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연재
w.이루다
저는 꼰대입니다. 그런데 희한하게 어린 친구들한테는 말이 통하는 어른으로 불리고, 저보다 연장자인 분들한테는 요즘 애들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한 마디로 요즘 애들 같지 않은 어른인 저는 중간에 끼인 꼰대라는 겁니다.
업무 시간이 9 to 6면 9시 정각에 출근하고 6시 정각에 퇴근하는 것 아니냐, 라는 말 들어보셨죠? 9시 정각에 땡하고 도착하는 사람과 일찍 오는 사람과의 논쟁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끼인 꼰대기 때문에 두 입장 모두 이해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어릴 때부터 일찍 다니는 게 습관이라서 2~30분 정도 여유를 두고 출근하는데요, 그럼 어떤 반응인지 아세요? 어린 친구들은 대부분 “일찍 오셨네요?”하고 끝인데, 몇몇 연장자분들은 “요즘 애들 같지 않네.”라는 말로 시작을 하십니다.
연장자 : 원래 일찍 다니나 봐?
이루다 : 네.
연장자 : 요즘 애들 같지 않네. 요즘 애들은 9시 땡하고 맞춰 오잖아. 00팀에 누구도 맨날 9시에 출근 찍더래. 아니, 9시에 도착해서 바로 일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화장실 갔다가~ 모닝커피 마셨다가~ 업무 준비하는 시간도 있는데 그러면 그만큼 늦게 퇴근할 건가? 안 그래? 일찍 다니면 좋잖아~
이런 흐름이죠. 아까도 말했듯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박 못 할 말도 아니죠. 만약 저처럼 30분 일찍 오는 사람은 그만큼 일찍 퇴근해도 되나요? 출근을 9시까지 하는 거라면 퇴근도 6시까지 집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또 중간에 담배 피우는 사람도 있고 편의점을 다녀올 수도 있고, 다양한 변수가 있는데 그 시간들을 전부 업무 시간에서 제외할 건가요?
무의미한 논쟁입니다. 논리적인 것 같아도 결국 무논리로 귀결되는 흐름이고요. 솔직히 끼인 꼰대인 저로서는 요즘 애들 같지 않다는 말도 칭찬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제가 그런 사람이라서요. 요즘 애들 같지 않은 게 아니라 저(이루다), 단지 제가 일찍 오는 게 습관인 사람일 뿐이라는 거예요. 저는 여기에서 그냥 꼰대와 개꼰대의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요즘 애들’이라는 말로 개인의 성향이나 개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히 일반화한 점
00팀에 누구도~ : 타인을 깎아내리는 말, 뒷담화
안 그래? 일찍 다니면 좋잖아 : 자신의 의견에 공감할 것을 은근히 강요
저는 굳이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뒷담화로 비교하면서 하는 칭찬은 칭찬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도 요즘 애들 같지 않을 뿐, ‘요즘 애들’인 거잖아요? 너는 안 그러네, 하면서 구별 짓는 행위도 결과적으로는 편 가르기입니다. 게다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데 내 말이 맞지 않느냐고 은근히 강요하는 말도 누군가에게는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고요.
지금의 예시로만 봐도 개꼰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타납니다. 개꼰대는 말이 안 통하고, 자기 할 말만 하고, 뒷담화를 즐기는 인간으로서 아주 성가시고 짜증 나요.
죄송한데, 제가 9시 전에 일찍 출근하는 건 오롯이 저의 업무 준비를 위함이지 개꼰대님과 담소를 나누기 위함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겠어요?
네? 그럼 그냥 꼰대인 저는 어떻게 말하냐고요? 정말 당황스럽네요. 놀랍게도 애.초.에! 누가 일찍 오든가 말든가 관심이 없답니다!?
잦은 지각으로 업무에 피해를 준다면야 주의와 제재가 필요하겠죠. 그런데 단지 9시 정각에 오느냐, 일찍 오느냐의 문제를 두고 너는 어느 편이니―하는 그 이분법적 사고 자체가 폭력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 해보셨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꼰대인 저의 반응이 궁금하시다면 보여드리죠.
이루다 : 원래 일찍 다녀요?
젊은이 : 네.
이루다 : 헐, 저돈데!
젊은이 : ㅎㅎㅎ
끝입니다. 다른 느낌으로 한 번 더 보여드릴까요?
이루다 : 원래 일찍 다녀요?
젊은이 : 네.
이루다 : 와, 대단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거 너무 피곤하지 않아요ㅠㅠ? 저는 맨날 지하철에서 서서 자면서 와요.
젊은이 : ㅋㅋㅋ네, 맞아요. 피곤해요. 그래도 일찍 오는 게 마음이 편해서요.
이루다 : 맞아요, 저도 그래요.
역시 끝입니다. 일찍 온 게 기특하면 그 일찍 온 사람에 관한 대화만 하면 됩니다. 요즘 애들, 어디 팀의 누구는 하면서 다른 사람을 끌고 오는 게 아니라요. 어리다고 해서 다 9시 정각에 맞춰오는 거 아니고, 옛날 사람이라고 해서 다 9시 전에 도착하지는 않잖아요.
저도 꼰대라 일찍 다니면 당연히 좋긴 한데요, 제시간에 온다고 해서 잘못된 건 아니죠. 지각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긴 하지만, 그건 제가 시간 약속 어기는 걸 제일 싫어하는 성향이기 때문이지 요즘 애들답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거 아세요? 개꼰대는… 본인이 ‘요즘 애들’에 속했던 젊었을 시절에도 개꼰대였다는 것을….
[죄송한데, 완전 꼰대세요] 시리즈 02화.
커버이미지: The Persistence of Memory(1931)_Salvador Da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