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앨리스 책이 나왔어요
네이버 메일로 집필 제안이 들어왔다. 출판사에서 기획하고 있는 아이템과 내 블로그의 포스팅들이 비슷한 맥락이라 혹시 작가로서 집필이 가능하다면 서로 이야기를 나눠 보자는 것.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찾아 간 연남동의 디지털북스. 지금은 연남동 경의선 숲길 전체가 번화되었지만 당시에는 홍대역 인근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카페도 레스토랑도 들어서기 전이라 디지털북스가 위치한 경의선 숲길 끝자락은 초행길에 상막한 느낌으로 다가왔고 출판사와의 만남을 더욱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출판사와의 만남은 다행히 순조로웠고 출판사에서 기획하고 있는 아이템과 내 블로그의 글들이 거의 맞아떨어져 책 원고를 집필하는 데에도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다음을 기약했다.
첫 번째 미팅은 직접 디지털북스로 찾아가 진행되었다면, 두 번째 미팅은 내가 편한 곳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출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첫 집필이었던 탓에 출판 계약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어 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지인을 통해 조언을 얻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출판사와 집필 계약을 한 지인들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출판 계약서에는 권리의 유효기간, 배타적 이용, 내용의 책임과 편집, 인세, 도서 증정, 판권, 손해배상 청구 등이 첨부되어 있고 인지도 및 집필 횟수에 따라 권리의 유효기간, 인세 등에 차등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첫술에 배부르랴(또 책 쓰려고?!). 권리의 유효기간과 인세는 출판사에서 제안한 것을 따랐다. 소중한 지인들이 있었기에 어렵지 않았던 계약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호기로웠다. 이미 블로그에 있는 내용들이었기에 나라별로 아이템을 정리하고 목차도 후루룩 만들어 내고 초안도 쉽게 정리했다. 매월 4~6건 정도의 여행 원고를 작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안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물론 지금 책의 내용은 초안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ㅎㅎ).
1. 자료를 정리했다
블로그에 적혀있는 내용들의 원본은 여행하면서 그림 그리고 일기를 쓴 몰스킨이다. 그래서 목차에 따라 해당 이야기를 몰스킨에서 찾고 블로그 포스팅에서 찾고 모아두었던 카드 꾸러미에서 해당 카드도 찾아 두었다.
그리고 외장하드에서 해당 시기 여행 사진들도 찾아 분류해 두었다.
2. 자료를 바탕으로 초안을 작성했다
기/승/전/결.
내가 여행했던 나라, 그리고 도시. 그때 그 기분이 적혀있는 몰스킨을 바탕으로 스토리라인을 짜고 로컬 카페와 레스토랑 주인에게 들은 이야기, 현지에서 살고 있는 지인들에게 들은 이야기 등을 나열하고 팩트 체크를 했다. 그리고 사진을 배열했는데;; 사진을 배열하고 나니 글이 매끄럽지 않아 좀 더 자연스럽게 수정이 되었고, 출판사에 보낼 샘플 원고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총 7장이 완성되었다.
3. 수정에 수정을 거쳤다
A4용지에 11 사이즈로 책 원고를 적었다. 그렇게 완성된 초안은 21개 챕터, 10개 스페셜 원고로 총 121장이었다. 처음 목표한 장수는 100장. 어떻게 다 쓰지 싶었는데 때론 한 챕터를 일주일 만에 쓰기도 하고 한 챕터만 몇 달을 잡기도 했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완성한 초안 121장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출판사에 넘겼다(한 번에 넘긴 건 아니고 챕터별로). 출판사에서는 전달받은 원고를 수정해서 보내오고 난 또 그 원고를 수정하고. 보내고 확인받고 다시 수정받고 난 또다시 수정하고.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책 시안을 받아서까지 수정은 계속됐다. A4용지로 작성한 121장을 책 시안으로 작업하고 나니 490장. 출판사에서 제안한 책의 장수는 320장. 최대한 실는다면 360장. 출간 전까지 한 달 동안 130장을 줄이기 위해 내용도 편집하느라 수정만 6개월 정도 한 듯하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봐도 봐도 오타는 나왔다는 것.
4. 사진 정리 및 각 챕터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렸다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사진 기록. 애지중지 아끼는 사진들이다 보니 원고에 넣고 싶은 사진들은 많고. 줄이고 줄이고 또 줄였다. 친구들이 미쳐 챙기지 못한 사진들을 보내줄 때면 그 사진만큼은 다 싣고 싶어서 노력했지만 역시나 줄이고 줄이고 또 줄였다. 그리고 각 챕터의 그림은.. 사실 출판사에서 준 시안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회사 홈페이지 만들 때에도 PM이면서 이것저것을 디자인했던 것처럼 챕터 시안도 직접 이것저것 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결정한 건 각 나라마다 좋아하는 스타벅스 그림. 일부는 그려놓지 않아 새로 그리기도 했는데 이 그림들은 모두 몰스킨에 있는 그림을 아이패드로 다시 그린 거다.
5. 표지도 그렸다
나는 인정하기로 했다. 내 취향은 내가 제일 잘 알고 있고 확고하다는 점을. 그래서 표지도 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려보기도 하고 저렇게 그려보기도 하고. 하지만 다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하던 중 여행을 하면서 스타벅스 컵, 로컬 카페의 특별한 컵들을 손에 들고 찍던 것이 생각나 그 모습 그대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완성한 그림. 그렇게 책 표지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출판 계약을 한 건 2018년 9월이었다. 딱 2년 전. 그중 1년은 열심히 책 작업을 했고 1년은 열심히 일을 했다. 1년 동안에는 책 원고를 쓸 시간뿐만 아니라 블로그를 할 시간도 없었다. 그래서 블로그도 버려두었었다. 정확히는 계약을 하고 5개월 바짝, 1년 동안 일일일, 급작스럽게 코로나가 터지면서 7개월 동안 다시 바짝 책 원고를 썼다. 그렇게 2년 동안 만들어 나간 책 <스타벅스로 세계 여행>. '앨리스'라는 이름으로 집필한 책.
출간 후 이야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