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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Jan 10. 2019

[서평] 넛지(Nudge)_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똑똑한 선택을 이끄는힘, 상식의 옆구리를 찌르는 경제학의 유혹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넛지이론'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받게 되었고 이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행동경제학의 주요 이론처럼 인식되고 있고 다방면에서 해당 이론을 차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처음 '넛지이론'을 접했을 때는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사소한 행동원칙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만큼 특별하게 평가받았다고 생각했기 떄문이다.

이 이론은 한 줄로 정의한다면 'NUDGE'라는 단어의 '팔꿈치로 쿡 찌르다'란 의미처럼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어떠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넛지라는 것은 사실 특별하거나 뭔가 거창한 이론이 아니다. 어쩌면 별 것도 아닌 이미 인간사회에 만연한 일종의 행동패턴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이론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은 책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넛지이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경제학의 기본 전제인 '인간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생각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번역자(안진환)에 따르면 행동경제학에서 이러한 전제의 차이를 두고 기존 경제학에서의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문에 대해 처음으로 내놓은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원동력이며 많은 대중들이 넛지이론을 받아들이고 참고하는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과거에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 당시의 인간을 지금 시대에 던져 놓는다면 이성적일 수 있을까? 현대사회처럼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여 한 명의 인간이 지닌 지각능력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경제상황에서 누구의 판단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지 기준을 잡을 수 있을까? 거기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넘치는 정보를 기억하기 보다는 검색하고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해진 사회에서 '판단'은 '정보'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선택설계자'라 칭하는 정부,기업 등의 정보 제공자가 어떠한 방향성과 방법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넛지'가 가진 힘일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새로운 경제원리를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함이 아닌 이미 사회에 만연한 사람들의 행동 패턴이나 역학관계를 정리하여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책에서도 초반에 넛지의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을 넘어서면 그 뒤부터는 각 사례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과 넛지이론의 적용사례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마치 연구 논문을 보는 것 같아 사실 읽기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로 앞 부분의 개념을 잘 이해한다면 뒷 부분의 사례 부분에서는 복잡한 이야기는 뛰어 넘어도 책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문제가 없다. 그런 부분에서 조금은 두꺼운 책에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넛지 이론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넛지'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신생아의 모유 수유를 떼기 위해 유두에 쓴 맛을 바르는 행위나, 상사에게 보고를 할 때 '어떻게 할까요?'라고 묻기 보단 대안 'ALT-1과 alt-2 중에서 어떻게 할 지를 묻는 행위도 모두 넛지다.  블로그의 가독성을 높이는 것도, 기사의 자극적인 헤드라인도, 이케아의 실제 방처럼 꾸민 인테리어 디스플레이도 넛지다. 동의 여부를 묻는 이메일에도 작은 언어적 신체적 의사표시도 모두 넛지가 들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이 의미가 있다. 우리가 무의식중에 또는 경험으로 알고 실행하던 부분을 좀 더 이론적으로 보충해주고 명확하게 인식을 해 줌으로써 영향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고 동시에 잘못된 영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넛지를 잘못된 방향으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선 결국 도덕성의 문제라고 보기 떄문에 따로 언급하진 않겠다.) 실례로 영업 일을 할 때 '일단 제안을 해보면 구매를 한다.' 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데이터로 증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실제로 사람들은 구매 제안을 받았을 때 실제 구매율이35% 올라갔다고 한다.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영업을 할 때 제안하기를 부끄러워 하거나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좀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넛지이론'의 개념을 좀 더 들여다 보면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영향을 미치기 위한 넛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어야 하며, 약간의 맥락을 변화시키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인간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중을 호도하고 흔들 수 있다면 정말 무시무시하지 않겠는가. 빅브라더나 전제정치,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린다면 좀 더 수긍이 갈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복잡하고 판단이 어려운 (펀드나 보험 상품처럼) 어떤 선택을 설계할 때는 전문가나 주의 깊은 사람들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되, 판단을 힘들어하는 대중에게는 최소한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게 유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서 언급한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버스에 치이고 나서야 도로에서 조심을 하기 보다는 치이기 전 조심하라는 문구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좀 더 사회에 이롭지 않을까?

마지막으로는 방법론에 관한 부분인데 디폴트(최소저항경로), 피드백, 인센티브, 매핑 등의 방법을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를 하고 필요한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모든 주요 상황에 대한 '알람'을 설정하여 사람들이 필요한 것을 놓치거나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방지하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방법은 책에서 소개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긴 하지만 결국 각 케이스별로 적합한 방법은 따로 찾아야 된다고 여겨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항상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넛지이론'의 본질은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가치는 바로 선의를 바탕으로 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설정하는 데 있을 것이다. 성악설을 믿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반론이 많겠지만 설령 성악설을 믿는 사람조차 'Social Smile'을 이해한다면 '넛지이론'의 방법론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의 도덕적 평가를 위함이 아닌 사회적으로 원활하게 살기 위해 이 사회가 성장하기 위해 '넛지'를 잘 활용하기 위해 다같이 노력한다면 나처럼 평범한 사람도 좀 더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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