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애 Jan 04. 2022

핑계

읽을 시간은 없고 볼 시간은 많다.




아이가 잠이 들었다. 드디어. 열한 시 삼십오 분. 4일째다. 그 전에도 열 시 반이 넘어야 눈을 감는 아이였는데. 2021년 마지막 밤에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잠든 뒤로 계속 이 시각에 육아 퇴근이다. 잠들지 않는 아이 옆에서 한숨을 쉬다 잠든 걸 확인하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뱉었다. 늦잠을 실컷 자면서. 그것도 함께. 아이가 늦게 자는 건 당연한 일인데..





시간이 생기면 못 했던 일을 하면 되건만 또 유튜브다. 웃긴 영상만 골라 봤다. 독서 모임 책을 읽어야 하는데 방문 열고 밖으로 나가질 못 한 채 이불속에서 낄낄대며 잊어갔다. 취침등이 없는 것도 핑계, 시간이 없는 것도 핑계, 힘이 없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건 더욱 핑계 같지만. 그 이유에 기대어 읽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 7부 능선을 넘어본 적이 없는 사람. 인생이 너무 편안해서 좋은데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지 묻는 중생에게 (한동안 빠져있던 유튜브 채널 속) 법륜 스님은 일갈했다. 어, 난데.





글을 쓰다가 글감이 떠오르지 않으니 그만 쓰고, 시간 날 때 책 대신 영상을 켜고.. 귀찮으니까. 오늘만 이러고 내일 다시 하자며. 잘 모르겠다. 갑자기 팔린 집. 이사 준비를 하느라 해보지 않던 일들 접하며 인터넷 정보를 뒤적이고 여기저기 묻느라 에너지를 소진한 건 사실이나, 시간은 분명 있었다. 허나.. 모르겠다. 글도 쓰다 보니 매번 같은 말만 반복하는 듯하고. 글과 실제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간극이 커지니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도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글이 나오지 않아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마저 아이 어린이집 방학으로 잠시 멈추었지만. 물론, 하면 된다. 아이가 엄마를 찾지 않고 레고 조립에 몰두할 때 얼른 다이어리와 볼펜을 챙겨 와 펼쳐서 휘갈겨 쓸 수 있다. 그러면 되는데 그러기가 싫어 움직이질 않는 (것 같)다. 그렇게 7부 능선을 넘지 못한다.





쌓여서 나오는지 쓰니까 나오는지 몰라도 감정만 가득한 일기 같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하던   하는  같아서 재미가 없다.  글이 재미가 없어서 쓰기도 싫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재치 좋고 입담 있는 연예인 모음집을 계속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깔깔깔 웃고 싶기도 했지만 스스로가 재미가 없었다. 활력소가 필요한 건가.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고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을 사랑한다(고 어제 본 또 다른 유튜버가 말했다). 다짐할 필요도 없다. 그냥 살자, 하자. 이제 자자.











작가의 이전글 원 플러스 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