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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dust Jul 16. 2023

어쩌면 남편을 변화시키는데 한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목적 없이 해왔던 나만의 사랑표현


1.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회사가 파산했을 때 얘기다.

남편은 올인원오디오가 갖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자칭, 타칭 '막귀'이기에, 집에 있는 'Boss'로도 충분한 거 아니냐니까, 남편은 그건 그냥 스피커이고, 올인원이 갖고 싶단다.

어깨 너머 그의 휴대폰을 보니, 1-20만 원대의 올인원 스피커를 찾아보고 있었다.


"오빠가 갖고 싶었던 건 뭐야?"


"한 십몇년전에 갖고싶던건 루왁이라는 브랜드인데, 이게 더 성능이...(이하중략)"



남편은 마치 소노로 회사 엔지니어처럼, 이게 무슨 나무이고 선 꼽는 곳을 금으로 해서 소리가 다르고.. 갖고 싶었던 오디오의 청음 유튜브를 찾아 보여주고, 같이 청음 해보자며 신나 있었다.


"그래서 이걸 어디에 쓸 수 있는 거야? 사운드바 용도로도 쓸 수 있어? 티브이 볼 때도, 영화 볼 때도 쓸 수 있는 거야?"


"올인원스피커라 티브이에 연결해 놓고 쓰고, 널려있는 시디플레이어로도 쓰고, 스포티파이 앱 연결해서 스트리밍 지원하고, 라디오 되고 뭐.."



그러나 정작 그것이 아닌 다른 것을 찾고 있었다. 쿠팡부터 네이버까지 찾아보면서 가성비 좋은 올인원오디오를 찾고 있는 남편에게



"오빠, 물건이란 게 원래 갖고 싶은걸 못 사고 다른 걸 사잖아? 그럼 그 갖고 싶던 거의 비슷한걸 계속 사게 돼서 나중엔 그 물건과 비슷한 값을 지불하게 되더라? 그냥 사자, 사줄게!"


"아냐 됐어, 비싸"


"사자, 어차피 결국엔 그만한 돈을 쓰게 된다니까?"


"돈 없어 못사, 됐어"


"나 산다? 지금 결제한다?"


"아니야, 사지 마 사지 마"


"아니 오빠,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이게, 그때 우리 부부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인데

이때부터 유행시켰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집에 오게 된

"sonoro masterpiece"


막귀인 내 귀에도 높고 큰 소리도 버겁게 들리지 않는 것이 오디오가 좋긴 좋구나 싶었다.


남편은 아이처럼 박스를 열고 설치하는 뒷모습에도 신남이 묻어났다. 정말 갖고 싶었나 보다.


어쩌면 오디오를 사는 것이. 회사를 접어 실직된 상태에서 언제 재취업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플렉스 할 것은 아니었을 수 있으나, 나는 남편을 믿었다.


그간 지지고 볶으면서, 회사를 접으면서, 늘 기댈 수 있는 부모님에서 보살펴드려야 하는 부모님으로 바뀌면서, 예전보다 아주 괜찮은 사람으로 변했을 거라고. 그래서 어느 곳으로 가게 되건 앞으로 더 잘 될 일만 남았을 거라고 말이다.

남편에 있어서는 자부심도 조금 있다.

이 사람의 8할은 내가 만들어냈다고 말이다.


몇 천만 원도 아니고 이 비용으로 기를 살려줄 수 있다면, 매우 저렴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지금 보아도 가장 잘 산 물건 중 하나이다.



2. 남편의 생일선물


남편과 짧디 짧은 한 달여간의 연애했을 때 일이다.

그때는 바나나 리퍼블릭이라는 브랜드가 한국에서 철수하기 전이었고, 남편은. 그 브랜드 옷이 썩 잘 어울렸다.


남편에게 옷을 사주고자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입혀보고 잘 어울리는 몇 벌을 샀다.


남편은 (여자에게) 선물 받아본 게 처음이란다.

그간 밥도 커피도 술도 다 사줬으면서 이것도 안 하면 내가 너무했다 싶어 선물한 것인데 이리 기뻐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때 이후로 매 년 남편의 생일선물을 100-200만 원 사이에서 하고 있다.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엔, 명품이라곤 페라가모 지갑 하나가 전부였다. 그게 내 눈엔 왜 그렇게 짠하게 보이던지..


2017. 노비스패딩 / 몽블랑 백팩

2018. iwc 포르투기저

2019. 로로피아나 썸머워크 스웨이드

2020. 타임 린넨수트셋업

            /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플미

2021. 타임 캐시미어 코트

2022. Ck 니트패딩집업 / 소노로 마스터피스

2023. 로로피아나 썸머워크 레더


기억을 더듬어 쓰다보니, 역시 남편은 사주기 좋은 사람이다. 모두 잘 사용하고 있는 아이템들이기 때문이다.



3. 매일 아침 샌드위치 & 커피


그전엔 스크램블과 소시지, 야채들로 아침상을 차렸으나 출근길에 차에서 먹는 게 더 좋다 하여 샌드위치와 커피로 바꾼 지 5년 차다.


새벽 6시에 매일 샌드위치와 커피를 담아 건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기에 꾸준히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다.

조금 생식내어 보자면, 20개월 차이 아이 둘을 돌보며 매일 아침마다 챙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많이 수월해졌다

아이들이 많이 컸기 때문이다.



4. 건기식 챙기기


결혼 초반에 각 종 영양제를 한 움큼 주면, 인상 쓰고 먹기 싫어 뒤로 빼던 사람이, 이젠 야무지게도 바로 입에 털어 넣는다.


아침에 빈속엔 침향환을, 저녁엔 오메가 3 그 외 비타민, 건기식을 챙겨주고 있다.

+ 술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아이스꿀물은 반드시 추가한다


침향환 : 조선비책 침향환

오메가 3 : 노르딕 네츄럴스 얼티미트 오메가

비타민B / C : 네이쳐스웨이

유산균 : 제로우

밀크씨슬/아르기닌 : 나우푸드



5. 6년간 해왔던 매주 성당다니기


비신자이고, 앞으로도 비신자일것을 남편이 알기에 그간 군소리없이 다녔어서 이제 함께 가지 않음을 이해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역시나 해보지도 않고 하는 거절보다 해보고 거절하는게 더 잘 이해시킬 수 있다.



6. 7년간 매주 시부모님 만나기


매 주말마다 시부모님을 만나왔다.

남편과 사이가 계속 좋지 않았기에 했던 것인데,

시부모님을  뵙고 오면 남편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기에 잘 지내보고 싶어 했던 노력 중의 하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과 사이가 좋아지고 나니

더 이상 시댁에 가지 않게 되었다.

할 수 있는만큼 했다는, 남편이 받아들이는데 걸린 시간은 7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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