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 리셋 #9 불안과의 조율

조증과 불안장애 그 사이 어딘가

by 우먼코어

최근엔 약을 먹어서인지 나른함을 견디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콘텐츠는 예약을 걸어놓고 잠을 자거나 외출하는 시간을 가졌다. 혼자 대학로 소극장에 가서 공연을 본다던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어머니와 수다를 떨며 침대를 만끽한다던가 하는 식이었다. 무브먼트 리셋이 간간이 생각났고 노트북을 열었던 밤도 있었지만, 별다른 글을 쓰진 않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싸이클을 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우리집엔 꽤나 많은 홈트 도구들이 있었다. 집에서 하는 온라인 PT강사다보니 가질 수 있는 이점이었다. 이 싸이클은 당근으로 무료나눔받아온 것인데 내 다이어트를 도와준지 2년이 넘어간다.

날이 습하고 더워져서 인지 체력이 떨어진건지 오랜만에 싸이클을 타는 것 만으로도 땀을 뚝뚝 흘렸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일하며 다이어트 할 때는 수업할 때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보존 됐던 건지 40분 정도 싸이클은 운동하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이게 꽤나 운동이 되는구나 실감이 났다.



그렇게 3일 연속 싸이클을 탔다. 꽤나 자랑스러운 결과였다.


콘텐츠는 예약으로 다음주까지 걸려있고 그 와중에 웨비나 모집인원이 조금씩 늘었다. 온라인만으로는 역부족인가 싶어서 오프라인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지인들에게 소개를 부탁했는데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벌고 싶은 액수를 생각하면 이 정도로 나태하게 시간을 보내는게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당장 수준에 돈도 없는데 도대에 이체 무슨 여유람.


그런 생각 때문인지 밤마다 종이를 꺼내 이것저것 적어보기도 하고 생각을 쏟아내는데 에너지를 쓰려 애를 썼지만 물컹거리는 곤약이 뚝뚝 끊기는 것 마냥 생각들이 연결되지 않았다. 물컹거리는 덩어리들을 비워내지 못하고 머리속에 쌓아내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론 생각했다. 어쩌며 늘 불안에 휩싸여있었기에, 이대로 있으면 안된다는 막연함 공포감에 모든 것을 계획하고 달려왔던 것은 아닐까. 결과적으로 그 공포를 이기기 위한 열정의 순간들은 지금의 평안을 가져다 주었지만, 이게 나를 갉아먹었던 것은 아닐까.


무브먼트 리셋을 시작하면서 정신과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가슴이 조여와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려웠고 가끔은 죽을 것처럼 어지러워 진짜 죽을 병이 걸린게 아닌가 싶기도 했었던 순간들. 갑상선이나 당뇨를 의심했었는데 공황일 거란 생각을 못 했다.

죽을 것 같은 발작만 공황일거라 생각했던 거다. 모든 병의 근원은 스트레스라 했던 가.

약을 먹은지 거의 8일차 잠이 쏟아지고 머리가 멍하긴 하지만 죽을 것 같이 어지러운 두통들은 사라졌고 흉통을 조이는 심장박동도 잦아 들었다.

그래서인가 이러게 뒹굴거려도 되나 싶게 뒹굴거리고 있다.


웨비나 목표 인원은 50명. 현재 약 3주 남았는데 이제 11명이 모였다. 돈을 벌거라고 생각한다면 공격적으로 이거에 집중하는 게 맞는데, 나는 이런 스타일과 안 맞는 것 같다. 다른 콘텐츠를 재미있게 올리면서 내 스타일 대로 사람들을 모으고 싶은데, 이러면 내가 돈 주고 브랜딩을 배우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서 엄청 참고 있다. 근데 문제는 그러니까 쓰레드고 인스타고 재미가 없다.


나를 그대로 드러내고 내 이야기를 하며 소통을 하는 공간이었는데, 뭐 그렇다고 해도 엄청 잘되진 않았지만 완전 상업적인 홍보쪽으로만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나? 그것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한다.


아 정말 다음주부터는 운동도 식단도 열심히 하고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 공격적으로 해야지- 하는데 내 맘이 내 맘같지 않을 것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이 놈의 니맘내맘은 언제나 돈벌이의 가장 큰 적수다. 사실 마음이 뭐가 중요한가, 할 일을 묵묵히 성실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브랜딩 수업을 받으며 그것을 가장 크게 배우고 있다.


조급하게 늘 아무것도 없이 결과만 생각하며 일을 벌이고 과정에 신경을 쓰지 못 했떤 많은 나날들. 그래서 퀄리티가 많이 떨어졌었다. 그리고 그래도 그냥 했다. 하지만 이제 퀄리티를 조금 더 신경쓰고 싶다.

그러기 위한 쉼의 시간이다.



늘 정신없이 이것저것 해왔던 나도 웨비나 홍보 중에도 이것저것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지만 현재는 해야할 일에 먼저 집중하려고 노력 중. 이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일들을 중첩적으로 쌓아가면 모를까.


오히려 회사에 다니면서 일을 할 땐 에너지도 받고 이것저것 생각했던 것 같은데, 집에서 쉬다보니 자꾸 그냥 손 놓고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나의 불안이 발동하지 않고 잠잠한게 불안하다.




불행했던 사람은 결국 자신의 삶을 불행으로 끌고 간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이 싫고 그렇게 멍청하게 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불안을 등에 엎고 최악의 상황들을 생각하며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이게 맞는 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더 고상한 단계에 이르러서 이제 이런 불안의 통치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지도 모르지. 더 새로운 무언가가 있을지도.



나는 더 앞으로 나아가기 원한다. 여전히. 그런데 어떤 방법이 옳은 것일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최악에 상황에 대한 발빠른 대처와 자학적인 노력들이 더이상 나를 보호해주지 못 할 것만 같다. 하지만 나는 이 것말고는 나를 지키는 방법을 모른다.

그러니 배워야겠지, 공부해야겠지.


남편이 오랜 시간 가르쳐준 여유와 아들이 가르쳐준 사랑으로 조금은 다른 삶을 그려나가기 위해,

나의 무브먼트는 리셋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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