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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Dec 22. 2016

김사부는 왜 지금 ‘낭만’을 이야기하는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메인 이미지.  출처 = SBS 공식 홈페이지. ⓒSBS & SBS I&M


의사들은 하나 같이 멋지다. 샘날 정도로.



단순히 흰 가운이 멋져 보이는 게 아니다. 최고의 지성인이기 때문이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생명을 구하는 일이니까… 생명 자체가 신비한 것인데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소생시킨다는 건 그에 상응하는 지성이 없어서는 불가한 일이다.



그래서일까? 자기들끼리만 아는 꼬부랑 말도 서슴없이 솰라솰라. 일장 연설하듯 쉴 틈 없이 내뱉는다. 나 같은 무지한 사람은 아주 잘 경청해야만 겨우 한두 마디 알려나? 암튼 고급스러움의 끝이다.






갑자기 웬 닥터 이야기인가 하실 수도 있겠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요즘 수목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이 화제이지만 <낭만닥터 김사부> 역시 못지않은 묵직함이 있다. 무엇인지 알아보자.



1. 무조건 폼만 잡지 않는다.



서두에서도 미리 말했지만 전문 의학 용어를 마치 시라도 읊듯 쏟아낸다. 그래서 때로 과하게도 보이지만 배우들의 표정에선 우쭐대는 겉포장이란 찾을 수가 없다. 물론 이 역시 제작진의 고도의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리얼리즘을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이유가 어떠하든 의학드라마 특유의 느끼함은 없다. 여느 드라마 같으면 주인공을 지나치게 유능하게 포장하느라 인공적 연출을 하기 마련인데 <낭만닥터 김사부>는 그렇지 않다. 그저 의사 역시도 ‘인간’ 임을… 그래서 한계가 존재함을 자주 노출시킨다.

 




2. 배우들의 캐릭터 성을 잘 묘사했다



주인공과 조연의 노출 정도를 잘 배합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배우들의 성격을 잘 묘사했다.



한없이 이성적이어서 냉정하게 느껴질 법한 <김사부 (본명 부용주)>와 성공이란 과업을 이루기 위해 살아왔지만 김사부가 있는 돌담 병원에 오면서 하나 둘 배워가고 있는 <강동주>, 이성보단 감성이 앞서며 옳은 일이 아니면 화부터 내고, 하고 싶은 말은 하고야 마는 당찬 여의사 <윤서정>, 언제나 나긋나긋 철두철미한 간호사이자, 돌담 병원 최고 실세 <오명심>, 하지만 그녀의 서열(?)과는 별개로 설레발치거나 나서는 일은 하지 않는다. 어시스턴트의 교과서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김사부를 혹독하게 잡는 모습에서 역시 그녀가 실세임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돌담 병원의 맞수 거대 병원의 원장 <도윤완>은 평생을 부용주에게 열등의식을 느끼며 살아 어떠한 꾀를 써서든 무너지게 만들려 애쓴다. 이처럼 <낭만닥터 김사부>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성격들을 비교적 세세하게 그려내 극의 재미를 더한다.





3. 아쉬운 점을 알아보자.



나머지 장점들을 말하기 전에 아쉬운 점 하나를 짚고 넘어가자. 너무 장점만 늘어놓으면 독자 여러분께서 글의 작성 의도를 의심할 수 있으니까.



바로 ‘로맨스’다. 뭐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강동주와 윤서정의 로맨스가 조금 식상하다. 물론 모든 드라마에 로맨스는 필수이긴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일까? 게다가 강동주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다가 갑자기 서정의 마음이 절절해지는 부분은 흐름상 납득하기 힘들다. -사견이다- 차라리 러브라인이 빨리 진척되었거나 그게 아니라면 로맨스의 전면 배제는 어땠을까 한다.



4. 통이 아닌 매회에 공을 들였다.



기존의 우리나라 드라마는 커다란 스토리를 정하고, 문제가 일어나며 그 문제에 막혀 엔딩 직전까지 탄식이 나오는 형태였다면 <낭만닥터 김사부>는 매 에피소드에 사건을 부여하고, 그 날로 해결하는 방식의 미국 드라마와 닮았다.



물론 소재의 한계상 매번 수술이 있거나 그로 인해 삶과 죽음의 애환을 그리는 것은 필연적이지만 별개로 딱 떨어지는 완결은 늘 멋지다. 그래서 늘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하게 만든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5. <낭만닥터 김사부>에는 모토가 있다.



사실 이걸 강조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다. 묘하게도 이 드라마엔 모토라고 해야 할지 아님 법칙이라고 해야 할지 굳건한 작가의 신념이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신념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진심’이다.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달리는 닥터이지만 사람이기에 좌절과 한숨이 나올 때도 있고, 또 적절한 타협도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데 주인공인 김사부는 이렇게 후배들에게 이야기한다.



“의사가 환자의 죽음까지 어떻게 할 수는 없어. 다만 의사는 최선을 다하면 돼.”



“네가 그러고도 의사야. XX야. 환자 나 몰라라하고 토끼는 게 의사냐고 XX야.”



어쩌면 이런 대사들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지 모른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이 대사 외에 더 ‘진심’과 연관된 대사들이 많았는데 잊어버렸다. 그러나 진심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진심의 왕도임을 알려준단 점에서 감명 깊다.





해당 드라마의 제목을 보고 나는 이렇게 중얼댔었다. <낭만닥터>? 웃기고 있네. 요즘 같은 시국에 낭만이라니…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정작 드라마를 보고 있다 보면 낭만이란 단어가 단순히 청춘들의 로맨스에 의해 파생되는 단어이거나 아니면 망중한을 누려 힐링을 얻을 때 쓰는 단어가 아닌



낭만(浪漫)[물결 랑, 흩어질 만]



물결이 흩어질 때의 그 평온함을 사람은 오직 ‘진심’으로 대할 때 누릴 수 있다는 의미 아닐까 생각한다.



어지러운 세상, 거짓과 감춤이 일상이 돼버린 날이지만 다가 올 2017년에는 파도가 쓸고 간 자리에 오롯이 진심의 낭만만이 존재하길….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리뷰 글

김사부가 전달하고픈 낭만

https://brunch.co.kr/@loveoftears/454





본문 이미지는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이미지이며 출처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 공식 홈페이지이고 저작권은 ⓒSBS & SBS I&M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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