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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ki Mar 06. 2024

이게 맞나...

내가 산티아고를 다시 가기로 마음먹고, 퇴사날짜를 대충이야기 했다.

영국 스타벅스에서 일 잘하던 놈이 퇴사를 한다니 뭔 일이 있나 싶어 하더라.

별일은 아니고, 그냥 일이 있어서 간다고 했다. 내가 한국을 워홀 비자 3개월을 남기고 돌아왔다. 왜 돌아온 이유를 누군가가 묻는 다면, 내가 맺어준 커플이 결혼한다고 하니 돌아갔다. 솔직히 좀 의미 있지 않는가? 아닌가?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 결혼하는 친구가 나에게 비행기 티켓을 보내주기로 했지만, 그건 내가 생각해도 좀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그 친구를 핑계로 한국에 오기로 했다.

그래서 한국에 10월에 귀국 확정 티켓을 구매했다. 이때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냥 그건 생략. 그거 쓰면 진짜 한도 끝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다 생략하고 티켓 예약할 때 런던에서 한국을 갈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을 통해서 갈 것인지 고민했다. 찾던 도중 파리에서 한국 가는 것이 그나마 저렴하더라.

그래서 파리에서 한국으로 가는 10월 티켓을 구매하고, 산티아고를 계획하고, 그리고 퇴사를 통보했다!

내가 생각해도 P가 J처럼 행동하던 느낌이었다. P가 J인척 하니까 엄청 피곤하긴 하더라. 편하긴 했는데 말이다.

내가 퇴사하기로 한 날짜는 8월 중순쯤이었다. 왜 그때 했냐 하면, 한주 정도 좀 쉬고 놀면서 정리할 거 정리하고 그런 다음 영국을 떠나 산티아고를 걸으려 했다.

그렇게 시간은 다가오고 어느 순간 내가 영국에 떠날 날이 왔다. 진짜 이때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다.

내가 새벽에 정말 꾸역꾸역 일어나서 지하철 첫차를 타고 스텐스 공항으로 갔다. 진심 시간이랑 여유까지 모든 것을 맞췄다. 그리고 탑승시간이 다가왔다.

그렇게 탑승시간을 눈누난나 하면서 기다렸다.

엄마랑도 통화하면서 '하... 잘할 수 있겠지? 진짜 곧 한국 간다. 엄마~'이러면서 기다렸다.

근데 이게 뭐지...?

응?

에? 왜 안타?

좀 있다가 전체 방송으로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sorry, flight has problem so, it will take 30 minuiets' 뭔 소리냐고? 비행기에 문제 있어서 30분 대기하래.

그래 뭐 다들 저가 항공이니까 30분쯤이야. 하는 분위기였다. 나 또한 나야 여유로운 사람이야 이 정도는 다 예상했지 음음. 하면서 그랬다.

근데 30분이 지나니까 1시간을 기다려달래, 음...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1시간 기다리니 그때부터 태세가 바뀌었다. 언제 뜰지 모른다라는 것으로.

사람들이 난리 났다. 나는 그저 노래만 듣고 있으면서 시간 때우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했는데. 뭔 일인가 하고 알아보니. 영국 전체에 공항 교통시스템이 먹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 전체 공항이 먹통이라는 것이다.

정말 몇몇 개의 항공기만 움직인다는 것이다.

와 씨 이거 돌겠데... 그렇게 몇 시간을 보냈을 까...

어느 순간 지상직 승무원이 나갈 수 있게끔 하더라.

처음에는 여기로 가라 하다가 또 여기 가니 저기로 가라 하면서 해서 갔더니 결국 나가는 거더라.

그때 들었던 생각이 '이게 맞나...' 싶더라.

심지어 그 와중에 짐은 또 진심 더럽게 안 나와서 기다리다 거기 관리하는 사람한테 이야기하니까.

'your laggues has gone to Paris.' 이러는 헛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내 몸뚱아리는 여기 있는 데. 왜 내 짐은 지 혼자 여행하는 건데...

이래저래 막 이야기하니까, 나중에 나가서 그 항공사 창구 가서 이야기하라고 하더라.

일단 알겠다. 하고 지쳐서 나오고, 창구로 가려고 하니 진심 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사람들이 줄 서있었다.

일단 한숨을 푹 쉬고, 어찌어찌 기다렸다.

기다리다 보니, 창구 근처에 도착했고, 항공사 직원이 캔슬된 티켓과 관련하여 보상 종이를 나눠줬다.

