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티삭호

by 록시


아버지의 항해


커티삭號



숭고한 예식을 치르듯

아버지는 부속 하나하나 입김을 새겼다

야근이 끝나면 드라이버와 펜치로

원시바다의 초대장을 담았다

밀린 외상값을 한껏 머금은 돛

마루 건너 신대륙으로 향하는 선체

달빛이 마려워 항해하는 그를 보았다

뿌연 달빛에 허리를 맡기고 흔들리는 안테나 위에 떠있었다

한 번도 나간 적 없지만

오랜 항해로 돛은 낡고 흠집이 생겼다

그는 떠나기 위해 태어난다

빙하의 냄새도 맡아본 적 없지만

이름 뒤에 감춰진 여운이 그를 부른다

정박해있는 것도

구경거리가 되는 것도 거부한 그는

지붕이 내려앉은 밤

아버지를 싣고 북방항로를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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