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예식을 치르듯
아버지는 부속 하나하나 입김을 새겼다
야근이 끝나면 드라이버와 펜치로
원시바다의 초대장을 담았다
밀린 외상값을 한껏 머금은 돛
마루 건너 신대륙으로 향하는 선체
달빛이 마려워 항해하는 그를 보았다
뿌연 달빛에 허리를 맡기고 흔들리는 안테나 위에 떠있었다
한 번도 나간 적 없지만
오랜 항해로 돛은 낡고 흠집이 생겼다
그는 떠나기 위해 태어난다
빙하의 냄새도 맡아본 적 없지만
이름 뒤에 감춰진 여운이 그를 부른다
정박해있는 것도
구경거리가 되는 것도 거부한 그는
지붕이 내려앉은 밤
아버지를 싣고 북방항로를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