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연재
w.이루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꼰대가 있습니다. 자신이 꼰대인 걸 아는 꼰대와 자신이 꼰대인 걸 모르는 꼰대. 저(이루다)는 꼰대인 걸 아는 꼰대입니다.
꼰대인 걸 아는 꼰대라서 좋은 점은 나보다 어린 사람과 아랫사람 즉, 흔히 말하는 젊은 친구들에게서 대화가 통하는 어른인 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꼰대인데 말이 통하네?’, 하고 그들은 꼰대인 저를 좋은 사람이라 말해주며 가끔 데리고 놀아줍니다. 괜찮지 않나요? 다들 나이가 들면서 알잖아요? 젊은이들과 어울려야 젊게 살 수 있다는 것을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꼰대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맹세하건대 전 정말 꼰대예요. 세상에 이런 꼰대가 없을 지경이죠. 다만 좋은 사람인 척하는 겁니다. 척이면 어때요? 실은 내가 매우 부족하고, 속은 썩어 문드러진 인간일지라도 ‘선’을 지향하는 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성은 악할지언정 겉으로는 선한 척이라도 해보자고요. 요즘처럼 인정머리 없고 팍팍한 세상에서는 위선조차 선이랍디다.
내가 옳다, 내 말이 맞다, 우기려는 것 또한 아닙니다. 저도 만만치 않은 꼰대인데, 자신이 꼰대인 걸 모르는 꼰대 때문에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제발 당신들도 스스로가 꼰대라는 걸 인정 좀 해주십사 하는 마음에 글을 쓰게 된 것뿐입니다.
그동안 만난 나와는 다른 종류의 꼰대들 때문에―공황장애며, 위장염이며, 툭하면 구토와 고열에 시달리고, 원인 불명의 두드러기 등등― 몸과 마음이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서 살기 위해 쓰는 글이니, 째려보지 마시고 웃으면서 봐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제가 꼰대는 꼰대인데, 정신력이 너무 나약해서 상처를 쉽게 잘 받거든요. 아무튼.
반대로 자신이 꼰대인 걸 모르는 꼰대의 나쁜 점이 있다면 그건 나보다 어린 사람과 아랫사람 즉, 흔히 말하는 젊은 친구들에게서 ‘그냥’ 꼰대가 아닌 ‘개’꼰대 혹은 개꼴통으로 불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단어가 충격적인가요? 하지만 다들… 알잖아요? 우리는 내가 꼰대임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한 꼰대를 만났을 때 입에서 나오는 상스럽고 된소리 위주의 단어들을요.
그러니 제가 생각할 때 자신이 꼰대인 걸 아는 그냥 꼰대는 아무리 나쁜 점이 많더라도 좋은 점 하나가 다 이겨 먹고, 자신이 꼰대인 걸 모르는 개꼰대는 아무리 좋은 점이 많더라도 나쁜 점 하나가 다 이겨 먹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만 인정하시는 게 어떨까요?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01화.
커버이미지: Office at Night(1940)_Edward Hop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