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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여행] 3月의 푸꾸옥은 싱그럽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여유로운 휴식이 그리울 땐

by 금요일 오후반차

1년 내내 여름인 동남아는 사실 1년 내내 덥다.

조금 덜 덥고 아주 덥고의 차이일 뿐 기본적으로는 '덥다'


간혹 사람들이 아 겨울엔 동남아도 선선하댔는데 왜 덥나요. 이런 질문들을 하기도 하는데 아침저녁으로 조금 시원한 바람이 불 뿐이지.. 그냥 동남아는 사실 사시사철 여름이 디폴트다.


그런 동남아에도 더 더운 날들이 있다. 건기가 끝나고 우기가 시작되기 전 3,4월은 매우 덥다. 에어컨이 켜져 있는 택시 안에서도 땀이 흘러내릴 만큼 덥다.


나는 3월의 푸꾸옥을 좋아한다.

쨍해서 눈이 부실정도의 날씨엔 수영하기도 좋지만 모든 사진이 다 예쁘게 나온다. 비록 프레임 밖의 나는 타들어갈지언정 자연광에서 찍은 채도 높은 사진들은 어떻게 찍어도 알록달록 그 싱그러움이 묻어난다.

게다가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엔 여행객들이 확 줄어든다. 겨울 내내 그토록 붐비던 섬이 다시 온전히 내 차지가 된다. 섬 전체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여행객으로 몸살을 앓던 섬도 사람들도 제법 여유를 찾고 표정도 행동도 모두 너그러워진다. 참고로 진정한 비수기를 느껴보려면 3월 2일 입학 및 신학기 주간이 대체로 가장 저렴하다.


푸꾸옥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깨끗한 바다환경 덕분에 진주양식장이 유명하다. 이름마저 “껨

비치(Khem Beach)"인 동쪽 해변은 산호초가 갈려서 만들어진 모래사장이라 눈처럼 하얗고 밟으면 뽀독뽀독 소리가 날 정도로 부드럽다. 베트남어로 껨(Khem)은 보석이라는 의미이다.

처음 푸꾸옥을 왔을 때만 해도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적한 휴양지로 리조트와 깨끗한 바다 이외엔 즐길거리가 크게 없었다. 잠이나 실컷 자고 별이나 구경하고 더우면 수영장에 들어가고 나와서 맥주나 마시다가 맛있는 베트남 음식들로 배를 채우고 마사지받고 오는 그런 여행지였다.


베트남에서 푸꾸옥을 관광특구로 지정하고 무비자도시로 지정하며 많은 인프라들이 생겼고 관광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포지타노를 모티브로 지어진 선셋타운도 볼만하고 야시장도 제법 규모가 커졌다. 리조트나 호텔들도 많이 생겨 선택지가 다양해졌고 빈펄 사파리는 점점 확장해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파리 동물원이 되었다. 코끼리나 기린 등 다양한 동물들의 먹이 주기 체험도 먹이만 사면 해볼 수 있어서 푸꾸옥 빈펄 사파리는 한 번쯤 시간 내어 와 볼 만하다.

깨끗한 수중환경, 가성비 좋은 리조트들, 아름다운 선셋, 맛있는 음식, 한국보다 저렴한 물가는 혼자와도 친구랑 와도 연인과 와도 아이랑 와도 너무 좋은 휴양지임에 틀림없지만 겨울 성수기에 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른다. 사파리도 북적이고 줄을 서야 하고 1초에 한 대씩 지나가는 선셋타운의 버기카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꽃샘추위로 코트를 벗기엔 아직 이른 3월,

따사로운 햇살아래 여유로운 휴식을 찾아 따듯한 남국으로의 여행, 베트남 푸꾸옥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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