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단편 소설 '벌레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와 소설의 모티브가 되는 같은 사건이 있습니다. '주영형 사건(이윤상 유괴 살인 사건)'이라고 알려진 실제 범죄인데요. 피해 아동을 납치한 진범이 알고 보니 유괴범을 찾는 방송에 인터뷰도 한 피해 아동의 학교 체육교사였던 사건입니다. 당시 전두환이 특별 대국민담화까지 발표할 정도로 충격적인 범죄였습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에서 다소 개신교를 부정적으로 다룬다고 느껴집니다만 저는 종교적 관점보다는 프로파일러(박지선 교수)의 해석 위주로 포스트를 작성해보겠습니다.
[단편] 벌레 이야기-이청준 (영화_밀양) (tistory.com)
이신애(전도연)는 남편과 사별 후, 어린 아들 준과 단 둘이 밀양으로 오게 됩니다. 그녀는 서울 사람이고 직접 밀양에 연고도 없지만 죽은 남편의 고향에 와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텃세 부리는 동네 사람들에게 만만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척 한게 독이 되어 그녀의 전부였던 준이가 유괴를 당해 사망합니다.
범인이자 아들 준이가 다니는 종합 학원 원장입니다. 아이들에게 웅변을 가르치고 등•하원 버스를 직접 운행합니다. 활기차고 친절한 사람이지만 딸에게는 폭력적인 모습이 어딘가 싸한 인물임을 암시합니다. 박지선 프로파일러는 박도섭이 강압적으로 딸을 범죄에 가담시켰을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보였습니다. (의견일 뿐입니다.)
학부모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신애가 남편 사망 보험금을 받았으며, 밀양에 땅을 알아보고 있음을 알고 돈이 많다고 생각해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신애가 밀양으로 온 첫날, 신애에게 첫 눈에 반한 노총각입니다. 술과 야한 농담을 좋아하고 다방 종업원을 희롱하는 가벼운 사람이지만 항상 신애의 곁에서 도움을 주고, 공감하고 수용해 주며, 신애만은 진심으로 위해줍니다. 이신애가 아들을 잃은 후 신앙에만 기대게 되자, 자신은 종교에 별 뜻도 없으면서 함께 교회도 다닙니다. (프로파일러 박지선 교수는 영화의 영제목 secret sunshine(비밀스러운 햇빛) 이 종찬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해석합니다.)
신앙을 접해 믿음으로 아픔을 극복했다고 확신한 신애는 교도소에 면회를 가서 직접 박도섭을 만나 '당신을 용서했다'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말려도 확고했습니다.
그런데 면회 당일, 박도섭의 편안한 얼굴을 보고 신애는 자신이 오만했음을 깨달아 큰 충격을 받습니다. 면회가 끝나고도 넋이 빠져 있다가 교도소 주차장에서 실신합니다.
박도섭은 온화한 얼굴로 이미 자신도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있으며,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자기는 이미 용서를 받았답니다. 모든 걸 잃었는데, 이제는 용서할 기회조차 빼앗긴 것입니다. 신애는 이성을 놓아버립니다.
어떻게 용서를 해요?
용서하고 싶어도 난 할 수가 없어요.
그 인간은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데,
그래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는데,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그 인간을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벌레이야기 중
그녀는 극도로 불안정해졌습니다. 지렁이를 보고 놀라서 소리지르며 울기도 하고 한밤중에 교도소에 있는 그놈에게 전화가 왔다며 종찬에게 전화를 걸기도 합니다. 종찬은 이를 헛소리 취급하지 않고 진심으로 공감하며 받아 줍니다.
이런 보살핌에도 신애의 정신 이상 증세는 끝내 복수심이 되어 교회에 대들고 반(叛)하는 듯한 행동으로 발전합니다.
보여? 보이냐고.
기어코 하나님 보란 듯이 교회 장로를 성적으로 유혹하고 집에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신애는 과도로 손목을 그어 자해하고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살려주세요.
며칠간의 입원 치료 후 퇴원하는 날입니다.
머리를 다듬으려고 들어간 미용실에 박도섭의 딸이 미용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머리를 자르는 살인자의 딸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근황을 묻던 신애는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도중에 나옵니다.
집에 돌아와 스스로 머리를 마저 자르기 위해 신애는 거울을 들고 햇볕이 내리쬐는 지저분한 마당으로 나옵니다. 뒤따라온 종찬이 거울을 잘 볼 수 있게 붙잡아 주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이신애: 전도연
김종찬: 송강호
박도섭: 조영진
이민기(신애 동생): 김영재
준: 선정엽
정아: 송미림
김집사: 김미향
강장로: 이윤희
목사: 오만석
신사장: 김종수
주방장: 이성민
양장점 주인: 차미경
개봉: 2007.05.23. (재: 2015. 5. 21. , 2019.12.11.)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드라마, 멜로, 로맨스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141분
배급: 시네마서비스
원작: 소설 벌레이야기
전문은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것 입니다. 브런치 작가 감투를 달게 되어 올려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