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두 번째 여행 #5
나는 참 운이 좋게도 전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것이 현지인이든 현지인이 아니든. 가깝게는 방문하고자 하는 나라에 파견 나와 있는 분, 이민 오게 된 분, 그리고 유학을 하고 있는 분 등. 멀게는 건너 건너 알고 있는 분의 현지 친구를 만나게 된 적도 있다.
여행 시 각 나라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나는 현지에서 살고 있는 분들과 만나는 묘미에 빠져있다. 이번 퇴사 후 두 번째 여행에서도 떠나기 전 현지에 살고 있는 분들과 컨텍을 했고, 현지 도착 후 차곡차곡 즐거운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
현지에서 유학을 하고 있는 한국인과 외국인,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 분 등 현지에 일정 기간 이상 살고 있는 분들을 만나면 '남다른 맛집, 새로 생긴 상점, 데이트하기 좋은 곳'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으며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반짝이는 현지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1) 스미스소니언 조각공원은 전 세계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새파란 정원, 봄 여름 가을 시원하게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대가 어우러져 장관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진짜 묘미는 겨울. 분수대를 막고 얼음을 씌워 동네 주민들이 즐겨 타는 아이스링크장이 개장된다. 워싱턴디씨만 일곱 번째 방문이지만 처음 타봤다. 이번 겨울은 추위가 심해 2월이면 끝나는 아이스링크장이 3월까지 연장된 것.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오랜만에 탄 아이스 스케이트는 워싱턴디씨에서의 추억 중 다섯 손가락에 꼽힐만한 경험이었다. 관광지만 돌아다녔다면 이런 여유는 없었을 듯.
2) 버지니아에 위치한 맥클린 고등학교(McLean High School)에서 열린 미식축구 경기를 관람하게 됐다. 선배 언니 아들이 이곳에 다니고 있어 방문하게 되었는데 역시나 워싱턴디씨에서의 추억 중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경험. 미국 고등학교를 방문한 것도 처음인데(진짜 영화에 나오는 것과 똑같이 생김) 학생들이 진행하는 경기를 보다니 꿈만 같았다. 남녀로 구성된 치어리도 공연도 최고!!
· 요건 퇴사 후 첫 번째 여행 때 경험
3) 현지 마트에서 맛있는 과자, 초콜릿 등을 섭렵했다. 현지인만큼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뿐만 아니라 꼭 사야 하는 영양제 등도 추천받았다. 마트는 언제나 신세계. 현지인과 함께 코스트코, H마트(한인마트), 홀푸드, 트레이더 조, CVS, 유명한 몰 등 잘도 돌아다녔다.
4) 현지인들이 즐기는 음식, 현지 대학원 생들이 찾는 핫한 디저트 및 레스토랑 등 입이 즐거웠다. 한국에서보다 많이 먹었지만 한국에서보다 많이 움직이기에 살은 찌지 않았다. 대부분의 음식들이 한국과 가격 차이가 없어 금전적인 문제도 없었다. 또한 여행책자의 그곳이 아니기에 여행객보다는 현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어렴풋이 알게 되는 것과 현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말과 표정 등으로 전달받는 것은 온도 차가 크다. 먹는 것과 보는 것, 공부하는 것, 생활하는 것 등. 한국과 미국, 어디가 더 낫고 못하고 가 없는 듯하다(의료는 제외). 그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떻게 즐기냐가 관건. 여행하면서 이점은 더더욱 명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