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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anna Feb 02. 2019

대서양의 다섯 보석, 이탈리아 친퀘테레

삶은 매일 기쁘고 행복하게, 그냥 사는 것

어여쁜 것들 앞에서 한참 침묵했다. 크고 이름난 도시의 화려함보다 이 대서양 연안의 작고 작은 마을의 본디 그대로의 어여쁨에, 그 쌓여온 시간들 앞에 숙연해졌다.


화려한 삶이 좋았다. 누구보다 그럴싸한 인생을 살고 싶었고 남들과 다르게 폼나고 멋지게 살아 이 생을 내세우고 싶었다. 그래서 늘 목말랐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사람으로 살고 싶었으나 생각처럼 쉽게 되는 일들은 아니었으니. 그래 어쩌면 내 역량은, 내가 가진 힘은 '그렇게 되고 싶어 함'을 쫓는 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그 마음을 다 포기하지 못한 채 떠나온 여행이었다. 무엇을 잃을지 분명했으나 무엇을 얻을지는 모를 선택이었으므로. 어쩌면 삶을 뒤집을 수 있는 어떤 커다란 기회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주 우연히 이탈리아 북서부 지중해 연안,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섯 개의 작은 절벽 마을 친퀘테레에 머물게 되었다. 이름도 낯설고 입에 붙지 않는,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또 기차를 타고 들어와서야 마주할 수 있는 마을.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는 이 수수한 작은 어촌 마을의 기찻길에 서서 나는, 그동안 쫓아온 화려함이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작고 어여쁜 것들이 가진 본디의 그 아름다움은 피렌체의 로마의 베니스의 그 어떠함보다 깊고 강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이 드는 삶의 당연함과 자연스러움 앞에서, 그 시간들을 오늘까지 지켜 온 세월의 무던함 앞에서 겸손해졌다. 있는 모습 그대로 주어진 생을 다독이고 인정하고 감사하며 기쁘고 행복하게 사람들은 산다. 그렇게 삶은 살아가는 것이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이 사라졌고, 할 수없겠다 여기던 일들이 괜찮아졌다. 그럴 수 없을 것 같던 것들이 아무렇지 않아졌고 그렇게만 하겠다 다짐하던 것들은 까마득하게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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