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는 밤

나의 시, 나의 그림

by 록시
브루노 조각.jpg 브루노 카타라노의 고흐를 그리다



혼자 걷는 밤



1

지하철 마지막 칸에서 세상에 없는 얼굴이 웃고 있다


2

알람이 울리면 엉거주춤 걸음을 옮긴다 열린 문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비밀은 들키기 위해 태어나는 것 문에도 귀가 돋아있기 바라며 가지를 뻗는다 목이 말라도 삼키면 안 되는 것들

검은 복도를 따라 계단을 헤맨다 알아듣지 못할 발소리만 늘어난다


3

변덕스런 호기심에 몸을 도둑맞았다

나도 잠깐 빌려 쓰는 몸이라 속이 비어있다


입 열기 전에 판결이 끝나버린 법정처럼

발톱을 세운 짐승이 증거도 없이 나를 찢고 나오려 한다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흐른다

그들에겐 그들의 기억만 존재하므로

거기 섞여 바람 빠진 기억을 각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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