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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an 25. 2020

김사부가 전달하고픈 낭만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 포스터.  출처 = SBS 공식 홈페이지. ⓒSBS & SBS I&M



저녁 뉴스 시청 후에는, 옛날 드라마를 방송해주는 케이블 채널로 자리를 옮겨 드라마를 시청한다. 우리 집의 흔한 밤 풍경이다. <구암 허준>부터 <대장금>에 이르기까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뛰어난 시청률과 함께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장편의 드라마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회씩만. 감질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다. 보면 볼수록 구관이 명관, 명불허전 같은 말이 저절로 나오는 두 드라마. 그러나 단 한 가지 너무 하다 싶을 만한 요소가 있다. 분명 드라마의 목표는 권선징악인데 굴러가는 이야기는 정반대라는 점.



물론, 극을 이어가려면 주인공으로 하여금 역경과 시련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전개가 역설적이게도 마약과도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것일 테니까. 허나 도가 너무 지나치다. 사리사욕을 위해선 그 어떤 파렴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또 악인들의 세력은 날로 부흥해서 온 세상을 집어삼키려 든다. 만일 당하는 허준 선생이나 서장금 선생의 상황을 내게 대입해 보면, 난 아마 골백번이라도 백기 투항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내게는 고독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고독함이 없어도 충분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낭만닥터 김사부>인데 시즌 2로 돌아와서 더더욱 반갑다.



김사부가 선사하는 낭만 하나

더 여유로워진 김사부의 애티튜드



고즈넉한 돌담 병원의 풍경이 정겹다. 물론 병원이 가진 묵직한 정체성이야 말로 ‘고즈넉’이라는 단어와는 상반되긴 하지만 그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작에서 충분히 목도한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다. 안 그래도 깡촌의 내세울 것 없는 시골병원인데 주축 멤버는 빠졌다. 더 해야 할 공부가 남아있나 보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수간호사 오명심과 행정실장 장기태는 마치 옛 동창이라도 만나는 듯 반갑고, 뿐만 아니라 정인수와 남도일 그리고 박은탁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직은 낯이 설은 인물들도 있지만 그래도 돌담 패밀리이니 일단은 안심이다. 하지만 병원 운영은 반가움만 갖고 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돌담에 어울리는 새 패밀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그 와중에 김사부는 천재 의사라는 타이틀은 개나 줘버리라는 듯,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야인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스카우트할 인물을 탐색한다. 한데 이놈의 안목은 저질인가. 거들떠보지도 않는 GS 펠로우 서우진과 CS 펠로우 차은재를 고른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우진 같은 경우 전형적 각자도생 캐릭터로, 뭐가 그리 꼬였는지 조폭과 연루되었다. 전에 있던 병원에선 원내 부조리를 폭로했다가 따돌림당하는 신세다. 그렇다면 차은재는 또 어떤가. 브레인으로는 누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발목을 잡는 것은 다름 아닌 “수술방 울렁증.”



아니 의사라는 사람들이 평판 떨어지는 걸로도 모자라 제멋대로에, 피 고인 살점만 보면 구역질. 걸핏하면 기절행이라니. 이건 직무유기 아니, 진즉에 자격 박탈이 됐어도 모자랄 오합지졸들을 고르다니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이것은 시청자인 내 기우일 뿐. 당사자인 김사부의 눈빛은 한층 여유롭다. 그의 사소한 고갯짓, 독함과 따뜻함을 오가는 언변은, 할 수만 있다면 실제 롤모델로 삼고 싶을 정도로 참스승의 전형이다.



김사부가 선사하는 낭만 둘

어떤 상황에서도 직진하는 강직함

  


시청자의 입장에서 솔직히 말해본다면 김사부. 닥터 부용주는 천재이기 이전에 바보 쪽에 가깝다. 사람이 어느 한 분야에 오래 있다 보면 관성에 의해서든 혹은 어떤 계기에 의해서든 한없이 무뎌져서 매너리즘에 빠지게 마련인데 도통 이 양반은 그런 게 없다. 응급환자가 홍수처럼 쏟아지든, 악의 무리들이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든, ‘남자는 한 길…’ 그저 할 일만 묵묵히 한다. 이 점은 그가 개인으로서가 아닌 병원의 마스터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때도 동일하다.



“저기, 수쌤. 일단은 저… 우리 수술에만 집중합시다.” (드라마 대사 중에서)



역시 큰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가 보다. 보통은 인지상정이나 자기 연민에 얽매여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되는데 타협 없이 앞에 놓인,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는 좋은 바보 김사부. 그런 면을 마주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내게 된다.



김사부가 선사하는 낭만 셋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이겨낸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의 배경은 한가로운 무인도도 아니고, 병원인 데다 그중에서도 병원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외상 병원인데 어찌 늘 평화로울까. 평화롭다면 필시 구성원들 모두가 근무태만일 것이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던 <구암 허준>이나 <대장금> 경우처럼 김사부를 시기하는 악인과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이 왜 없을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거대 병원 이사장인 도윤완은 부용주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악당의 수장이며 그의 악행이 얼마나 치졸하냐 하면, 본원에 GS 전문의 박민국 교수를 꾀어 돌담 병원 원장 자리에 앉히려 했고, 그 계획은 성공했다. 필시 도윤완은 박민국의 자의식 과잉을 이용해 부용주의 커리어를 끝내고,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



도윤완의 뻔히 보이는 계략을 모를 리 없는 김사부는 전 시즌부터 이번 시즌 초반에 이르기까지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단련이 된 바 그때마다 여유로운 어휘와 가소롭다는 듯 뱉어내는 웃음은 어떻게 되든 종국에는 승리할 것이라는 안심을 선사해 준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전파를 탄 예고편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



“이런 걸 전문용어로 겉멋이라고 하지. 다른 말로는 낭만이라 그러고.”



물이 한 곳으로 모였다가 때가 되면 흩어지는 낭만(浪漫). 과연, 낭만을 삶에서 구현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흠이 있는 사람을 품고 보듬으며, 주어진 한 길로만 직진하면서 악함이 잡고 있는 권세에 맞서 싸워 결국엔 이겨내는 그것이, 김사부란 드라마가 진짜 알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지.



[사족] 앞서 도윤완이 이사장의 권한으로 여운영 원장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박민국 교수를 앉혔다고 했는데 여 원장이 돌담을 떠나면서 쓴 편지 내용 처음 부분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라는 식으로 운을 떼었는데 뜬금없게 든 생각 중 하나는 이것이다. 사람마다 그 사람이 존재해야만 하는 고유의 자리가 있는데, 그 자리를 본래의 주인이 아닌 타인이 탐하면 안 된다는 것. 예컨대 멀쩡한 건물이 자리 잡은 곳에 괜스레 새로운 건물을 짓는답시고, 몽땅 허물고 구멍을 뚫으면, 그곳은 빛나는 게 아니라 지저분해질 뿐이라는 것. 재차 깨끗해지려면, 이전보다도 더 가혹한 인고의 세월을 겪어내야 하는데.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가끔 이런 당연한 사실을 망각한 채 어울리지 않는 남의 소유나 자리를 탐하는 건 아닐까 하는 그런…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 리뷰 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2>  관련 글 




본문 이미지는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 포스터 이미지이며 출처SBS <낭만닥터 김사부 2> 공식 홈페이지이고 저작권ⓒSBS & SBS I&M에 있음을 알립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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