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숲이김 Jul 05. 2020

여우원숭이의 인생

= 내 인생


여우원숭이는 마다가스카에서만 독자적으로 진화된 동물이므로 마다가스카에서만 볼 수 있다. 이 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동물이라 큰 기업의 마스코트 전용 동물이기도 하다.


처음에 이들을 봤을 때는 동물원에서 희귀 동물을 영접하는 자세로 구경하기 바빴지만 여행 중 여러번 보게 되면서 이들을 보는 시선도 차츰 바뀌어갔다. 나중엔 왠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져 이제 눈에 익어서 그런 것인지, 어떤 다른 동물을 닮아서 그런 것인지 이유를 찾으려 애를 써봤다.


치열한 탐구 끝에, 이들이 그 어떤 것도 아닌 사람을 닮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 하루 먹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건드릴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가거나,



입에 간신히 풀칠하면 피곤해져서 멍을 때리고



노을이 질 무렵이 되면 우두커니 고독에 젖어 오늘 하루, 또 내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에휴, 하고 한숨 한번 쉬고 운동이나 하는게 답일 때도 있다. 저녁을 넘어선 시간에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들면 좋은 결론이 나는 경우가 잘 없다. 그럴 땐 밖에 나가 찬바람 쐬면서 걷기를 하든, 아주 잠시만이라도 강도높게 근력 운동을 하든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낫다.


삶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만 생명은 참 끈질기다. 내가 여우원숭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여우원숭이도 나를 보면서 똑같이 ‘끈질기게 살고 있군’ 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여우원숭아, 오늘 하루도 너랑 나 애썼다.





2019년 7월


안자 국립공원/이살루 국립공원

마다가스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