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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웅주 Mar 17. 2021

더 포스트 x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

[타자기]로 묶어 보다 - #1. 더 포스트

영화 The Post x 다큐 캘리포티아 타이프라이터

[타자기]로 묶어 보다 - #1. 더 포스트



영화 THE POST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저명한 언론사 '워싱턴 포스트'가 미국 닉슨 정권 하에서 약 30년 간 미국이 베트남에 군사적으로 꾸준히 개입하는 한편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현저히 적음을 연구해온 미 국방부의 내부 문건을 입수하고, 이를 기사화 할 것인지 여부를 다양한 입장의 사람 간 갈등과 고뇌를 영화화 한, 실화 기반의 영화입니다.

한 장의 이미지에서 모든 영화의 스토리가 전달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메릴 스트립이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발행인)인 캐서린 그레이엄을 연기했고, 톰 행크스가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밴 브래들리 역할로 분하여 2018년 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인데요

2018 오스카 작품상을 거머쥔 스필버그 감독


건강한 언론사의 기본적 구조는 발행인(사주)이 회사를 보유하고 경영하되, 신문의 논조 (기사 기획, 취재, 작성, 편집, 논평)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편집장이 독립적으로 편집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습니다.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오랜 전통을 지닌 가족 회사 체제였는데(주식회사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외부 및 투자자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음) 발행인 케이는 아버지로 부터 경영권을 물려 받은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여성 최초 발행인을 감당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었죠.



당시 워싱턴 포스트는 경영난(TV의 시대가 왔어요)으로 외부 투자를 유치하는 형태로 기업 구조를 변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케이는 당시 '여성'의 사회 활동에 대한 편견과 경험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지는 못했던 상황이었어요. 


대사 중 "여성이 설교를 하는 것은 개가 뒷다리로 걷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제대로 걸으면 신기해하고 제대로 못걸으면 당연한 것으로 본다"는 뉘앙스의 대사가 나옵니다. 영화 속에서 케이는 남편이 신문사를 경영하는 내내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가사노동을 한 전형적 전업주부로 등장을 하고요


이 때 발생한 베트남 전쟁 비밀 보고서는 당시 닉슨 정권 국방장관인 '로버트 맥나마라' 장관에 의해 작성되었는데 케이와 국방장관은 서로 조언을 주고 받으며 막역한 관계로 나오죠. 그래서 이 문서를 입수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케이가 받은 압박감은 크게 


국가반역죄를 운운하던 정부의 압박 

정부와 대립하는 기업(언론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동요와 압박 

사주와 로버트 맥나마라 장관과의 개인적 친분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 때 결단과 위기 관리에 대한 경험 부재 등으로 나눠볼 수 있겠습니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해당 문건을 미리 입수하여 특종을 터뜨리나 더 이상 보도는 진전되지 못합니다. 법원이 보도 금지를 요구한 정부의 편을 들어주고추가 보도 시 해당 언론사와 언론인, 그리고 취재원(공익제보자)을 구속하겠다고 했거든요.


첫 폭로기사는 뉴욕 타임즈에서 나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화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공적 책무와 이익, 사적 인연과 이익이 뒤섞인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에 따라, 혹은 인간적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주고 받는 대사와 설득의 과정들이 꽤나 흥미롭습니다.


미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 출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투쟁과 언론의 태생적 책무와 올바른 언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 그리고 국익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했을 때 어떤 가치가 더욱 우선되는가 등에 대해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미 수정헌법 1조 : 의회는 종교를 만들거나,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발언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출판의 자유,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 그리고 정부에 탄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어떠한 법률도 만들 수 없다.
1971년 7월 1일자 워싱턴 포스트 1면


결과적으로 이 과정을 통해 케이는 비로소 주체적 자아를 발견하고 공적으로 부여된 역할을 감당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는 개인의 진보를 넘어 여성의 사회적 진출로서의 진보이고 언론이라는 공기의 사회적 진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세상은 시련과 갈등을 조정하고 극복하고 결단하면서 발전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캐릭터랄까요? 메릴 스트립이라는 배우의 개인적 가치관을 안다면 영화에 더욱 공감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밴 브래들리는 언론의 책무와 정론직필을 위해서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강직한 편집장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쟁지에게 특종을 빼앗길 수 없다는 호승심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언론과 언론인으로서 우리가 해 온 일들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또 앞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강직한 신념이 없다면 결코 감당하기 힘든 일이겠죠. 밴의 결단과 리더십, 그리고 같은 신념으로 진실 보도를 위해 끝까지 캐내는 편집국 기자들의 모습이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습니다.


영화 '1987'에서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나온 고창석 배우의 연기가 매우 인상깊었어요

여기서 정론직필, 좌고우면하지 않는 신념을 담아낸 몇몇 오브제들이 나오는데요


저는 그 중 '타자기'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람의 감정이 담긴 꾹꾹 눌러쓴 수필도 좋지만 언제나 늘 동일한 필체로 드라이한 사실을 담아내는 타자기, 경쾌하지만 날카로운 타건음, 마치 도장을 찍는 것과 같은 신뢰감을 주는 글씨들.


한번 기록한 것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는 지울 수 없는 타자기의 구조, 묵직한 쇠로 만들어진 무게감 등이 바로 더 빠르게, 더 바르게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이 지향해야 할 올바른 가치를 담아내는 오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타자기는 무미건조하지만 믿음이 갑니다. 내부 구조는 정말 복잡하지만 결과물은 심플하고 틀림이 없으니까요


언젠가부터 글이 가벼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날마다 사방에 쉽게 쓰고 쉽게 지우고 쉽게 내뱉는 글들의 조합 속에서 우리는 혼란을 느끼고 수 많은 글 들의 누적과 다툼 앞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가를 놓고 싸우고 있는데요.

혹시라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더할나위 없이 편해지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쓰여진 글이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부담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시의성이 생명인 언론의 태생적 속성을 위해 마감 직전까지 글을 쓰고 급하게 전달하고 글을 고치고 이를 활자판에 맞추고 마지막 윤전기에 돌리는 과정이 영화에 나오는데요 이 모습은 하나의 위대한 탄생과도 같은 숭고함 마저 느낄 수 있었어요.

어렵게 쓰여진 글을 어렵게 출력하는 것은 그래서 두려운 일입니다


닉슨 대통령은 백악관에 더 이상 워싱턴 포스트 기자가 출입하지 못하게 조치합니다. 비합리적이고 폭력적 대응이죠. 결과적으로는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은 결국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하야하게 됩니다.

이 때 워터 게이트 사건을 취재하여 폭로한 곳도 워싱턴 포스트입니다. 권력에 맞서 진실이 승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사필귀정이겠지요.


하지만 결국 2013년 WP는 아마존 제프 베조스에게 인수됩니다. 현재 최고의 권력은 자본입니다


#. 곧 이어 [타자기]로 묶어 보다. #2. 캘리포니아 타이프라이터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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