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에서 배우는 인생 철학
누가 인생을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했나. 나에게는 아메리카노와 까나리 액젓 둘 중에 하나인 랜덤게임인데 말이다. 쓰냐, 정말 쓰냐 그 차이일 뿐 이번엔 어떤 다디단 초콜릿을 까먹을까라는 설렘을 품은 기대감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우울감이 강한 인간이다. 언제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회의주의적인 성격도 갖고 있어서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지, 인간은 왜 태어났는지에 대한 고찰을 하며 나를 수도 없이 괴롭힌다.
혹자는 말한다. 살아있기만 해도 대단한 거라고. 삶을 포기하지 않고 매일매일 살아가는 숭고한 행위에 나 또한 깊은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정말 살아만 있어서 될 일인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 다시 말해서 자아를 실현하는 게 결국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가 아니던가.
요즘에는 내가 언제부터 길을 잃었는지 반추하게 된다. 내 나잇대의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꽤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살아가는데 나는 왜 아직도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차 모르고 사나에 대한 현타 아닌 현타가 오기도 했다. 맨날 울고 인생을 다시 살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을 꿈꾸기도 했다.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 아니 사실 안 태어나고 싶었다. 삶은 괴롭다지만 내 삶은 유독 더 괴로워 보이는 비련의 주인공처럼 자기 연민에 푹 절여져 있는 요즘이었다.
울적한 나와 달리 우리 아빠는 요즘 맞고에 푹 빠졌다. 아빠가 하는 맞고 게임은 7점을 먼저 내면 승리하는 게임인데 옆에서 게임을 구경하다 보면 참 얄궂은 시스템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좋은 패를 가져야 하는 운도 있어야 하고 뒤집은 패와 아래에 깔린 패가 딱딱 맞는 즐거운 우연도 있어야 이길 수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아빠가 크게 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기본 카드가 10개가 모여야 1점이 되는데 아빠 카드의 개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상대는 이미 4점을 딴 것 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에는 조커 역할을 하는 보너스 카드가 숨겨져 있었다. 카드 세 개와 같은 3점 카드와 카드 두 개와 같은 2점 카드가 그 예인데 이 게임은 졌네라고 생각했을 때 아빠가 뒤집은 카드에서 보너스 카드가 연달아 나오며 아빠는 그 게임을 역전으로 이끌었다. 심지어 그 카드는 상대의 카드를 한 장 뺏어오는 아주 어마무시한 카드라서 아빠는 큰 점수차로 승리할 수 있었다.
그걸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 인생에도 아직 뒤집지 않은 보너스 카드가 있는 게 아닐까?”
지는 줄 알았던 게임도 끝까지 해 보면 반전이 생긴다.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내 인생도 보너스 카드라는 선물을 줄지도 모른다. 맞고도, 인생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은 절대.
나는 내가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