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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영구 Jun 30. 2021

#2 당신에게 보내는 답장

[댕경X인영구]인영으로부터


S에게 보내는 편지는 잘 읽었어. 나도 20살의 첫 시작을 축하하고 응원한다는 얘기 꼭 전해줄래? 나는 이 편지를 읽다가 당신의 이십 대에게 편지를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옛날에 교직 수업을 들으면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말이 "중학교 1학년 학생은 초등학생이나 다름없다'는 말이었어. 생각해보면 대학교 1학년 학생 역시도 고등학생이나 다름없을 거야. 우리는 근데 '스무 살' '대학생'이라는 이름 아래 내가 굉장히 어른이 된 것 같고 또 어른처럼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돌이켜보니까 무척 웃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무 살이 뭐라고. 그런데 또 이런 생각도 들어. 그럼 스물한 살은 대수인가? 스물둘은? 나는 참 어렸을 때랑 변함이 없어. 조금 자랐다, 철이 들었다 정도지만 15살의 인영이와 25살의 인영이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스무 살이 되자마자 짜잔 하고 인생의 목표가 생기는 건 이상한 일이라는 거지. 스무 살이 되자마자 세상 모든 걸 통달한 사람처럼 더 이상 외롭지 않은 삶도 이상해. 오빠의 스무 살은 어쩌면 되게 당연한 시기였을지도 몰라. 그때의 당신을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오빠는 지금 더 나아졌을까? 적어도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은 못 되었을 거야. 그럼 우리는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고, 혹여나 만났더라도 이렇게 글을 주고받는 사이는 아니었을 거야. 그렇다면 나는 당신의 스무 살, 당신의 스물한 살에 고마워해야겠다. 혼란스럽고 외로운 그 길을 잘 건너서, 엄청난 경험치로 S에게 다정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되었잖아.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편지를 보내고, 솔직한 문장들로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사람으로 자라줘서 고마워.




오늘 출근을 하면서 차장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 내가 준비되었을 때 인생의 사건을 마주한다면 참 좋겠지만, 인생은 언제나 내 준비보다 반 박자 빠르대. 40여 년을 살아오신 분께서 하신 말이니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는 말인 것 같지. 오빠. 인생은 언제나 내 준비보다 반 박자 빠르대. 내가 마음의 준비를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그 애는 언제나 나보다 앞서있고, 나를 당황스럽게 해. 그러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오빠 말대로 지금의 삶에 감사하며 지금 더욱더 열심히 살아내는 것뿐일 거야. 그래서 나는 스무 살로 돌아가라면 돌아가지 않을 거야. 맨 처음 어른이 되어, 사회에 발을 내딛고, 혼란 속에서 불투명한 유리를 닦아내는 삶으로. 오빠는 어때? 여전히 돌아갔으면 해?    





*


나 역시 S에게 한 마디 한다면 오빠의 편지의 마지막 말과 같을 거야. "어른인 것처럼 얼른 돈을 벌어 독립하겠다, 취업을 하겠다는 말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 것.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것. 실패가 두렵더라도 한 번은 해볼 것. 그리하여 네가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임을, 스스로가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에게 보내고 싶은 말 역시 같아. 당신의 가능성을 믿을 것.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당신이 얼마나 반짝이며 빛나는 사람인지 스스로 인정해줄 것.




S에게도, A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우리는 각자 다른 길에 서있지만 다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믿어.




더 나은 삶을,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을 꿈꾸는 것.

우리 늘 고민하는 사람이 되자.

스스로가 얼마나 대단하고 기특한지 생각하고, 나 스스로에게 따듯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되자.




스무 살의 어느 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 말고 현재에 감사하며

더 나은 내가 되기를 기도하는 그런 사람이 되자.

서른다섯, 마흔 살의 삶을 기대하자!




나는 당신의 서른다섯과 마흔과, 여든이 기대돼.

그리고 나의 서른과 쉰, 그리고 일흔일곱이 기대해.






2020.03.04

인영으로부터





*

[아우어 레터는 매주 수요일 연재됩니다]


INS.

댕경 @luvshine90                                    

인영구 @lovely___09                                  

지름길 @jireumgil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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