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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Dec 30. 2023

"괴물"

Monster. 2023. Movie.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기억하고픈 작품을 남깁니다.
다른 이를 통해 듣는, 분명한 그 한마디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던 그 순간을.
저만의 긴 여운을 가득 담아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짧은 기록입니다.
출처 : 네이버 포스터



한 해의 끝자락,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하얀 눈이 쏟아진다. 며칠 전 안타까운 소식에 내내 맘이 편치 않았다.

'말'의 힘이 새삼 무섭다. '편견'의 잔혹함이 유독 시린 날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특히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좋아한다. 정형화된 가족이 아닌 사람과 사랑으로 연결된 따뜻한 연대에 관해, 어른의 역할과 가족의 참된 의미를 생각게 하는 그의 영화는 언제나 애틋하다.


영화 보는 내내 속으로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엄마 사오리(안도사쿠라), 호리선생(나가야마에이타), 미나토(쿠로카와소야) 세 명의 시선으로 담아낸 이야기에 "이렇게나 깊은 시선으로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는구나." 하고 그냥 멍해질 수밖에 없었던 참 아름다운 영화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사카모토 유지 각본, 류이치 사카모토의 영화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내겐 올해 본 영화 중에 단연 최고였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고단함, 불편한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학교와 교사의 무기력함과 안일함, 용서할 수 없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다름을 이유로 편을 가르는 사람들, 말을 옮기고 침묵으로 동조하는 사람들. 그러다 마지막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편협한 생각을 멈췄고 가벼웠던 입은 굳게 닫히고 말았다. 


이야기에 따라 결론이 휙휙 바뀌는 나의 섣부른 판단과 어리석음이 부끄러웠다. 모든 걸 다 안다고 여겼던 오만함과 왠지 모를 우월함에서 온 값싼 동정심으로 스스로를 감추고 있었던 내가 참.. 볼품없구나. 

여전히 말하기를 즐기고 나의 유희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양 삼는 무서운 폭력을 알게 모르게, 아니 알면서도 여전히 하고 있다. 단지 모른 척하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스스로 괴물이 아니라고 자부할 수 있나? 

남들과 다르면 모두 괴물인 건가?  편견에 사로잡혀 사람을 판단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나는 어떤 어른인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가?  어떤 말을 입으로 쏟아내고 있는가?  


연말이라는 이유로 들뜬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돈한다. 무수한 가치들이 혼재한 세상에서 단편적인 사고로 눈에 보이는 것들만 쫓지 않기를, 말과 편견에 휩싸여 본질을 놓치지 않기를 말이다.

우리는 모두 실수투성이고 완벽할 수 없는 사람이므로,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이에게 조금 더 다정한 말과 너그러운 마음이기를 바라본다. 


서로에게 손 내밀 수 있는 온기 품은 사람이기를, 그래서 누구나 행복하기를.



■ Ryuichi Sakamoto- Aqua  (Monster OST) 

    _그의 마지막 영화음악. 언제나 위로였던 당신의 음악이 있어 내내 따뜻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스틸컷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거야


요리     "우린 다시 태어난 건가?"
미나토  "아니, 우리 그대로 인 것 같은데?"
요리     "그래? 다행이다"


미나토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 없어서 거짓말하는 거예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게 들통날 테니까요"
교장  "몇몇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고 하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거야."


출처 : 네이버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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