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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Mar 17. 2023

좋아해요 시낭송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할래요

이사 오기 전에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양주의 홈페이지를 꼼꼼히 들락거리며 정보를 뒤졌다. 시립 도서관에서 하는 강사지원 모집이 있어서 접수를 했다. ‘시낭송 시창작’ 강의를 하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강의안을 준비하면서 시에 대한 어떤 것을 알려드릴까 생각하다 벅차기도 하고 잘해 낼 수 있을까 자신 없어지기도 했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나는 누구 앞에서 무언가를 알려줄 정도로 강사의 자질은 충분한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힘없는 풍선처럼 쪼그라들기도 했다. 개강일이 다가올수록 최소 인원이 모집되지 않아서 폐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주변에는 폐강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다니면서...) 


원서를 지원할 때는 나의 마음이 어땠었던가?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도전쯤은 하나의 놀이처럼 재미있고 생생한 긴장 속에서 그 시간을 살아있듯이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 시를 쓰고 시를 낭송하고 내가 아는 것은 적지만 전혀 모르는 이에게 나누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이 일을 하면서 돈은 적게 벌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숙련도가 더 필요한 새내기이니까. 타인으로는 불가능한 나만의 어떤 지점을 만들어 내려면 이러한 새로운 도전을 마다할 일이 없는 것이다. 기쁨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일이라면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분위기의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이러한 콘텐츠를 완성해 가는 일이야 말로 성공적인 인생의 기준점이 되는 것 아닐까?


내가 지금 딱 10년 밖에 못 살게 된다면? 나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할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내가 좋아하는 이 길에 품을 들이고 그 길을 천천히 걸어가면 된다.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하루하루 목숨 걸고 전투적으로 살자는 것이 아니다.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돈도 안 되는 일을 좋아하냐는 비웃음이나, 금전적으로 힘겨운 시절이 있어도 견딜 수 있는 작은 용기만 있으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이 정도의 작은 일은 힘겨운 일도 아닐 것이다. 많은 작가님들이 글 쓰는 일 외에 직업을 가지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고 생활도 해 나가는 것은 아주 훌륭하고 멋진 일이다. 존경스럽고 나도 때로는 그렇게 살아가기도 한다.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면서 힘겹게 버티며 살아왔던 그 시절을 기억해 본다 할 수 있는 일을 했었다. ‘월급이 적지는 않고, 경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고 견디며 다니던 직장생활을 떠올려본다. 매 순간이 힘들었고 괴로웠다. 그 시절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살던 시기였다. 그리 오래 다니지도 못했고, 그때 벌었던 돈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지난 기억 속에는 즐거운 기억이 아니라 힘겨운 시간들로 남아있다. 이런 생각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크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생각하고 그 길을 가기 위해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까지 아주 오랜 길을 돌아서 온 것 같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잘 아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또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에 따른 길을 선택하고 숙련도 있게 그 길을 갈고닦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4월부터 시낭송 시창작 강의를 오프라인으로 하기로 했다. 주 1회 수업이고 내게는 좋아하는 일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다. 주 1회 일해서 수입에 되겠냐는 말에 약간 움츠러들었던 게 사실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벌 수 있는 돈은 아니니까. 그 부분도 맞기는 하다만, 이곳에서의 시작으로 내가 더 즐기고 기쁘게 일해서 더 나은 다른 방향의 새로운 길도 내 앞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내가 얼마를 살게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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