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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 루시 Jan 30. 2023

어느 UX/UI 디자이너의 넋두리

제품을 디자인할 때마다 회의감이 든다.

우리가 욕심대로 열심히 만들었으니 이거 꼭 써야만 해! 라고 강요하는 건 아닐까 라는 자괴감 말이다.

과연 누굴 위한 제품일까. 사용자들이 편하라고 만들었지만 그건 나와 우리의 욕심이 아닐까. 이거 빼야 합니다, 저거 빼야 합니다라고 설득하지만 결국엔 대표님 마음대로, 팀장님의 의도대로 흘러가는걸 말이다.


복잡한걸 단순히 하기 위해서 그 바쁘신  CS직원들을 닦달해서 설문조사까지 했지만 이 기능만큼은 대표님이 절대 빼지 말라고 했다는 답변이 돌아오면 힘이 빠져 버린다. 그럴 거면 왜 설문조사를 했고 왜 그 몇 천만 원이나 하는 아이트래커 설비를 구매했을까. 결국엔 대표님이 의도대로 흘러갈 거면서 말이다. 꼬우면 네가 대표하라더니 진짜 그래야 하는 걸까?


'이런 기능을 넣으면 사용하기 편하겠지? 이런 기능도 필요할 거야' 하는 식의 우리의 욕심은 제품이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일일게다. 어쩌면 단순이 저 그림처럼 고객은 즐겁게 타고 놀만한 나무 그네만 있으면 되는 건데 말이다.

롤러코스터급의 비용을 지불했는데도 결국 제품화된 건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하면 쉬워 보이겠지, 저렇게 하면 단순화되겠지 하는 고민들은 어쩌면 우리의 욕심일 것이다.


단순하게 가야 한다고 부르짖는 게 UI/UX 디자이너의 몫인 것 같다. 메아리가 돌아와도 계속 설득하고 시도하고 또 좌절하고 퇴사 욕구가 불타올라 멍 때릴지언정 그래도 또 시각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것. 그것이 디자이너의 숙명인 것 같다.


도대체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은 얼마나 뼈와 영혼을 갈아 넣었길래 릴리즈 된 걸까. 새삼 디자이너들이 존경스럽다. 어쨌든 그 수많은 고비들을 넘기고 설득해서 제품을 세상에 내놓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여. 그대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몇 년 동안 개발해도 빛도 못 보고 좌절된 제품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제품의 퀄리티나 완성도를 떠나 세상에 내보였다는 것만으로도 그대들은 추앙받을 만큼 충분한 전투를 치루었으니까...그러나 저러나 우리 제품은 과연 출시나 할 수 있으려나.


이것저것 욕심대로 갖다 붙이면서 결국엔 괴물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엄마를 살려내고 싶은 욕심에 괴물을 만들어버린 강철의 연금술사 에드워드처럼 말이다.


디자인 리뷰 시간 동안 어버버만 하다 끝내버린 어느 디자이너의 넋두리였다.


어쩌면 나도 기괴한 괴물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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