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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Jan 11. 2022

어서 오세요 고객님

친절한 직원들




어서 오세요~ 어떤 일로 오셨어요? 아, 네.. 저 어제 휴대폰을 사서 개통하려고요. 아~ 그러셨어요~ 혹시 어떤 분... 저분이요! 네 잠시만 앉아서 기다리시겠어요? 감탄사마다 눈웃음을 띄우는 친절한 직원에게서 몸 둘 바를 모르다가 테이블로 빠져나왔다. 창가 쪽에 즐비한 테이블. 또 다른 고객에게 이전보다 나아진 혜택을 열심히 설명 중인 담당 직원의 뒤통수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았다.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있으니 흰 종이가방을 든 그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뒷머리가 아닌 얼굴을 마주했다. 휴대폰 박스를 들어 보이며 바닥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직접 뜯어보라고 했다. 지금 뜯으라는 건가? 천천히 스티커를 제거하고 케이스를 여니 새 휴대폰이 나왔고 액정을 뒤덮은 커다란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말없이 그걸 응시하고 있으니 원하면 직접 뜯어봐도 된다고 했다. 뜯고 나서 필름 붙여드릴게요. 조금 있다 휴대폰 정보를 옮겨야 된다는 말과 함께 안내 데스크로 사라졌다. 지금 뜯으라는 말인가? 손잡이 부분을 잡고 액정 보호 스티커를 살살 들어 올렸다가 다시 덮었다. 필름을 붙이는 순간에 뜯으면 되겠지. 잠시 앉아있다가 벌떡 휴대폰 두 대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도 모르게 안내 데스크로 갔다. 그 직원은 당황한 듯했다. 대체 왜 온 거지? 마스크 위의 눈은 그렇게 말하는 듯했고 그 표정을 보니 당황스러웠다. 나는 왜 갔을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눈으로 답하고는 자리로 돌아왔다.





스마트폰인데. 블루투스 연결로 다 되는데. 정보를 옮긴다는 말을 남기고 컴퓨터가 있는 곳으로 간 그를 보며 휴대폰을 갖다 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남자 직원이 와서 앉았다. 고객님 제가 필름 붙여드릴게요.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말했다. 눈웃음을 잊지 않으며. 제거제를 뗄 순간인가 싶어서 필름에 붙어있는 부착제를 떼고 얼른 그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그가 필름이 든 봉투를 벗기려고 하니 다른 직원이 다가왔다. 이번엔 젊은 여성이었다. 자신이 이걸 하면 된다며, 시간이 있다고 했다. 내가 해도 되는데 그럼 부탁할게. 천천히 사라지는 몸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다소 어려 보이는 여성은 필름을 붙이는 손길이 능숙해 보이진 않았지만 조심스러웠다. 작업을 하는 손톱이 길다. 아까 목소리가 좋은 남자도 손톱이 길었는데. 양 끝이 뾰족한 네모 각진 손톱으로 필름을 살짝 들어 테이프만 집어넣었다가 액정에 붙은 작은 먼지 한 톨을 테이프에 붙여서 빼낸 뒤 필름을 붙였다. 그 작업을 두 번 더 반복하니 끝났다. 이번에는 담당 직원이 돌아오더니 플라스틱 용기 세트와 계약서를 테이블 위에 두며 정보를 옮기는데 30분이 걸리는 데 시간이 괜찮냐고 했다.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은 해두었지만 이 정도라니.. 어쩔 수 없지. 해야 하는 일이었다.





 폰과 이전 폰이 사라진 하얀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남은 짧은 손톱. 30분이 걸린다고.. 책을 읽고  쓰는 모임을 하는 날이라 가방 속에는   있는 것들이 많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다이어리였지만 가전제품 매장에서 다이어리를 쓰는  왠지 이상했다.  이상 이상하게 보이면  된다. 손은 결국 책으로 갔다. TOP 100 있을 법한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어머니가 4 7일에 돌아가셨다'  문장의 < 여자> 읽었다. 20 정도만 기다리시면   같아요.  머리의 여자 직원이 알려주었고. 지루하진 않으시죠?  읽고 계시는구나. 읽으시면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번에는 담당 직원이었다. 웃음을 건네주고는 다시 사라졌다.  테이블에 있던  남녀가 떠나는 길을 짧은 머리 여성이 배웅했다. 종종걸음에도 친절이 느껴졌다. 영업 사원의 매뉴얼에는 무엇이 있을까. 친절, 봉사, 배려는 철칙인가. 생각이 깊어지려는 찰나 이제 사용할  있다며  휴대폰을 건네받았다. 반납한 휴대폰은 저녁에 수거될 예정이라 그때 즈음 계좌로 입금된다고 했다. 양손 가득 사은품을 들고나가는데 직원이 1층까지 따라왔다. 계단을 내려가며 식사하셨냐는 물음에  식사시간이구나 싶어 되려 질문을 했다. 이제 식사하셔야지요. 그가 식사시간이 없다며 운을 우니 불현듯 어제의 대화가 생각났다. 휴대폰 많이 파셨냐는 물음에 바빠서 점장님이  명은 도시락을 사주셨댔는데. 아참 그러셨었죠. 대화를  이어가려는데 어느새 1 자동문 앞이었다. 자동문 버튼을 누르고 그가 웃으며 말했다. 고객님 새해  많이 받으시고, 식사 맛있게 하세요. 네에.. 안녕히 가세요. 아니, 안녕히 계세요. 커다란 주차장을 지나  공간을 빠져나왔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걸음을 재촉하며 휴대폰 화면을 켰다.





많이 기다리셨죠! 지금 밥 먹으러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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