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님들아
토요일. 현충일.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기 위한 법정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일어나 매장에 부족한 물건을 구매하러 거래처 다녀오고, 어제 일하다 다친 남편은 평소 내 집 드나들듯 하는 정형외과에 가서 주사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단골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스탠더드 푸들쌤-키랑 덩치는 산만하신데 왠지 푸들을 닮은 그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은 갈 때마다 자꾸 길어져 깜짝깜짝 놀란다)은 오늘은 무슨 일로 아니 어디가 아픈 거냐고 후다닥 일분만에 진료를 끝내고, 남편은 주사+약+물리치료 풀세트를 처방받고 살 것 같은 표정으로 병원을 나온다.
토욜은 항상 3시까지만 일하고 남편은 단짝 친구와 스크린골프를 두 게임하고 내가 따라 나가는 날이면 나에게도 한게임 하자 하지만... 오늘은 왠지 꼭 이 책을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그리고 더 시원한 드라이버의 ‘탕’ 소리를 들으며 건성으로 콧소리 한 번씩 “오빠 나이스~”해주며 읽고 싶었다.
두 시간 삼십 분 동안 남편과 절친이 “아우 씨~” 또는 “오 나이스~” 하는 동안 슬쩍슬쩍 장단 맞춰주며 읽어 내려간 <안녕, 나의 순정>은 참으로 참으로 재미났다. 나의 질풍노도 고딩시절 학교 마치고 제일 먼저 달려갔던 만화방 그 작은 보물상자 같았던 그곳이 떠오르며 그 날의 냄새 기온 나의 모습까지도 생각이 났다.
어쩜 이 작가는 그때 내 맘을 이리도 잘 알까? 그리고 어떻게 내가 좋아했던 그 주옥같던 작품들을 콕 콕 집어 이 한 권에 녹아 내었는지 존경 또 존경하고 참으로 감사했다.
작가님은 과연 이런 책을 출판할 경지의 그쪽(순정 아니 그때 그 시절 대작들의 평론가)계의 지존이십니다!
내가 사랑했던 그들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만나는 일은 참으로 설레고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했으나, 그때 참 삐뚤빼뚤 했던 내가 떠올라 조금은 씁쓸했다. 하지만 이 많은 작품들을 만나며 나의 아팠던 그때 많이 의지하고 위로받았던 건 분명하다.
그중 특히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그 아이.
황. 보. 래. 용.
어쩜 다시 봐도 시크하고 캐주얼한 이 작품.
세상 모두를 왕따 시키고 베레베레베레 였던 아이.
내가 많이 기대었던 아이.
고마워. 너만큼 힘들었던 날 일으켜줘서.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는데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아직 나에게는 나의 님들을 기억하고 웃을 수 있는 그때 그 시절 내가 남아 있구나.
좋은 책 한 권 한 권들이 모여 나에게 추억을 되새겨 주고 부족한 감성을 채워주고 위로를 주니 과연
가성비 갑이로구나!
남편 보고 있나?
스크린 골프도 좋지만 함께 책 좀 읽자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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