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OFTEARS Oct 26. 2017

미운 우리 새끼… 돈 그리고 냉랭함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만

부모가 느끼는 자식에 대한 안쓰러움은 어릴 적이나 성장해서나 똑같다. 백발이 된 아들에게 노모가 차 조심해라…”라고 말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며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잘 되기만을 바라는 부모의 심정과 달리 어긋나거나 혹은 다른 방향으로의 삶만을 살아간다면 자식은 그야말로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어른이 됐다고 완벽할 수는 없는 자식이란 위치, 그 부족한 모습을 고스란히 부모가 바라본다면 어떨까? 



SBS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한 <미운 우리 새끼> (이하 미우새)는 이 같은 궁금증을 풀어줄 뿐 아니라 더불어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 대상이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더 흥미롭게 하거니와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결코 평범하지 않은 마인드의 소유자들인지라 에피소드들 하나하나가 특색 있기도 하다. 



집안 전체를 클럽화 하기 위해 거품으로 채우기도 하고, 드론으로 낚시를 하고, 매운 음식 먹기 대결을 하고, 초저가 해외여행을 가기도 하는 등. 본인의 성향이 다수 투영됐기도 했겠지만 어느 정도 정해진 캐릭터에 맞춰 일을 저지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걸 보면 작가들 역시도 보통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근래에는 이른바 ‘궁상민’으로 불리는 이상민 씨의 에피소드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엄청난 액수의 빚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며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음을 그린다.


 

더불어 빚에 위축되지 않고 나름의 베스트라이프를 즐기며 사는 점.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그려지는 가득한 허세는 동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다가도 금세 웃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물론 그의 상황을 마냥 미소를 유지한 채 지켜볼 순 없다. 그러나 그런 때라고 하더라도 이내 영웅본색 OST인 ‘A Better Tomorrow'가 흘러나오니 혹여 눈물지을 일 따위는 없다. 



이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고 하니 당연히 이상민 씨를 향한 걱정은 아니다. 다만 그간 재미있게 보던 예능 프로그램의 최근 에피소드에서 조금 거북한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 에피소드는 바로 지난주와 2주 전 두 번에 걸쳐 방송됐던 래퍼 도끼(Dok2) 씨와 함께한 에피소드다. 



도끼 씨는 연예계 대표 부자로 알려져 있다. <미우새> 말고도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그가 조명됐던 적은 있기 때문에 엄청난 부를 자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이상민 씨의 경우 이른바 4분의 1 하우스가 미우새에서 공개됐기 때문에 둘의 차이는 클 것이 자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우새는 도끼 씨의 120평 집을 자세히 보여주며 궁상민의 부러움 또한 자세히 그렸다. 



음료수 냉장고, 에어컨이 상시 가동 중인 공간들, 멋들어진 테라스, 고양이 방, 어마어마한 크기의 TV, 값비싼 양주 컬렉션, 부티 나는 음악장비, 억 소리 나는 외제 차 몇 대…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마주하며 툭 내뱉는 이상민 씨의 외마디 “이야…”와 동반 출연했던 딘딘 씨가 자주 했던 ‘Let's Get It’(한 번 가보자)이란 추임새까지.  



이왕지사 궁상민이라는 캐릭터로 예능에 임했을 테지만 그의 외마디 감탄사와 긴 한숨은 마치 포기와 너무나도 가까운 우리네 삶을 대변해줬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단순히 부유함과 빈곤함을 비교함으로써 한 번 크게 웃게 해주려는 제작진의 의도였겠지만 그 단순함은 적어도 내게는 아프게 다가왔다. 



물론 도끼 씨의 노력에 의한 성공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노력의 양은 누구보다 덜하지 않은데 부(富)라는 가시적 결과가 주는 자괴감 때문에 보는 내내 거북했다. 



누구보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부러워할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한숨. 그 한숨은 단순히 웃고 넘길 가벼움만은 아니었다.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만 그 말속에 가려진 진실은 여전히 날카롭고 냉랭하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김사부는 왜 지금 ‘낭만’을 이야기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