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나의 그림
1
지하철 마지막 칸에서 세상에 없는 얼굴이 웃고 있다
2
알람이 울리면 엉거주춤 걸음을 옮긴다 열린 문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비밀은 들키기 위해 태어나는 것 문에도 귀가 돋아있기 바라며 가지를 뻗는다 목이 말라도 삼키면 안 되는 것들
검은 복도를 따라 계단을 헤맨다 알아듣지 못할 발소리만 늘어난다
3
변덕스런 호기심에 몸을 도둑맞았다
나도 잠깐 빌려 쓰는 몸이라 속이 비어있다
입 열기 전에 판결이 끝나버린 법정처럼
발톱을 세운 짐승이 증거도 없이 나를 찢고 나오려 한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들에겐 그들의 기억만 존재하므로
거기 섞여 바람 빠진 기억을 각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