그 종이를 받고 나는 내 캐리어에 대해서 이야기하니까. 그건 또 다른 창구 가서 이야기하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창구 쪽을 보니 사람이 또 엄청 많네? 일단 한숨을 쉬면서 또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서 진심 울고 싶을 때쯤 창구에 도착하니 또 여긴 아니라고 하더라.

진짜 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하면서 '그래, 여긴 영국이지'라는 생각과 내 티켓이 보상에 들어가는 가를 확인을 먼저 했다.

이때는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했어야 했다. 확인을 하니 일단 내 예약은 보상 대상이 아니라고 떴는데. 일단 시간이 지나야 한다고 하길래. 너무 힘들어서 밥이라도 먹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렇게 공항 안에 있는 weather spoond이라는 영국의 저렴한 펍에서 햄버거와 맥주를 마시면서 계속 보상 대상인지 보니 어느 순간 맞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싸! 하면서 천천히 봤다.

거기서 대안이 몇 가지가 있었다.

1. 그대로 우리 항공사를 이용하되 다른 날을 예약하던가.

2. 다른 항공사로 예약하면 우리가 보상해 준다.

3. 그냥 취소하면 우리가 예약 금액에 몇%를 우리 항공사 포인트로 돌려주겠다.

이것이었다. 1번을 하면 내가 그 비행을 기다리는 동안의 숙박 및 식음료 비용을 나중에 청구하면 돌려주겠다고 적혀있었다. 나는 당연히 1번을 했다.

왜냐면 2번, 3번은 나에게 큰 매리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번을 할 것이라 생각하고 밥을 먹었다. 그런 뒤 내 캐리어를 찾을 생각으로 창구로 다시 갔다.

그땐 다행히도 사람이 없었다.

창구에 가서 "내 캐리어가 파리로 갔다는 데 알아봐 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그러니 잠시만 기다려보라면서 어떤 사람이 캐리어 찾는 곳에 연락하더니,

나에게 "너 캐리어 혹시 밀리터리(풀떼기 그려진 것 같은 그런 걸 의미함)같이 뭐 나뭇잎 그려진 그런 거니?"

라고 묻길래, 나도 막상 생각이 안 났다.

왜냐하면 그런 느낌이었나? 하는 그림체였기 때문에 뭔가 보기에 따라 다른 느낌이었다.

그래서 음... "아닌 거 같은데..." 이렇게 대답하다가 문득 내가 인스타에 나 산티아고 간다고 푸념 겸 캐리어 사진을 찍은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그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거야 이거!" 하면서 가리켰다.

직원이 그걸 보더니 "오! 그거 아직 수화물 나오는 곳에 있데!" 하면서 본인을 따라오라고 했다.

아직도 기억나던 게 중년의 여성분이셨고, 내가 긴장을 하지 않도록 이것저것 계속 말을 걸어줬다.

어디서 왔냐, 뭐 이런저런 이야기들 말이다.

그리고 수화물 섹션에 오니 내 캐리어가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 감격해서 진짜 너무 감사하다고 하면서 있었는데, 이게 또 분실물로 처리되어서 뭐 이런저런 서류를 작성했다.

나는 '아... 귀찮은 데' 하면서 최대한 빨리 썼다.

그리고 그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나갔다.

나는 그때 정말 '이거까지 망했으면 나 진짜 한국 가야겠다.' 이 마음에서, '그래도 나는 운이 좋구나'로 생각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직원이 나를 배웅해 주면서 "너 꼭 영수증 사진들 찍어, 이 항공사가 네가 쓴 돈들 다 pay back 해줄 거니까."라는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도 나는 의심이 계속 들어 다시 항공사 데스크에 가서 제대로 물어봤다.

"이거 진짜 pay back해주는 거 맞아?" 그렇게 물으니 직원이 하는 말이 "만약에 네가 힐튼에 지낸다 하면 1박만 가능하지만 내일 조식까지 제공해줄 수 있고, 그게 아니라 그냥 너무 비싼 곳만 아니면 영수증 제출하면 다 돌려줘."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우스개 소리로 "사보이 같은 데는 피하라는 거지?"라고 하니, "응, 맞아 그런데 안돼"라고 하면서 직원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 직원 그날 진짜 지친 표정이었다.

나도 그 사람을 보면서 '그래, 이번에 지상직이 제일 힘들었겠다.'이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는 튜브를 탔다.

그때 시간은 내가 공항에서 도착한 뒤 16시간이 지난 오후 9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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