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대체 어떻게 다이어트를 했는가
2021년 5월. 바디 프로필을 찍었다. 77kg에서 무려 30kg 감량한 47kg의 무게로.
그래서 지금은 몇 키로냐고? 60kg을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1년 째다.
물론 47kg으로 평생 살아갈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너무 많이 빠졌고 다이어트 방식 자체도 야채랑 닭가슴살만 먹는 초절식을 6개월 넘게 지속했으니 (물론 입터짐 있었음) 5kg 정도 증량한 52kg의 몸으로 1년을 넘게 살았다.
나름 유지가 잘 됐다는 말이다. 운동도 꾸준히 했고 먹고 싶은 걸 먹을 때도 있었으나 평상시엔 식단을 했고 유산소를 조금 빡세게하면 금방 몸이 돌아왔다.
다이어트는 불행과 가난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물론 최빈국에선 먹을 것이 없어서 비쩍 말라 영양실조에 걸리지만 선진국의 빈곤층은 좋지 못하고 싼, 칼로리만 채우는 정크 푸드 밖에 먹을 수 없어 살이 찐다. 가장 들먹이기 쉬운 예로 미국이 있겠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농업사회고 시장에서 좋은 야채를 아주 싸게 구할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상위에 3개 이상의 나물을 올려놓는다. 이것도 고령화되어 우리 사회를 떠받들고 있는 구성원들이 줄어들고 현재의 Gen-z 세대들이 성인이 된다면 점점 없어지는 이야기가 될 거다.
손질 야채만 구하느라 야채 가격이 올라가고 손질 해야 하는 떨이식 저렴한 야채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겠지. 구할 수 조차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돌고돌아 꺼낸 것은, 2022년 나에게 크게 가난과 불행이 찾아왔다는 뜻이다. 시부모님은 대치동에서 가게를 하셨고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꽤나 장사가 잘 되는 편이었다. 그러나 아버님께서 암에 걸리셨고 가족 구성원의 인건비로 돌아가던 가게는 이제 언제 문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그랬다. 내가 다이어트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이 쉬지않고 일을 해주었던 덕분이었다. 그 당시에 나는 전업맘이었다. 카페를 하며 발급받은 카드를 돌려막기해가며 겨우 살았다. 남편의 월급이 있었기에 카드와 신용의 호사를 누리며 비싼 PT도 받고 각종 자격증도 공부할 수 있었다.
쿠팡에서 닭가슴살이랑 야채를 사고, 아들과 남편의 밥을 따로 차린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사치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뼈저리게 깨닫는 중이다.
멍청하게도 식비에 월 30만원(게다가 하루 만원씩, 우리는 생활비 달력을 쓴다.)을 쓰면서 다이어트를 하려고 했다니. 그러기엔 난 너무 게을렀으며 무지했다. 살림을 잘하는 편도 아니었다. 공부할 것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었다.
버진 올리브유, 무항생제 닭가슴살, 멸균 우유, 좋은 단백질(WPI)를 사먹으면 일주일에 식비 30만원 쓰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게다가 우리 아들과 남편은 대식가다. 이 들의 양을 나에게 맞추는건 가족들에게 거의 고문이며 학대가 따로없다. 치킨과 피자를 제일 사랑하는 족속들. 밥 먹으며 콜라를 마시고(결혼 전 나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냉동음식과 만두, 인스턴트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 사람들...
음식을 잘 못 길들인 내 잘못이라면 내 잘못인데, 카페를 하기 전까지 남편이 가져오는 돈은 200 남짓의 외벌이였다. 그 돈안에서는 식자재 마트에서 가장 싼 것들을 골라 양 껏 먹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었다. 그것이 나를 살 찌웠다.
이제는 마흔 가까이 되어 가니 예전만큼 많이 먹지도 못하고 입만 고급이 되어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긴 쉽지않다. 다행히 벌이도 같이 늘었다. 그만큼 생활비가 늘었다.
그래도 여전히 유기농과 고급 식재료는 우리에게 아주 멀리 있다. 카드를 돌려막던 예전의 나에게 돌아가 멱살을 잡고 싶다. 어쨌든 지금이라도 겨우 수습되고 있으니 우리는 큰 경험을 얻었다, 여전히 긴축재정 중이고 신용은 회복 중. 그래도 아파트에서 남들만큼 하려고 꾸역꾸역 애쓰며 사는 중.
이런 나에게 다이어트를 위한 회복은 어쩌면 아주 멍청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또 꿈을 꾼다. 우리에게 무언가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더 좋아질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내 회복은, 무브먼트 리셋은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부유한 삶으로의 열망, 좋고 건강한 삶과 시간들을 갖고 싶은 열망. 그런것 치곤 꽤나 절망에 절어있다.
40분 존2에 머무르며 실내 싸이클을 타는 것은 꽤나 희망을 요하는 일이다. 식비 월 30을 쓰며 고구마와 계란으로 하루 중 한 끼를 먹는 일은 엄청난 희망을 요하는 일이다.
삶이 달라지길 바란다.
어쩌면 다이어트는 단순히 예쁜 몸에 대한 욕망이 아니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갈망이다.
그래서 내 무브먼트 리셋은 결핍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는 데에 목표가 있었다.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 동안의 삶에서 더 나아지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치며 여기까지 왔는지, 얼핏 평안하게 느껴지는 하루가 그 시간들을 자꾸 흐릿하게 만든다.
하지만 성장 아니면 도태뿐이다. 더 성장해야만 한다.
돈을 벌거다. 비싸고 할인을 해줄 생각이 없는 시설 좋은 헬스장에 등록할 거다.
젊고 의욕과 열정이 넘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싶다.
이제는 집에서 5분 깔짝 운동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다시 욕망이 꿈틀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