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결혼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났다. 어떤 생각은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 시작점을 도저히 찾을 수 없지만 나를 완전히 사로잡아 다른 생각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한다. 결혼이 그랬다. 정확하게 말하면 재혼. 아이가 더 크기 전에, 그리고 내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무엇보다 실패하지 않고 잘 살고 있다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결혼할 의지도 생각도 없어 보이는 남자친구가 답답했고 그런 남자친구를 채근했고, 채근하면서 나는 불안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재혼이 이 남자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옮겨갔다. 이쪽은 조금 편안하고 조급하지 않다. 그동안은 이 생활에 적응을 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쓰다 보니 사고회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급하게 사람을 만나고 또 급하게 앞만 보고 달려갈 뻔했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고 교통상황에 따라 속도를 더 줄이며 조절한다.
최근에 또래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아이가 없는 사람에게서는 그 사람의 자유로움을 부러워하고,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에게서는 남편이 있어 안정됨을 부러워하고, 경제력을, 외모를, 태도를 끊임없이 부러워했다. 결국 나는 나 빼고 모두가 부러운 상태가 되었다. 나를 보잘것없이 남을 부러워해야만 하는 위치로 만들었다.
어떠한 것을 지나치게 열망하거나 기피하는 건 내 안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자 그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바로 세움과 동시에 시간을 두고 묵혀두어야 하는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금 당장 결판을 내버리고 어떠한 방법을 써서든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가기보다는 현재를 완전한 상태라고 생각하려 한다.
당분간은 편안하게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