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4년 채우기

by 단시간

이혼 5년 차에 들어선 2026년, 지금의 상태는 고요와 평안 그리고 안식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만큼 모든 것이 편안해졌다. 가진 것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게 되었고 지금의 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력할 수 있는 것들은 해나가며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 아니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혼 후 두 번째 보금자리에서 맞이하는 새벽이 조금은 익숙해졌다. 아이의 중학교 진학을 1년 더 앞두고 한 이사이다. 이혼 당시에도 그랬지만 1월의 이사는 춥고 시리다. 그래도 집 안에 아이와 나의 정돈된 물건, 질서가 나에게 온기를 준다. 주변 지리를 익히며 전학을 하고 새로운 학원을 알아보면서 앞으로의 날들도 평온하기를, 지금하고 있는 걱정이 최대의 걱정이기를 바란다. 이만한 걱정은 그럭저럭 안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혼자 있는 새벽, 필사, 작문의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져볼 예정이다.


그동안의 시간을 어떻게 정의해 볼까 고민하다 정의할 수 없는 수많은 시간들이 떠오른다. 결코 누구도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와 달리 몇 명의 사람을 만나다 헤어졌다. 설레는 만남과 쓰린 헤어짐을 두 번쯤 반복했을 때는 사람과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한다는 것도 알았다. 20대의 연애는 광역에 영향을 끼친다면 지금은 내 삶, 일, 아이 모든 게 중요해 연애 하나가 모든 걸 장악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이 설렘과 쓰림이 이 세상 나 혼자만 겪는 일인 양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이혼의 상처라는 눈덩이가 눈 바로 앞에 있어 어떠한 것도 보이지 않다가 언덕 아래로 굴러가버린 지금. 그 사이 따뜻한 봄도 지나고 뜨거운 여름도 지나니 희미한 자국만 남기고 녹아 찾기 어려워졌다. 때로는 언덕 아래로 굴러가며 또 다른 눈뭉치를 만나 더 커져 보인적도 있었고 잡으려 뛰어간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냥 녹았던 자리를 발로 툭툭차며 땅을 다져놓는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잘 굴러갈 수 있게. 시간의 힘을 빌어 나에게 멀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물리적 이혼은 끝났지만 심리적, 정서적 모든 것을 통틀어 이혼을 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나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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