 떴다며 뜨개질로 만든 인형도 줬다. 조끼를 입은 분홍 코 토끼 인형이다.


?




어릴 때 매일 업고 다니던 애착 인형이 있었다. 조끼를 입은 흰 토끼 인형 한 쌍..

부모님 결혼 선물이었다는데 내가 그 인형을 너무 좋아해서 꼬마 때부터 업고 다니고, 목욕도 같이 하고, 잠도 옆에서 재우던 기억이 난다. 애지 중지 동생처럼, 강아지처럼 끼고 다녔다. 근데 어린애가 인형에 너무 집착하니까 걱정되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해서 엄마가 그중에 하나를 치워 버렸다. 그 인형의 색이 분홍색 코를 가졌었다. 다른 하나는 지금도 가지고 있다.



지금 육아법이나 정서에는 자녀한테 그러면 안 된다. 그건 옳지 않은 양육 방식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난 그게 그렇게 상처로 남아 있지도 않고, 그럭저럭 보통의 어른으로 성장했다. 당연히 그 당시엔 울고불고 드러눕던가 했겠지. 근데 어쨌든 다 잊어버렸다. 그냥 해프닝이었다. 지금 나보다 어렸던 그때의 엄마 잘못이라느니, 무지한 양육자가 어린애 마음에 트라우마나 상처를 줬다는 원망이나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쩌면 엄마도 잊었을 것이다. 무의식은 아니었으니 기어코 딸 주려고 한 땀 한 땀 만들어 줬겠지만.. (속상.. 눈 안 좋다며 왜 이런 거 줘,,)





그러나 막상 그 딸내미는 나이 먹어서 시집도 안 가고 개만 끼고 있으니 천하에 불효가 아닐 수 없다.


미안하게 됐습니다..ㅎ



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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