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삽화를 그리고 있다.
혼자서 굴 파는 스타일, 이러다 나는 명랑한 은둔자가 될 수도 있다.
글작가님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줘서 숨 쉬어보고
웹툰 작가님의 토닥임으로 나는 잘하고 있다고 외쳐본다.
얼마 전 글작가님이 통화 중에
한 문장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삽화는 포스터 같은 거라고 했다.
포스터라는 단어 하나에
나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나의 어린 날로 돌아간다.
초4 불조심 포스터 과제 기간에 담임 선생님이 조용히 부르셨다.
나의 그림을 내게 돌려주시며 포스터의 바탕을 왜 수채화처럼 묽게 칠했냐고 물으셨다.
내용이 좋아 상을 주고 싶지만 흐린 바탕색 때문에 상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말하긴 싫었지만 거짓말도 안 나왔다.
“물감이 없어서요..”
어릴 때 우리 집은 가난했다.
포스터 바탕이 노란색이었는데 내가 가진 12색 물감 중 노란색 물감으로 바탕을 진하게 칠하기란
종이를 손바닥만 하게 만드는 것 외엔 없어 보였다.
다른 친구들의 과제를 보니 포스터 그림은 빨, 노, 파 쨍한 컬러들로 가득했다.
바탕이 수채화 같은 내 그림이 단박에 눈에 뜨일 만큼,
포스터란 단어에 이 생각이 나는 거 보면 그때 나 한 맺혔나 보다. ㅎㅎ
그 이후 재료준비에 대한 부담감으로 미술시간을 안 좋아했었다.
그땐 그랬다.
요즘 나는 디지털 드로잉을 한다.
가끔 아날로그 손맛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할수록 디지털 드로잉이 좋아진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때에 어플만 열면 바로 드로잉이 가능하다.
그 외 여러 이유가 있지만
핸드폰에 드로잉 어플 하나면
이미 값이 지불된 아이패드란 기계 하나면
종이, 연필, 물감을 원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재료와 도구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그림 그리는 넉넉한 마음의 출발선이 되는 디지털 드로잉이 나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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