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공부하는 여자, 나를 키우는 힘

배움으로 확장되는 나의 세계

by 정소월 작가

2부. 공부하는 여자, 나를 키우는 힘


혼자 공부하며 배운 것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라는 단어와 가까이 있었다. 누군가는 공부를 의무로 여기지만,

나에게 공부는 일상이었다. 그 시절, 내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공부였다.

국립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이왕 시작한 공부라면 끝까지 가보자.”
그때의 나는 영어가 좋았고, 외국 문학을 읽을 때마다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세상은 단지 좋아한다고 해서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공부는 늘 현실과 맞닿아 있었고, 그 현실과 마주하면서 나는 항상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내게 공부는 ‘경쟁’이 아니라 ‘버팀목’이었다.
모든 것이 흔들려도, 공부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혼자 감당한 등록금, 그리고 학문에 대한 열정

석사 과정에 진학하면서, 학기 중에 장학금을 받았다. 공부하고 일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성향이라, 국립대학교 언어교육원 소속으로 토익 강의를 하면서 석사 과정을 병행했다.

강의할 때는 또 다른 나를 마주하는 거 같아 늘 행복했다.

주말에도 강의를 했었고, 강의가 많이 들어오는 때는 주 6일, 일요일 하루만 쉬고 공부하고 강의를 했었다.

대학원 동기들은 농담처럼 말했다.

“도대체 언제 쉬어? 결혼은 안 할 거야? 연애라도 해.”

그때의 나는 열정으로 가득했었던 거 같다.

내가 나를 책임지고 있다는 감각.

누구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를 세워가고 있다는 자부심.

사람들은 종종 말한다.
“그렇게까지 해야 해?” 나는 조용히 웃었다.
“해야 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는 거예요.”
공부는 나에게 짐이 아니라 정체성이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방식이었다.



과제 1등, 논문 준비, 끊임없는 성장

나는 한 번도 ‘적당히’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과제 하나를 제출하더라도, 논문처럼 구조를 짜고, 인용 문헌을 달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습관은 나를 다른 사람과 구분 짓는 기준이 되었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데이터를 정리하고, 참고 문헌을 쌓고, 문장을 다듬는 일은 끝이 없었다.
가끔은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이걸 다 해서 뭐 하지?”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말했다.
“이 과정이 바로 너를 만드는 중이야.”

논문을 쓰는 건, 결국 나를 쓰는 일이다.
내가 무엇을 믿는지,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종이에 옮기는 과정이다.


성과 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살아남는 방식

대한민국은 숫자로 평가받는 사회다.
성적, 점수, 자격증, 실적. 여성에게는 특히 냉정했다.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고, 그 능력마저도 늘 의심받았다.

나는 그런 구조 안에서 “여자라서 불리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려고 애썼다.
누가 나를 봐주지 않아도, 결과로 말해야 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했고, 더 단단히 버텼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 사회의 기준 안에서만 살아야 할까?”
그때부터 나는 방향을 바꿨다. 타인의 시선보다 나의 기준을 세우기로 했다.
남이 만들어놓은 ‘성공의 잣대’ 대신,
내가 만든 ‘성장의 기준’을 따라 살기로 했다.

그 기준은 단순했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누구보다 빠르지 않아도, 누구보다 성실하게 나아가는 것.
그게 나의 방식이었다.


공부하는 여자, 그리고 세상의 편견

간혹, 결혼 적령기의 여자가 공부를 오래 하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박사 과정을 왜 해?”
“결혼은 안 할 거야?”
그 질문 속에는, 여성의 공부를 ‘삶의 연장선’이 아닌 ‘일탈’로 보는 인식이 숨어 있다.

나는 그런 시선들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속으로 생각했다. “공부는 내 삶이에요.”

나는 공부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성장시키며,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었다.
그걸 부정당하고 싶지 않았다.

여성에게 공부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세우는 행위다.

남이 만들어준 길이 아니라,

스스로 닦은 길을 걷는 일이다. 그건 단단하고도 고독한 길이다.


나를 키운 건 결국 공부였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항상 ‘공부’가 있었다. 마음이 흔들릴 때는 책으로 돌아갔고, 상처받을 때는 글로 나를 다독였다.

공부는 나를 지탱하는 기둥이었고, 세상이 나를 몰라줄 때도

“괜찮아, 너는 너를 잘 알고 있잖아.”라고 말해주는 목소리였다.

누군가는 공부가 어렵다고 하지만, 나에게 공부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책을 펴는 순간, 나는 다시 내 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를 다시 세웠다.


미래의 나에게

이제 박사 과정 3학기를 마치며, 또 다른 장을 쓰려한다. 아마도 인생은 계속해서 나를 시험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두렵지 않다. 왜냐하면 알고 있다.

나를 세운 건 타인의 인정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하루하루의 공부였다는 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친다.

단지 학위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부하는 그 순간의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공부는 나를 키우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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