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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줍음 Feb 08. 2023

중3 아들의 겨울방학 목표는 '갓생'

막내 아들 이야기

드디어 막내가 중학교를 졸업했다. 막내아들의 이야기는 몇 번이나 적고 싶었는데.. 공부하며 일하느라 내 삶에 여백이 없다 보니 번번이 시기를 놓쳤다. 너무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적지 않고 스쳐 지나간 보물 같던 순간들이 점점 희미해져 갔다. 오늘의 이 순간도, 적지 않으면 또다시 흐려지는 기억이 되리라는 생각에 큰 마음을 먹고 접속을 한다.


뭐 그렇다고 대단하거나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다. 3남매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과의 일상에서 늘상 발생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난 단지 그 대수롭지 않은 평범한 이야기들을 무심하게 흘려듣지를 못할 뿐이다. 기록하고 기억하고 저장해놓고 싶은 엄마의 이야기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지금 중3 아들과 함께 집 근처 도서관에 와 있다!

'오! 이 얼마나 내가 꿈꾸던 순간이던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초등학생이던 아들은 아빠와 함께 주말이면 도서관에 와서 책을 빌려가곤 했었다. 아빠와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가고,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오고, 시립 체육센터에 가서 탁구를 치거나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아들.. 그게 초등학생이던 아들의 마지막 유년시절 모습이었다.


그러던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아들의 중학교 1, 2학년 시절의 대부분은 컴퓨터 앞에서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학교수업과 학원수업, 친구들과의 게임 등 모든 것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졌고, 아들은 내심 그걸 편안해하고 좋아했다. 점차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어 학교에 등교할 때는 얼마나 학교에 가기를 싫어하던지!!!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집안에만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을 때라 그랬는지, 사춘기가 시작되어 그랬는지, 당시 중학교 2학년이던 아들은 어느 날부터가 홈트를 시작했다. 팔 굽혀 펴기를 20개부터 시작하더니 하루에 한 개씩 개수를 늘려나갔다. 그렇게 매일 개수를 늘려 50개가 되니 그 상태를 또 한참 동안 유지했다. 그리고는 100개를 하겠다며, 25개씩 4세트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무리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하라고 말렸지만, 아들은 기를 쓰고 해냈다. 이를 앙다문 얼굴이 시뻘게지고 마지막으로 올라올 때는 두 팔이 푸드득푸드득 떨리는데도, 아들은 본인의 목표를 고수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는 안쓰러울 지경이었지만 말릴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본인이 하기 싫다고 한 건 안 하고, 하겠다고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는 아이였기에 안쓰러움은 나의 몫, 그냥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아들이 왜 그렇게까지 팔 굽혀 펴기를 열심히 했는지는 모르겠다. 운동이 끝난 직후에 가슴근육이나 팔근육은 확실히 펌핑이 되었었다. 지속하는 날이 점점 많아지면서 아들의 몸은 보기 좋게 잔근육이 형성되었고 복근도 선명하게 드러나고 멋있어졌다. 하지만 이런 나의 말에도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냥 엄마의 말은 늘상 하는 당연한 칭찬처럼 가볍게 치부해버리곤 했다. 그런데도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팔 굽혀 펴기를 100개씩 하고는 뿌듯한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러가곤 했다.  


그랬던 아들이 이번 겨울방학에는 '갓생'을 살아보겠다고 한다. 그리고는 추운 아침에 꾸역꾸역 일어나서 학원에 간다. 오전 3시간 동안 학원에서 자율학습을 하기 위해서다. 나는 졸린 눈으로 화장실로 씻으러 가는 아들을 보며, 나 역시 졸린 눈으로 셰이커에 선식과 꿀을 넣어 흔든다. 아침부터 밥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 아들을 위해 선식을 한 박스 구입했다. 그리고 아침마다 아들을 위한 작은 정성으로 선식과 우유와 꿀을 넣고 'shake it, shake it' 한다. 그렇게 아침마다 가방을 메고 학원으로 나가는 아들을 응원해 본다.


중3 아들의 '갓생'을 응원하며!

너는 네가 마음먹은 대로, 원하는 대로, 뭐든지 할 수 있다 아들아!!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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