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항상 꿈에 대해서 고민하고 더 많은 곳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꿈의 실현에 도전하는 삶이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매 순간 열심히 사는 것이 나의 삶을 지켜내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쉼없이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불행하다거나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러한 과정을 즐거워했고 그렇게 사는 것이 가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나의 20대는 그러한 삶의 연장선으로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하며 열심히 지내왔고, 30대가 되어서는 평범하고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육아를 시작하면서 예전에 내가 생각해왔던 삶과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게 되면서 지금의 40대에 이르렀다. 40대가 된 지금의 나는 즐거운 삶을 사는 어른이 되기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자주 가지고 있다.
일상이 평범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조금은 무료하고 우울감을 느끼게 하는 때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요즘의 나는 일상의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작은 것들에 감사하며 그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무라카미하루키의 에세이 '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서 하루키는 생활 속에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기위해서는 크든 작든 철저한 자기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예를 들면 꾹참고 격렬하게 운동을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순간들, 나에게는 체력적으로 조금은 버거운 새벽 기상을 하여 조용한 거실에서 명상앱을 켜고 모닝글쓰기를 하는 시간이 그러한 순간이다.
일상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순간, 지금의 나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로 채워진 일상을 넘어서 나에게 주는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채워가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필리프 들레름의 에세이 '크루아상 사러 가는 아침'에서 작가는 어슴푸레한 새벽의 한가운데 신선한 찬 공기를 마시며, 단골 빵집에 좋아하는 크루아상을 사면서 시작하는 그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좋은 부분을 먹은 순간이라며 삶에 스민 소박한 즐거움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즐거운 어른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된 사람은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이다. 그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정성스레 청소하고 기록하며 충만한 삶을 살아간다. 자신의 본업인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도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감상하고, 출근길에 들을 좋아하는 노래를 신중하게 고른다. 일과를 마치고 나서 하는 목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주말이면 헌책방에 가서 좋아하는 책을 구입하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하는 일상을 보낸다. 생의 아픔을 가졌지만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히라야마의 일상은 지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 소소한 일상을 넘어서 일상이 지닌 것들을 존중하는 자세야 말로 즐거운 어른이 되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 일상의 즐거움이란 어떤것이 있을까? 육아의 최전선에 있는 지금은 자녀가 주는 기쁨들이 나의 즐거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지금 온전히 나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단연코 독서이다. 책은 내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며 평생을 함께 해온 친구 같은 존재이다. 나의 일상 속 모든 순간에 책은 늘 함께 해왔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다닐 수 있게 결심하게 해준 원동력 또한 책이었다. 책을 통한 인연들은 늘 나에게 즐거움과 설렘을 주며 일상에 활력을 불러일으켜준다. 책은 즐거운 어른으로 나이 들기 위해서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이다. 앞으로의 삶에서 책과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 또 하나의 즐거운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이옥선 작가는 책'즐거운 어른' 속에서 즐거운 어른이 인생의 골든에이지를 살아가는 방법을 호탕한 일갈과 칼칼한 유머로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성인이 되어 독립한 자식들, 또 남편을 떠나보내고 비로소 혼자의 삶 이 되면서 자유의 몸이 된 자신의 시간을 만끽하며 즐거운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 시간을 묘사한다. 할머니, 노인이라 부를 수 있는 나이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며 자유로이 지내는 시간을 가지는 모습은 너무나도 멋졌고 나도 즐거운 어른으로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직은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서의 순간이 많은 나이지만, 오롯이 나의 이름으로 돌아간 시간을 누구보다 즐겁게 살아가기 위하여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책이었다.
작가가 책 속에서 쓴 유언장 글에는 '나는 내가 인생에서 해야 할 숙제는 다 했고 이제까지 대충 즐겁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너희도 너무 애쓰지 말고 대충(이것이 중요하다) 살고, 쾌락을 좇는다고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뭔가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것부터 해결하는 방법으로 살면 소소하게 행복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작가의 너무 애쓰지 말고라는 말을 한참을 집중하며 읽었다. 최선을 다하되 너무 애쓰지 않고 너무 복잡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살라고 하는 말은 늘 앞으로의 일들에 대한 걱정과 고민이 많은 지금의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고마운 조언이었다.
김신지 작가는 책 '제철 행복'에서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제철에 있는 거라면, 계절마다 '아는 행복'을 다시 한번 느끼며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 마음은 자연스레 제철을 챙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알맞은 시절을 산다는 건 계절의 변화를 촘촘히 느끼며 때를 놓치지 않고 지금 챙겨야 할 기쁨에 무엇이 있는지 살피는 일이다. 제철 산책, 제철 낭만, 제철 여행, 제철 취미, 제철 만남, 제철 선물, 제철 휴식, 제철 풍경 등 자칫 반복되는 일상이 우리에게 무료할 틈을 주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것들이다.
나는 매년 6월이 되면 푸르른 초여름의 낭만을 느끼기 위해 무주 산골 영화제에 간다. 3년째 이어온 영화제 참여는 우리 가족의 즐거운 제철 여행이 되었다. 즐거운 어른이 되는 것이란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지금 지나는 계절을 구체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자신만의 제철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계절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과 함께,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채워 나가는 것이 지금의 내가 즐거운 어른으로 살아갈수 있게 하는 가장 행복한 방법이 될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