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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Jan 07. 2022

미뤄왔던 일을 해낸 날




안녕하세요~~ 밥하기 귀찮은 날이면 아이를 등원시키고 곧장 동네빵집으로 향한다. 샌드위치를 사기 위해서다. 문을 열면 아무도 안 계실 때가 많아 큰 소리로 인사하면 사장님이 뛰어나오신다. 샌드위치를 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식탁 위에 두고 잠시 멍을 때리며 집 안을 둘러보았다. 정리 견적을 내면서. 오늘은 밥부터 먹고 싶다. 방학이 끝나 아이가 등원한 날이었다. 일단 쉬고 싶다. 물이 끓을 때까지 마른 식기만 정리하고, 커피를 내려 허기부터 채웠다. 작은 피스 조각의 장난감과 전날 저녁 식사의 잔해를 풍경삼아 샌드위치를 한 입 두 입 베어 먹고 커피를 후루룩 털어 넣었다. 정리는 남일인 양.





다이어리를 펼쳤다. 일주일 동안   일기를 다시 써야지. 딱히 떠오르는 말이 네. 분명 있는데, 마음을 쏟아내고 싶지 않다. 쏟아내면 주워 담을  없고 그다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아무도 읽지 않을 일기장인 것을. 혼자만의 공간조차 어지럽히고 싶지 않았던 걸까. 딸깍. 검정색 펜으로 다짐을 꾹꾹 눌러썼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해야 할 일을 한다.




생각하지 말자. 생각을 막아버렸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생각들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고 결코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반복되는 경험 끝에 알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해야  일은 반드시 있다. 오늘 날짜 아래   목록을 쓰는데  ..  개면 하다. 미루고 미룬 , 하기 싫은 데다  모르는, 하지만 긴급하고 중요해서 해야 하는 일을 하기로 하고 다이어리에 쓰고 나니 해야만   같았다. 해낸 뒤에 줄을 좌악 긋는 동시에 얻는 성취감. 그게 필요했는지 잡념을 비운 덕인지 바닥에서 엉덩이를 떼고 주방으로   있었고 곧바로 노트북을 켰다.





카드와 은행거래 내역을 이면지로 뽑아 가계지출을 훑었다.  달에 카드값이 얼마인지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짐작은 했지만 지출은 많았고 돈은 줄줄 새고 있었다. 피하고 피했지만 결국 마주했다. 지출에 관대한 남편과 경제관념에 무지한 아내로 인해 여기까지 왔다.  문제로 신혼초에 다투었지만 (나만 일방적으로 따졌는지도 모르지만) 원하는 결론이 나질 않아 아예  놓고 있었는데 이사를 가게 되어 가계 재정을 파악해야 하는 때가  거다. 보험료, 통신비만 일단 체크하고. 이사  집의 관리비와 전기세를 최댓값으로 잡고 대출이자를 더해 월급에서 계산하니 대충 윤곽은 잡혔다. 다음을 생각하다 마음이 혼란해져, 이쯤에서 중단했다.





오후   . 아직 아이가 오려면 시간이 있다. 어쩌지? 다이어리를 다시 펼쳤다. 오늘의  일과 추가로    개에 줄을 북북 긋고,  칸에 내일의  일을 적었다. 오늘보다는 많이. 내일은 그만큼   있을 것이다. 수많은 핑계로 미룬 이미 끝난 독서모임의 책을 집어 들고는 어 나갔다. 지금이라도 시작해서 끝을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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