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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장 Jun 09. 2020

당신은 게임 삼매경 나는 황보래용 삼매경

안녕, 나의 님들아

토요일. 현충일.

국토방위에 목숨을 바친 이의 충성을 기념하기 위한 법정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 일어나 매장에 부족한 물건을 구매하러 거래처 다녀오고, 어제 일하다 다친 남편은 평소 내 집 드나들듯 하는 정형외과에 가서 주사 맞고 물리치료를 받았다.


단골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스탠더드 푸들쌤-키랑 덩치는 산만하신데 왠지 푸들을 닮은 그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은 갈 때마다 자꾸 길어져 깜짝깜짝 놀란다)은 오늘은 무슨 일로 아니 어디가 아픈 거냐고 후다닥 일분만에 진료를 끝내고, 남편은 주사+약+물리치료 풀세트를 처방받고 살 것 같은 표정으로 병원을 나온다.

<다음카페 강사모- 쌤 너무 닮았어요 미안요 ㅋ>

토욜은 항상 3시까지만 일하고 남편은 단짝 친구와 스크린골프를 두 게임하고 내가 따라 나가는 날이면 나에게도 한게임 하자 하지만... 오늘은 왠지 꼭 이 책을 시원한 에어컨 바람맞으며 그리고 더 시원한 드라이버의 ‘탕’ 소리를 들으며 건성으로 콧소리 한 번씩 “오빠 나이스~”해주며 읽고 싶었다.


두 시간 삼십 분 동안 남편과 절친이 “아우 씨~” 또는 “오 나이스~” 하는 동안 슬쩍슬쩍 장단 맞춰주며 읽어 내려간 <안녕, 나의 순정>은 참으로 참으로 재미났다. 나의 질풍노도 고딩시절 학교 마치고 제일 먼저 달려갔던 만화방 그 작은 보물상자 같았던 그곳이 떠오르며 그 날의 냄새 기온 나의 모습까지도 생각이 났다.


어쩜 이 작가는 그때 내 맘을 이리도 잘 알까? 그리고 어떻게 내가 좋아했던 그 주옥같던 작품들을 콕 콕 집어 이 한 권에 녹아 내었는지 존경 또 존경하고 참으로 감사했다.


작가님은 과연 이런 책을 출판할 경지의 그쪽(순정 아니 그때 그 시절 대작들의 평론가)계의 지존이십니다!


내가 사랑했던 그들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만나는 일은 참으로 설레고 즐겁고 행복하기까지 했으나, 그때 참 삐뚤빼뚤 했던 내가 떠올라 조금은 씁쓸했다. 하지만 이 많은 작품들을 만나며 나의 아팠던 그때 많이 의지하고 위로받았던 건 분명하다.

그중 특히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그 아이.

황. 보. 래. 용.

<천계영님의 오디션>

어쩜 다시 봐도 시크하고 캐주얼한 이 작품.

세상 모두를 왕따 시키고 베레베레베레 였던 아이.

내가 많이 기대었던 아이.

고마워. 너만큼 힘들었던 날 일으켜줘서.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는데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아직 나에게는 나의 님들을 기억하고 웃을 수 있는 그때 그 시절 내가 남아 있구나.

좋은 책 한 권 한 권들이 모여 나에게 추억을 되새겨 주고 부족한 감성을 채워주고 위로를 주니 과연

가성비 갑이로구나!

남편 보고 있나?

스크린 골프도 좋지만 함께 책 좀 읽자구용^^



#안녕나의순정 #독서일기 #리뷰 #서평 #골프 #남편 #독서 #아내 #추억 #회상 #취미 #공통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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