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곰탱이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한 장

by LOVEOFTEARS

어떤 일이 있어도 머물겠다고 했습니다. 영원한 것은 없는 줄 알면서 이 세상 전부가 유한하고 제한적인 줄 알면서 바보 같게도 그런 약속을 했습니다. 내일은 하나도 보지 못하고 당장의 장밋빛 삶이 좋아서 그런 어리석은 말을 했습니다. 전 굉장히 근시안적인 사람인가 봅니다. 헤어 나올 수 없는 황홀함에 매일 취해 살아서 그 와중에 흐르는 눈물은 모두 행복의 것인 줄 알았습니다. 네 사실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무엇과도 바꾸기 싫으니까요.



삶에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매일 하는 호흡이 꿀처럼 달았으며, 작게 읊조리는 기도가 끊이질 않았고, 없던 힘도 생겨 호랑이 기운이 불끈 솟아나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매일 껄껄 소리 내며 웃는 웃음이 도무지 멈추지 않아서 남들한테 ‘그만 좀 웃으라’고 호되게 혼이 나도 그때뿐이고, 조금만 지나면 이내 다시 똑같은 짓을 일삼았죠. 그래도 좋았습니다.



매일 아침 당신께서 나를 일어나라며 건드리시면, 눈앞에 보이는 놀라운 광명 앞에 감탄을 했고, 그 빛이 한 가운데 있을 때 주어지는 쉼 한 가닥이 제겐 행운처럼 느껴졌습니다. 무슨 실수를 저질러도 다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때로는 내가 개과천선이라도 했나 하고 고개를 갸웃 거려 보기도 하고요. 암튼 그저 모든 것이 다 좋고, 마냥 행복해서 이게 꿈이 아닌가 하고 볼을 꼬집어도 봤는데 현실 맞더라고요.



저는 마치 천국에 온 줄 알았습니다. 왜 그렇다고 하잖아요. 천국엔 화도 없고, 미움과 증오도 없고, 아픔이나 슬픔도 없다고요. 오직 기쁨과 즐거움만이 가득하고, 가장 베스트의 상태라고요. 제가 그랬다고요. 그렇기 때문에 전 후회도 없어요. 오히려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눈치채셨습니까?



‘사랑 중독증…’



맞습니다. 근데 병에 걸렸어도 좋았습니다. 정말 많이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습니다. 이 병에 걸리니 미련해지더라고요. 하나님. 저는 미련 곰탱이입니다. 마음속에 미련함으로 가득 차 있는데도 이렇게 바보 같이 실실거리고 있네요. 언젠간 이 시간들 역시 세월의 변화와 유한함 앞에서 사그라지겠죠?



그땐 그렇게 되더라도 이 마음 굳이 막지 않으려 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머물겠다는 그 말도, 황홀함에 매일 취해 사는 일도 지킬 수는 없겠지만. 당장은요.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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