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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Aug 15. 2018

"나이팅게일? 있을 수 없죠."

[인터뷰] 무엇보다 간호사 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2부 : 나이팅게일은 죽었다


나이팅게일은 죽었다 김민경 ㅣ 에테르니



- 병원에서 간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인가?


▲ 환자가 입원하는 순간서부터 퇴원할 때까지, 원활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총 관리자 역할을 한다.

그 어떤 치료 과정에서도 간호사가 개입하지 않는 순간은 없다. 환자와의 접점에 늘 상주하는 의료진은 간호사다. 담당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환자의 상태 변화를 가장 빠르게 인식할 수 있는 이유다. 변화를 인식함과 동시에 환자 상태가 악화하여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한다. 기본적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대부분의 투약 행위는 간호사가 직접 행한다. 항암제, 승압제, 전해질 등의 고위험 약물 또한 환자에게 정확한 용량이 투약되고 있는지 나아가 환자가 투약에 대한 반응으로 부작용은 없는지 관찰하고 확인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따라 의사와 상의 후 간호사가 시행해야 하는 처치도 많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 또한 간호사다, 물론 시간에 쫓겨 일하는 임상 현장에서는 실천하기 어려운 역할이기도 하다.

 간호사는 나아가 환자의 '임종'과도 맞닿아있는 의료진이다. 우리나라 한해 사망자수의 약 75%가 병원에서 치료 중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임종기로 접어드는 환자를 케어하는 의료진은 간호사이다. 치료와 멀어지는 순간, 더이상 환자에게 의사 처방이 전처럼 중요하지 않다. 환자가 의식을 잃고 난 후, 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간호사가 환자의 사소한 부분까지 살피고, 불편감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임종하는 환자의 가족에게 적극적으로 정서적 지지를 보낼 수 있는 의료진이기도 하다. 환자가 임종하는 순간까지, 의사의 사망 선고 이후 사후 처치까지, 가족들에게 애도할 시간을 주고, 사체가 장례식장으로 인수되기까지 서류 절차를 안내하는 등 그 모든 것을 간호사가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부분이다.  


- 간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 단 1분도 쉬지 않고 10 시간 이상 근무했던 순간이다,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의사 처방을 확인하기 위해 잠깐씩 컴퓨터 앞에 앉았던 것 말곤, 쉬지 않고 환자들을 간호해야 했다.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 조차 들 새가 없다. 그럴 땐 솔직히 밥맛도 없다.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그 찰나의 시간 조차 사치일 때가 있다. 화장실을 갈 시간도 겨우 짬을 내야 할 정도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들을 여럿 간호해야 할 경우, 솔직히 간호사 일 인이 담당한 환자 약 13명을 제대로 간호할 수 없다. 화장실도 못 가면서 해야 할 일들을 쳐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왜 이렇게 처치가 늦냐,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냐.' 등의 환자와 보호자의 컴플레인 뿐이었다. 그런 날엔 일하다가 몇 번씩 눈물이 핑 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든 달까. 나도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관심 갖고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묻고 도와주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러나 결코 그렇게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마치 간호사 한 명 한 명이 쥐어짜내지는 것 같았다. 이는 비단 나 혼자 경험한 바가 아니다. 열심히 해 봤자 보람도 없고 욕만 먹는 순간이 가장 버티기 힘들었던 순간이다. 내 몸을 버려가면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일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더라.


- 반대로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 내가 환자나 보호자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걸 느꼈던 순간이다. 개인적으로 나를 신뢰하는 환자를 보며 보람을 크게 느꼈다. 진심으로 간호한 환자들로부터 들었던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요.”, “제일 좋아하는 간호사” 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 땐 힘들다는 걸 순간 잊게 된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 변화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처치할 수 있도록 해서 응급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을 때 의료진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이기에 책임감과 부담감이 큰 만큼, 분명 보람도 더 큰 것 같다.



나이팅게일은 죽었다 김민경 ㅣ 에테르니



-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


▲ 몇 년 만에 입원했던 한 환자가 신입 간호사 시절의 나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내게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며 반가움을 전하던 그녀는 ‘말기 암 환자’ 였다. 나도 특유의 밝은 성격을 지닌 환자 분을 기억하고 있었다. 더 이상 적극적인 치료가 불가능했고, 환자 분의 상태는 계속 안 좋아졌다. 종양에 의한 통증으로 정말 괴로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환자분이 내 눈 앞에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 때의 충격과 슬픔이 잊히지 않는다. 한 사람의 죽음이 언제든 내 앞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한동안 많이 힘들어했다. 어느 누구도 간호사인 내게 환자를 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스스로 간호사에게도 임종한 환자를 애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끼게 된 경험이었다. 환자의 죽음에 마음의 충격을 받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간호사와 환자의 관계이지만 사람과 사람으로서 정이 들었던 환자들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 다년 간 임상에서 일하면 동료 간호사들을 지켜봐 왔다. 동료 간호사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 간호사 입장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 동료 간호사들은 기본적으로 ‘선한 사람’들이다. 물론 일에 치여서 예민해지고, 짜증을 내고 냉담한 모습도 많이 보고 겪었다. 물론 나도 그렇게 변해간단 걸 느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바쁜 환경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가끔은 환자를 간호하는 몇몇 동료 간호사의 모습을 보며 뭉클하기도 했다. 만약 내가 환자가 된다면, 꼭 저런 간호사에게 간호를 받고 싶단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료 간호사도 있었다.

 수 많은 간호사들 중 분명, 진심으로 환자를 간호하는 것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을 보면서 정말 간호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디 대한민국에서도 간호하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료 간호사들 중에서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들을 찾기 어려웠다. 어쩌면 직업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이타적인 사람들이 간호사를 지속할 수 있는 것 같다.  동시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서 소극적인 면이 있다. 부당한 요구를 받더라도 쉽게 거절하지 못했고, 주장하는 것보다 수용하는 데 익숙해 보였다. 아마 주장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란 좌절감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차라리 빠르게 적응해버리고 마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마지막 질문이다. 간호사를 관둔 지금, 간호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여전히 생사의 경계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을 간호사들에게 정말 고생 많으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매번 희생을 강요당하며 간호사라는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란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간호하는 일을 하며 살고 있지만, 부디 그 일의 가치와 수고를 이 세상이 알아줄 수 있으면 좋겠다. 언제나처럼 수동적으로 기다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란 것은 모두가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의 자리에서, 간호사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임상에서 썼던 나의 글도 부디 간호사의 가치를 알리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를 바란다.

언젠가 내가 병원에 입원해서 만나게 되는 담당 간호사는 부디 밥은 먹고 일했으면, 화장실은 제 때 갈 수 있었으면, 아플 땐 쉴 수 있었으면 그래서 정말 내게 관심을 갖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간호사는 꼭 필요한 사람이고, 존중 받아 마땅한 사람이며, 사람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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