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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anna Apr 17. 2019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지구 반대별

욕망 청년이 사는 법

단 한 번도 내가 평범하게 살게 되리라 생각한 적 없었으나 그렇게 살기를 결정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원하는 것을 그저 소망으로 고이 담아둔 채 일상이 지겹고 나른할 때 가끔 꺼내어 보아도 충분했다. 누구도 내게 왜 그런 허무한 희망을 몰래 두고 보느냐 궁금해하지 않을 테니. 그저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임을 잊지 않는 것만으로 괜찮을 수 있었다.


그럴 수 있었음에도 익숙한 길을 계속 가지 않기로 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뒤돌아 거꾸로 걸어갈 것을 선택했다. 삶의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결단은 생각보다 무섭고 기대보다 무거웠다. 남들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욕망과 욕망을 진짜 삶으로 바꿔야 하는 용기가 묘하게 뒤섞여 알딸딸하게 현실과 이성사이에 취해 있었다. 여행을 결정하는 나의 처음은 그랬다. 그럼에도 이 선택과 우리의 결정은 성실하게 매일 나를 더 키워나갔다. 내가 살던 지구 반대편 하늘 아래 누워 오늘의 조건 없는 행복을 대면하자 욕망을 삶으로 바꾸어 낸 시간이 대견해졌다.

 

앞으로 더 욕망하며 살기로 했다. 소망이 마음을 비집고 나올 때면 나만 생각하고 오늘만 생각하고 진심만 생각하며 감정에 동요하기로 했다. 타인과 내일과 이성과 합리적인 판단은 내 것이라 여기지 않는다. 어차피 모두 다 가지고 갈 수는 없으니 우리는 계속 욕망하며 살기로 한다. 지금 밟고 선 지구 반대편 나의 도시도 오늘 밤 행복하기를.


2018 11_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푸른 하늘 아래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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