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팀 흥해라. 인센티브도 많이받고
처음 신청할때만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날짜가 코앞인데 아무런 피드백이 없길래 '당첨되지 않았나보다, 역시 난 이런 운은 없는 사람인가보다'라고 체념했다. 그런데 불쑥 날아온 문자한통
포기하고있었는데 참여 확정 문자라니! 열심히 살길 잘했어. 박창선 대표님 팬이라고 구구절절 쓴 호소문이 브런치팀을 감동시킨게 틀림없었다. 그런데 뭘 준비해야하지? 옷을 사야하나 머리를 해야하나 고민하다 오바가 심한것같아 내려놨다. 대신 전에 사두었던 책을 조심스레 꺼냈다. '디자이너 사용 설명서' 케이시크에 근무할 때 나에게 위로가 많이 되어주었던 고마운 책이었다. 당시엔 디자이너로써 박대표님께 많이 배웠는데 지금은 브랜딩 마케터로서 많이 배우고 있다. 책이고 드라마고 그때그때마다 와닿는 포인트가 달라진다. 드라마 미생이 처음엔 그저 임시완 때문에 봤다면 두번째엔 영업사원 장그래 때문에, 세번째는 회사의 부조림함이나 기업 문제 때문에 보는것처럼 말이다.
토요일 날씨는 끝내주게 좋았다. 서울 사람들한테 지지 않아야 하니까 아이라인을 좀 두껍게 그리고 소중한 미러리스 카메라와 책을 챙겨 서울로 출발했다. 30분 일찍 출발했지만 날이 좋아 그런지 서울에 행사가 많아선지 차가 너무 밀렸다. 더군다가 처음 타 본 427번 버스는 도심 행사 때문에 노선 우회를 했다. 왜 경로가 아닌 곳으로 우회전을 하지? 란 불안감에 그냥 하차해 버렸다가 연희동 언덕배기를 시속 10km(체감상)로 올라가야했다. 그래도 스마트폰과 카카오맵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다행히 시작 시간 10분 전엔 페이버리트 카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까 브런치팀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이름과 연락처를 확인하고 뭘 많이 안겨 주셨다.
첫 연사가 박작가님이셔서 '이미 도착해 계시진 않으실까' 하고 뚤레뚤레 둘러봤다. 아니나 다를까 브런치팀(으로 보이는) 분들과 대화를 하고 계신 박작가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강연 후기 스타트
박작가님 프로필 사진이 근엄 진지모드여서 '글에서만 잔망미, 비글미가 넘치지 실제로는 진중한 분일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로도 잔망미, 비글미가 넘치는 유쾌한 분이셨다. 다만 글에서와는 다르게 오프라인에서는 본인을 '천재 작가, 천재 디자이너'라고 치켜세워서 자존감이 굉장히 높으신 분이라는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유명인, 교수 등이 책을 냈다면 현재는 평범한 사람들이 책을 내고 강연을 한다는 내용으로 강연은 시작되었다. 박작가님 강연은 지금까지 연재하신 그분의 모든 글을 40분 정도로 압축해놨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 한국 사람들은 두괄식을 좋아하니 첫 세네문장에서 승부를 보도록. 실제로는 '어그로'라고 표현
- 힘빼고 쓰기. 진정하고 쓰기 (모든 분노를 쓸어담아 쓰지 말자)
- 수치연연하지 말기(본인의 살아있는 경험담)
- 쉽고 명확하고 여백이 있는
- 본인에 대한 원칙은 최소한만
- 잘 읽히고 끝까지 읽힐 수 있도록
- '기타 ', '등','등등', 접속사, 전치사, '것'이란 단어 빼기.괄호빼기. 한문장에는 한 기능만. 문장 짧게
- 목표가 확실한 글 쓰기
- 20개까지 써보고 본인의 글이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 일단 20개까지는 써보는게 중요
- 본인만 만족하고 본인만 재미있어하는 그런 글 노노 .본인이 쓴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서 재미있는지 피드백 받기
수첩을 깜빡해서 컵 홀더에 메모하느라 내용이 뭣같지만 적어놓은 대로만 서술하면 이렇다.
그리고 브레이크 타임.
쭈뼛쭈뼛거리다 용기를 내어 '저어...실례지만 사인 좀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라고 말씀드렸고 박자가님은 흔쾌히 디자이너 사용설명서를 받아주셨다. 옆에서 누군가 '와아~ 연예인이다~' 라고 격한 호응을 해주셨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서메리 작가님이셨다는 비하인드 스토리.
"성함이 어떻게... "
"사부작 인생입니다(수줍...)"
"아이고~ 사부작 인생님이셨군요!"
"저번에는 실례가 많았습니다"
사실 이런 송구한 대화에는 남모를 사연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두손을 덥썩 잡고 반가워해주시는 작가님께 한번 감동받고, 쪼그려 앉아 정성스럽게 사인과 덕담을 남겨주셔서 두번 감동받았다. 박창선님 너란 분은 정말...
낯설지 않은 이름이긴 하지만 서작가님에 대해선 사실 잘 몰랐다. 그런데 그 분을 보자마자 잘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웃음으로 자꾸 홀리는 작가님. 아아...빠져든다, 빠져들어. 왜 저렇게 표정이 이쁘고 난리지? 강연보다는 자꾸 눈웃음에 홀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셀프 양볼싸닥션을 갈겼다. 정신 차려야돼!
확실히 서메리 작가님은 앞의 박작가님과는 다른 분위기였고 다른 느낌을 가지신 분이었다. 독자 친화를 추구하시고 배려가 넘치는 분이었다.
- 독자님들은 기회비용을 들여 내 글을 읽어주신다는 걸 명심
- 메세지가 분명한 글이 좋은 글, 독자가 읽기 쉬운 글이 된다 -> 독자친화적
- 메세지 분명 + 짜임새 + 독자배려
-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선택해서 집중하기
- 설명이 필요한 글은 노노. 설명보다는 알려주는 것
- 독자를 과대평가하지 마라
- 그렇다고 독자를 과소평가하지 마라. 동어사용 지양. 지나친 설명 X
-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이 길 땐 키워드에 집중
서작가님은 따뜻하고 배려가 넘치신 분이었다. 느낌이 아주 포근했다. 일러스트에서 그분 그대로가 느껴졌다.
좋은 강연, 훌륭한 강연이었다.
두분 다 강연 내용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동어사용하지 않기', '꾸준함','목표 확실'이다. 명심해야겠다.
아쉬운 점은 강연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것이다. 서메리 작가님은 한 30분 강연 하셨으려나... 두분다 시간의 압박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카페 대관 시간 때문이겠지만(아니면 직원들 근무시간?) 너무 아쉬웠다.
무료강연에 선물을 가득 받아안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뿌듯했다. 왕복 3시간이 넘게 버스에서 서서 다녔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많이 배우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그리고 멋진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과 에너지를 받아왔다.
+두줄요약 : 박창선 작가님 팬으로 갔다가 서메리 작가님께 입덕
카카오 브런치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